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쉴 거면 이직해라” 고강도 노동 끝 죽음, 눈물 쏟은 유족

김찬우 기자 2025. 11.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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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쿠팡 새벽배송 기사 사망사고…근무 압박 정황
1년 단위 재계약, 사측 안 따르면 매번 실직 위기
유족 “지켜지지 않은 과로사 대책, 재발 막아달라”

"팀장님 27일 휴무 될까요~!" 
"안됩니다. 원하는대로 할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될 것 같네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쿠팡 물류 대리점 관계자와 배송 기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대체 기사가 많으니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사측의 주장은 현실에서는 달랐다. 지역 곳곳 물류 배송을 책임지는 대리점에서는 배송기사에게 쉬고 싶으면 이직하라는 말까지 했다.

대리점과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배송기사 입장에서는 이 말을 거역하기 힘들다. 그래서 고(故) 오승용 씨는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죄송해야만 했다. 

새벽배송 논란과 관련해 과로사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구조적 이유다.

"제2, 제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서 제시해줘야, 그래야 승용이가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 유가족의 입장 발표 중 고인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가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故 오승용 유가족은 더 이상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제주택배노조는 이날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에 대한 택배노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인의 일일 노동시간은 11.5시간에 달했다.

고인은 지난 10일 오전 2시9분쯤 제주시 오라2동의 한 도로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고인의 아내는 시작과 동시에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건 기자회견 말미 잠깐, 그리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따로 찾아갔을 때였다. 

평소 고인이 새벽배송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했냐고 물으니 고인의 아내는 "평소에도 힘들다고 했다. 또 아침 7시까지 배송을 마치지 못하면 왜 배송을 안 했냐고 전화를 받는다"며 "시간 내 배송을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오면 오전 8시쯤 되는데 밥을 먹고 바로 잔다. 그렇게 6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난 뒤 잠깐 있다 다시 일하러 나갔다"고 했다. 최근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냐고 물으니 "최근에는 일도 있고 아버님 장례도 있어 제대로 이야기도 못 나눴다"고 말했다.

고인이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계약 해지에 대한 압박이 제기된다. 고인의 아내가 공개한 대리점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에서 고인은 원하는 날 쉴 수 있겠냐 물었고 관계자는 "그럴 거면 이직하라"고 말한다. 

김명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지역본부장은 "1년 단위 계약이 이뤄지니 다시 계약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건 모든 택배 노동자가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쿠팡은 클렌징 제도, 즉 상시해고가 가능해 노동자들은 사측 입맛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가 지난 4월 대리점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유족 제공. ⓒ제주의소리

고인은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2년여간 몸무게만 20kg이 넘게 빠졌다. 체중이 줄긴 했지만, 평소 지병은 없었고 건강했다. 이날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부위원장 겸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제주를 찾아 택배노조 자체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쿠팡CLS가 과로사 대책으로 내놓은 '야간 택배노동자 격주 주5일제'를 적용받지 못한 채 주6일, 연속·고정적 야간배송 업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팡과 대리점 간 사회적 합의에 따른 노동시간 제한 기준(주 60시간)을 초과한 것이다.

고인은 지난달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닷새간의 연속 새벽배송 중 부친의 상(喪)까지 당했다. 이후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장례 일정을 수행하며 제대로 쉬지 못했고 8일 단 하루만 쉰 채 9일 저녁 다시 배송 업무에 나섰다. 그리고 10일 업무 중 안타깝게 숨졌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장례 이후 2일간의 휴무를 요청했지만, 하루밖에 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족과 택배노조는 연속된 장시간 노동과 부친을 잃은 슬픔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근무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안타까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고인이 소속된 대리점의 근무표를 확인한 결과 해당 대리점에서는 근무표 기준, 주6일 연속 근무가 만연했고 연속 7일 이상 초장시간 노동도 이뤄지고 있었다. 

택배노조는 "이처럼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소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휴식과 재정비를 통해 노동자 스스로가 정상적으로 일터에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민욱 부위원장은 "새벽노동에 있어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를 논하는데 지금 형태는 사업장과 시스템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자의든 타의든 과로사 정도는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택배노조는 사고 원인으로 졸음운전 외 가능성을 제기했다. 단순 졸음운전이었다면 충돌 직후 방어적 회피 동작이나 브레이크 작동 흔적이 있었어야 했는데 없다는 것이다. 핸들을 쥐고 있었지만, 원인 미상으로 사실상 운전 능력을 잃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인의 유가족은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노동으로 내몬 쿠팡의 잘못이다. 일주일에 6일을 계속 밤마다 12시간씩 일해야 했고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장례를 책임져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를 치르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러 나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승용이의 영정과 유가족 앞에 직접 와서 사죄하고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막막한 생계와 상처를 치유, 위로할 대책을 내놓고 또 제2, 제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국민과 택배노동자 앞에 제시해 달라"며 "그래야 승용이가 눈을 감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 오승용씨에 대한 택배노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故 오승용 유가족은 더 이상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등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