우지라면 사건이 던지는 교훈...'뉴스 정보 신뢰성' [굿모닝 인천]
2주 뒤 정부 "무해하다" 급반전,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처음 들은 정보가 이후 판단 전체를 지배하는 심리 '초두효과'
삼양식품, 36년 만에 우지(소기름)포함 신제품 '삼양1963' 출시
통조림 포르말린, 낙지머리 중금속, 황토팩 중금속...무책임 보도사례
대만 카스테라 식용유 파동...영화 기생충으로 재조명돼
뉴스 제목이 팩트와 맥락을 가려버리는 시대...신중한 뉴스 선택 필요
이승기 변호사 "뉴스 흐름 기다리며 비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 방송 : 경인방송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코너 : 이승기 변호사의 사건수첩
■ 진행 : 이도형 앵커
■ 출연 : 이승기 변호사
■ 방송 다시 듣기 [클릭]

◆ 이도형: 경인방송 FM 90.7MHz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2부 시작하겠습니다.
주요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는 <사건수첩> 시간인데요. 오늘도 서강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이승기 변호사 2025.11.14 [경인방송 시사뉴스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45175zzvn.jpg)
◆ 이도형: 요즘 '팩트'라는 단어, 정말 많이 듣죠. "그건 팩트야." "팩트체크 했어?" 그런데 말이죠, 그 '팩트'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때로는 잘못된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누군가의 인생을, 또 한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최근 삼양식품이 새롭게 라면을 내놨는데요. 바로 '우지라면', 소고기 기름을 사용한 라면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 이름을 보면 '1989'라는 숫자가 눈에 띄죠.
처음엔 복고풍 마케팅인가 싶지만, 사실 그 숫자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한 사건이 숨어 있습니다. 1989년, 그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변호사님, 하나씩 짚어주시죠.
◇ 이승기: 네, 해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사건사고가 있는데요. 1989년 하면 단연, 바로 이 '우지라면 사건', 이른바 '우지 파동'이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라." 이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먹거리는 곧 건강이고, 생명과도 직결됩니다. 그런데 1989년, 평소 즐겨 먹던 라면에 '공업용 우지'가 들어갔다, 이런 뉴스가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당장 사람들은 "그동안 먹은 건 어떻게 하냐?", "이제 누구도 못 믿겠다." 공포가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당연히 우지라면은 시장에서 퇴출됐고, 기업은 바로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요.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1989년 한 해를 통째로 덮어버린 초대형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먹거리 논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 우지 파동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남긴 흔적이 크죠.
무엇보다 이 사건은 검찰과 언론이 팩트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을 때, 무고한 한 기업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그걸 뼈아프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보의 희생양이라고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건인 거죠.
◆ 이도형: 맞아요. 그 시절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신문 1면을 보면 이렇게 써 있었죠. "라면에 공업용 우지, 즉 공업용 쇠기름을 썼다." 그런데요, 문제는 바로 그 기사 속의 '공업용', 이 단어 자체가 오해였다는 거잖아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우지, 즉 소고기 기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식재료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사골이죠. 그런데 당시 삼양은 미국에서 이 우지를 수입해 왔는데, 미국에서는 사골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다 보니 행정상 우지를 식품이 아닌 '공업용', '비식용'으로 분류했던 겁니다.
게다가 그 우지를 그대로 쓴 것도 아니고, 정제 과정을 거쳐 식용에 맞게 가공했죠. 하지만 검찰 발표에서는 이 핵심적인 설명이 빠졌습니다.
결국 남은 건 "공업용 우지 사용"이라는 문장 하나였고, 마치 공장에서 쓰는 기름을 라면에 넣은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언론은 이 문장을 그대로 1면에 실었고, 저녁 9시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로 그 역사적인 '우지 파동'이 시작된 겁니다.
◆ 이도형: 그러니까 요즘 말로 하면, 정말 전국이 '멘붕'에 빠졌던 거네요. 하루아침에 나라 전체가 뒤집힌 거죠.
◇ 이승기: 네, 맞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정말 참담합니다. 하루 만에 전국 유통망이 멈춰 섰고, 공장 가동도 중단됐습니다. 해당 제품은 마트에서 전량 퇴출됐고, 학교·군부대·병원 납품까지 줄줄이 끊겼죠.
![삼양 1963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46559nvgj.jpg)
◆ 이도형: 그런데 그게 참 궁금하네요. 그 시절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어떻게 이렇게 뉴스가 전국적으로, 그렇게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걸까요?
◇ 이승기: 그때는 신문과 방송이 곧 정보의 전부이던 시대였습니다. 신문 1면 헤드라인에 오르면, 그건 바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거였죠.
다음 날이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전부 그 기사였습니다. 공신력 있는 언론이 다루는 내용이면 일단 믿고 보는 분위기도 강했죠. 게다가 이 사건은 정부 기관, 그것도 검찰이 직접 발표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더더욱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도형: 그런데 그로부터 2주 뒤였죠. 보건사회부, 지금의 보건복지부같은 곳인데, 여기서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인체에 무해하다." 이렇게 발표했어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죠.
