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관저에 미사일 있다’며 경호처에 위협사격 지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직원들을 불러놓고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라”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발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14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8차 공판에는 이아무개 전 경호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 전 부장은 지난 1월3일 윤 전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고 8일 뒤인 지난 1월11일 윤 전 대통령이 점심식사를 하며 경호처 직원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상세히 털어놨다.
특검팀은 먼저 이 전 부장의 휴대전화 메모를 갈무리한 사진을 법정 화면에 띄웠다. 이 메모는 이 전 부장이 수사기관에 스스로 제출한 자료로, 윤 전 대통령과 식사하며 1시간30분가량 들은 이야기를 요약한 메모였다. 이날 식사 자리에는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 경호처 부장급 이상 직원들 9명이 참석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원형식탁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마주 보고 앉았다며 윤 전 대통령 발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메모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찰이 경호관 상대하려면 100명 필요(총도 못 쏜다 개인 지정화기 필요)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도(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 없음
-55경비단은 이 군사보호지역을 지키는 부대이다. 안보실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설 연휴 지나면 괜찮아진다.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사격하고, ?를 부셔버려라.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무장한 채로 총기를 (티브이(TV)에)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이 (체포영장 집행 때) 오도록 했다’, ‘관저에는 미사일이 있다’ 등 체포 영장 집행 저지를 독려하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위력순찰 또는 위협사격을 하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무슨 말을 하시려고 하다가 갑자기 약간 멈칫하더니 말을 순화하는 듯 ‘부숴버려라’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호남 사람들은 자식 잘되기를 좋아하면서 대기업을 잡는 민주당을 찍는다’ 같은 농담 섞인 이야기도 했다고 이 전 부장은 기억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지난 1월15일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했을 때 이 전 부장은 후배들에게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막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장은 “개인적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에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이 국회에서 하는 행동을 보고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며 “체포영장 1차 집행이 끝난 뒤에 현장에 투입됐을 때 지시에 의해 이런저런 철조망을 치는 것도 현장에서 보고, 스크럼(인간띠) 짜는 것도 하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굳어지면서 1월15일에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하지 말 걸 최종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는 이 전 부장은 “(공수처의 체포영장에) 논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배운 헌법 지식을 따져봤을 때 영장 집행에 대해 저지하는 건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영장 집행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수처 쪽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영장 집행에는 협조할 테니, 출입 및 보안 통제에 따라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장과 경호처 직원들은 당시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온 경찰관 등이 1정문에서 신분증을 보여주면 경호처가 신원을 확인한 뒤 관저 쪽으로 들여보냈다고 한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부장은 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38구경 권총을 준비하는 걸 봤다고도 증언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는 경호처 직원 90%가량이 영장 집행 저지에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도 이 전 부장은 전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부장을 상대로 별다른 신문을 하지 않았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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