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기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부역자 심사’ 진도·영천 사건 최대 쟁점 꼽아
조사 중지…“쟁점이라기보다 가장 잘못한 판단”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대통령과 국회에 최종 보고하는 종합보고서에서 ‘부역자 심사’ 논란이 일었던 한국전쟁기 진도 사건과 영천 사건을 2기 진실규명 과정 가운데 최대 쟁점으로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3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할 경우 이 사건들을 가장 먼저 재심의해 유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가 13일 입수한 2기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를 보면, 진실화해위는 11월26일 활동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는 종합보고서 제1권 총론에서 진실규명 과정에서의 주요쟁점에 대해 ‘민간인 범위’와 ‘경찰기록의 신뢰성’을 1·2순위로 제시하며 진도 및 영천 사건의 논의 배경과 대립되는 견해 등을 소개했다.
진도 사건(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 4명과 영천 사건(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희생자 6명은 ‘암살대원’ 등의 불확실한 사후 경찰 기록을 근거로 2023년부터 진실규명이 보류되다가, 결국 올해 4월23일 제108차 전체위원회에서 조사중지로 결론 났다. 진도 사건에서는 인민군 점령하에서 부역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10월 경찰 수복 이후 거주지 일대에서 민간인이 경찰에 살해됐으며, 영천 사건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원 등 600여명이 인민군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군경에 살해됐다. 김광동 전 위원장과 이옥남 전 상임위원 등은 “경찰 기록으로 볼 때 이들이 적에 가담해 민간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을 진실규명(피해 확인) 대상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을 ‘암살 대원’ 등으로 적은 과거 경찰 기록의 신빙성이었다. 진도사건 피해자에 관해 적힌 기록은 사망 이후 19년 만인 1969년 진도경찰서가 작성한 요시찰인 감시기록 ‘대공’인데, 13·14·17살의 미성년자인 피해자 나이가 19·20살로 잘못 기록돼 있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천 사건 역시 29년 이상 지난 영천경찰서의 1979년 ‘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와 1981년 ‘신원기록편람’에 “10.1 사건(10월 항쟁)에 가담하여 살인·방화·약탈 등 좌익활동을 하다가 1950년 10월~1951년 3월 처형된 자”로 기재돼 있지만, 살인이나 방화를 했다는 최소한의 정황 증거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조사1국 조사관들은 두 사건 유족과 참고인을 조사한 뒤 모두 진실규명 의견으로 소위원회에 올렸으나 배척됐고, 위원들 간 표결에서도 진실규명 의견이 수적으로 열세였다.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적대세력 편에서 국민을 살해한 행위가 입증될 경우, 이들을 진실화해위 기본법(과거사법)에서 규정하는 ‘민간인’으로 보아 희생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고 적었다. 다만 진실화해위 안팎에서는 신빙성 없는 자료에 바탕을 둔 데다 적법절차 없이 국가에 희생된 피해자를 편 가른 사례인 만큼 “쟁점이라기보다는 2기 진실화해위에서 가장 잘못한 판단으로 기록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건은 김광동 위원장 체제의 진실화해위에서 지속했던 ‘부역자 심사’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2023년 5월25일 조사개시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역 혐의 희생자 중 실제 부역자가 있는지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경찰 기록을 이유로 일부 희생자를 ‘민간인 범위’에서 배제하며, ‘부역자 심사’ 논란을 빚었다. 영천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전시하에서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는 두 사건과 관련해 “‘적대세력에 가담해 대한민국 국민 등을 희생시킨 자이므로 민간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과 국제인도법 등을 근거로 ‘암살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으며 더 나아가 국제인도법 등에 따른 적법절차 없이 불법적으로 살해된 비무장 민간인’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중립적으로 소개했다. 진도경찰서가 작성한 ‘대공’의 신뢰도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 역시 대립했다고 밝혔다.
재임 기간(2023년 4월24일~2025년 4월23일) 전체위원회에서 진도·영천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주장했던 이상훈 전 상임위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수십 년 유족의 고통에 중립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진실과 화해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는 ‘12·3 내란에 관해 찬반 의견이 맞섰다’고 하는 말과 같다. 일반인의 정의감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3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하면 진도·영천 사건부터 가장 먼저 재심의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는 그 밖의 쟁점으로 △국방경비법 적용 사건 △사형선고 군법회의 판결문이 확인돼 국민보도연맹 사건 진실규명이 취소된 백락정 씨 사례 △중대한 인권침해, 상해 인정의 기준△미군 사건 희생자의 진실규명 기준 △신청인 적격 판단 및 희생자 신원 미확인 사건의 처리 △권위주의 통치 시기(1993년 2월24일)가 지난 경우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의 조사대상 여부 등을 꼽았다.
오는 18일 오전 2기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대국민 보고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2기 종합보고서는 총 4권으로 제1권 총론, 제2권 항일독립운동과 민간인 희생사건, 제3권 인권침해 사건, 별권 3·15의거 진상조사보고서로 구성돼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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