◇ 이승기: 조사 결과, 라면에 사용된 건 식품용으로 정제된 수입 소기름, 그러니까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은 원료였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식 식용 재료였죠.
하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는 '공업용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단단히 자리 잡은 뒤였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걸 '초두효과', 즉 처음 들은 정보가 이후의 판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회사는 라면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른바 '우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 이미지를 바로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이도형: 당시 기사를 보면 "값싼 소기름으로 폭리"라는 표현도 많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정반대였다면서요?
◇ 이승기: 네, 맞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라면 회사들은 팜유, 그러니까 식물성 유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정제 우지는 그 팜유보다 오히려 더 비쌌습니다. 다시 말해, 폭리를 위해 값싼 재료를 쓴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감수한 건데요.
그런데 이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건강에 해로운 공업용 기름을 써서 이익을 챙겼다"는 식으로 진실이 왜곡돼버린 겁니다.
◆ 이도형: 결국 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났죠.
◇ 이승기: 예. 199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라면에 사용된 우지는 식용으로 인정된다. 이거였죠. 사건이 터진 지 거의 6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었는데요. 하지만 무죄를 받았다 해도, 이미 기업이 입은 손해는 너무 컸습니다.
◆ 이도형: 이 사건은 지금도 언론의 오보가 어떻게 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꼽히잖아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은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투서 한 장이었는데, 이걸 검찰이 철저한 수사 없이 그대로 발표하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그 책임은 검찰에 있지만, 언론 역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게, 검찰 발표를 거의 받아쓰기하듯 그대로 기사화했습니다. 언론의 본래 사명은 정부기관의 발표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직접 취재하고 검증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일단 터뜨리고 보자",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이어졌고, 그 결과 기업에 치명상을 준 겁니다. '언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묻게 하는 대표적 사건이 된 거죠.
![한 대형마트에 라면 '삼양1963'이 진열돼 있다. 삼양식품은 36년 만에 우지(소 기름)로 만든 신제품 '삼양1963'을 출시했다. 2025.11.6 [사진=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47952dcum.jpg)
◇ 이승기: 그렇습니다. 결국 언론이 누가 더 빨리, 그리고 얼마나 자극적으로 보도하느냐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겁니다.
내가 하나하나 팩트체크를 하며 사실을 확인하는 동안, 다른 언론이 먼저 기사를 내면 여론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는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에 발생한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시중에 판매되던 번데기와 골뱅이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고 발표합니다.
◆ 이도형: 포르말린이 시체에 넣는 방부제 아닌가요?
◇ 이승기: 예, 맞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과학실에 가면 큰 유리통 안에 개구리 표본이 들어 있었죠. 바로 거기에 사용된 게 포르말린입니다. 시신이나 표본이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인데, 인체에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인이에요.
당시 검찰은 업체들이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포르말린을 방부제로 썼다며 기소까지 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검증도 없이 대서특필했는데 당시 기억나는 기사 제목이 "통조림에 발암물질" 이 문장이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정말 무시무시한데요. 그 결과 통조림 생산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해 버리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통조림을 먹으면 혹시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게 됩니다.
◆ 이도형: 그런데 실제로는 포르말린이 아니었다고 해요
◇ 이승기: 검찰이 "포르말린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포름알데히드였습니다. 이건 생선이나 버섯을 썰 때도 공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물질이에요.
식품에 들어 있어도 인체에 무해하고요. 골뱅이나 번데기를 통조림에 넣어두면 자연적으로 이 포름알데히드가 생깁니다. 물론 포름알데히드가 포르말린의 주성분이긴 하지만, 당시 검출량은 기준치의 1/2000 수준, 하루에 통조림 수백 통을 먹어도 많이 먹어서 과식이 문제 되면 문제 됐지,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 이도형: 이것도 결국 무죄 판결이 났죠?
◇ 이승기: 업체들이 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대부분의 회사가 망한 뒤였습니다.
◆ 이도형: 그런데 그것 말고도 비슷한 사건들, 참 많았잖아요.
◇ 이승기: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2010년 추석 연휴 직전이었습니다. 서울시에서 "낙지나 문어 같은 연체류의 머리 부분에서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때도 언론이 이걸 그대로 대서특필해버립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어업인들과 시장 상인들이 큰 피해를 봤는데요.. 하지만 식약청 조사 결과, 서울시의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낙지의 카드뮴 함유량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두 기관이 정면으로 엇갈렸던 건데요.
당시에 이게 얼마큼 심각했냐 하면, 낙지 하면 전라도 낙지가 유명한데, 전라도 어민분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상경해 집회를 하기도 했고, 지금은 인천시장인 유정복 시장이 당시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는데, 당시 유정복 장관이 국회의원들과 오찬으로 낙지를 먹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습니다.
![어시장 모습 [경인방송DB]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49349prfx.jpg)
◆ 이도형: 9249님게서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문자를 주셨는데요. 지금 과학적 근거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렇게 근거 없는 보도로 실제로 회사가 무너진 사례도 있었잖아요.
◇ 이승기: 맞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게 바로 황토팩 사건인데요. 당시 인기 탤런트인 고 김영애 선생님이 홈쇼핑에서 이 황토팩을 선보이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후 비슷한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됐는데요.
그런데 한 방송사가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합니다. 황토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분쇄기 안의 쇠구슬이 마모돼 금속가루가 팩에 섞였다는 주장인데, 결국. 얼굴에 바르는 미용팩으로는 위험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식약청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는데요. 검출된 금속은 대부분 자철석인데, 이건 황토에 원래 포함된 천연 금속 성분으로,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는 "팩을 바르면 중금속이 스며든다"는 인식이 남았죠.
결국 황토팩 제조업체들은 줄줄이 타격을 입고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지금 시중에서 황토팩을 거의 볼 수 없는 이유, 바로 그때의 잘못된 보도에서 비롯된 겁니다.
◆ 이도형: 비슷한 일이 또 있었죠. 바로 '대만 카스테라' 사건입니다. 식용유 범벅 케이크라며 건강에 해로운 제품처럼 보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거잖아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저는 그때도 많이 먹었고, 지금도 대만 카스테라 자주 먹는데요. 당시 방송에서는 "버터 대신 과도한 식용유와 유화제 같은 화학 첨가물을 넣어 지방 과다 섭취로 이어진다"고 보도하면서, 대만 카스테라를 마치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표현합니다.
특히 식용유가 빵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식용유는 원래 카스테라의 필수 재료입니다. 당연히 들어갈 재료가 들어간, 지극히 정상적인 레시피였던 겁니다. 하지만 그 보도 이후 대왕 카스테라는 하루아침에 '불량식품' 취급을 받았고, 그 많던 가게들이 문을 닫으며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당시에 이게 어느정도 심각했냐 하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를 보면,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가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열었다가 쫄딱 망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식의 대사가 나옵니다. 그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우리 사회의 '오보가 만든 비극' 중 하나였습니다.
◆ 이도형: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집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건, 언론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언론을 소비하는 일반 시민들의 문제일까요?
◇ 이승기: 언론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언론은 클릭 수와 속보 경쟁에 쫓깁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자극적인 뉴스에 더 빨리 반응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기준치 이하 검출"보다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제목이 훨씬 더 눈길을 끕니다.
결국 '빠른 뉴스'가 '특종'으로 포장되고,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이라는 한 문장으로 검증을 건너뛰는 일이 벌어집니다. 지금도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로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죠.
◆ 이도형: 요즘은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예전엔 신문이었지만 지금은 SNS가 있잖아요.
![[이미지=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50673prno.jpg)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뉴스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뉴스를 복제하고 퍼 나르는 행위 자체가 더 위험한 시대가 된 겁니다. 특히 SNS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유사 언론'들은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기사를 가져다가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과장하고, 그게 순식간에 수만, 수십만 명에게 퍼져나가면서 여론을 왜곡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이도형: 그렇다면 이건 단순히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봐야겠네요.
◇ 이승기: 그렇습니다. 지금의 뉴스 생태계에선 모든 사용자가 '1인 미디어'입니다.이제 언론만이 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기존 뉴스를 편집해 공유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게 미디어 리터러시, 즉 '읽는 힘'입니다.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으로 읽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여론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이게 정말 맞는가?"를 한 번 더 의심하는 태도, 그게 핵심이죠.
저는 언론이든 유사언론이든 일단 나한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를 대할 때는 조금은 건방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여러 출처를 비교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 판단이 틀렸다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그게 지금 시대의 합리적인 시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이도형: 여기서 잠깐, 라디오니까 상상을 해볼까요. 오늘 장을 보러 간 한 청취자가 매대 앞에서 물건을 집으려다 말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합니다. 첫 기사 제목이 "XX 검출." 손이 멈춥니다. 이 순간, 그분은 뭘 확인하면 좋을까요?
◇ 이승기: 가장 먼저 뉴스의 출처를 봐야 합니다. 누가 조사했는지, 신뢰할 만한 기관인지 확인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단위와 기준치를 꼭 살펴야 합니다. '기준치 이하'라는 말이 뒤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전문가의 코멘트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면, 반대 의견이 있는지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의 뉴스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하루 정도 기다려 보는 여유를 가지시길 권합니다. 다음 날이면 추가 보도나 정정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끔 보면 "연예인이 무슨 짓을 했다"며 비난이 쏟아지지만, 하루 뒤엔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 "오해였다"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바로 그런 겁니다. 때론 기다리면서 뉴스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 그게 가장 현명한 판단일 때가 있습니다.
◆ 이도형: 오늘 방송, 무겁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신속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철저한 검증, 바로 팩트체크의 원칙이겠죠. '공업용 우지 파동'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한 줄의 오보가 한 기업, 나아가 한 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 상징적인 의미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도형 앵커, 이승기 변호사 2025.11.14 [경인방송 시사뉴스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4/551718-1n47Mnt/20251114143151991zgc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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