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세상만사 <43>]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SMR, AI 시대 전력난 해소의 열쇠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5. 11. 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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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간 내에 AI 클라우드가 필요로 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와 관련 업계는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셔터스톡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11월 1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관세를 둘러싼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6년 만에 이루어진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행사 기간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을 둘러싼 한미 정상의 대화와 결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 공개적으로 원잠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해·서해 해역 방어 활동에 나설 경우 미군 부담을 덜어준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면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이 원잠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원잠에 이목이 집중된 사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또 다른 원자력 관련 언급이 포함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오하이오주 피케톤에 있는 센트러스에너지의 우라늄 농축 용량 확대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센트러스에너지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우라늄 농축 기업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원잠 건조 및 보유를 허용하고 한국 기업이 미국의 우라늄 농축 기업에 투자하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아니라 미국 원자력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은 인공지능(AI)에 관한 투자가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대규모 AI 클라우드 건설이 미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수조달러에 이르는 투자 규모는 미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급속도로 AI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과 기술적 도약을 통해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전력’이라는 병목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반도체는 뛰어난 성능만큼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가동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냉각하는 데도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미국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 전력 시스템으로 이를 감당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노후 송전망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AI 클라우드가 필요로 하는 전력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와 관련 업계는 원자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5월 2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네 건의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부활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원자력 생태계 완전 복원과 원전을 천연가스 발전과 더불어 AI를 위한 양대 축으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 원자력 기업이 세계로 진출해 시장을 선도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행정명령은 구체적인 이행 시기와 책임자를 프로그램마다 명시하고 있어 이전의 추상적인 차원의 언급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최근 웨스팅하우스, 브룩필드 등은 이와 관련한 800억달러(약 114조2800억원) 규모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한미 원자력 협력 새로운 기회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SMR은 기존 경수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더 빠르게 건설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전력이 필요한 현장에 설치해 송전망 건설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SMR은 작은 원자로에서 높은 효율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연료 성능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연료봉에 포함된 우라늄235의 농도는 5% 미만의 저농축우라늄(LEU)이다. 참고로 핵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90% 이상으로 농축할 필요가 있다. SMR의 경우 우라늄 농도를 5~20% 수준으로 높인 HALEU가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까지 HALEU 생산은 전량 러시아가 독점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은 뒤늦게 자체적인 HALEU 생산을 위한 지원에 나섰으며, 사업자로 선정된 센트러스에너지가 올해 6월 처음으로 900㎏의 HALEU를 미국 에너지부에 공급했다. 하지만 SMR의 급속한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2035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수백t의 HALEU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 같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24년 센트러스에너지를 포함한 6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최대 8억달러(약 1조1430억원)에 달하는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만으로 러시아를 대체하고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HALEU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HAELU 수요 증가 및 투자를 통해 생산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원자력발전소 건조 허용 및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센트러스 투자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잠에 필요한 연료를 HALEU로 정해 해외 수요를 확보하고 필요한 HALEU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한국의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 원잠을 건조하도록 함으로써 한국 정부 및 기업의 조선업 투자를 유도하는 동시에 HALEU 생산 역량 확충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자국 원자력 생태계 복원 및 미래 원자력산업 강화의 원천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AI를 위한 전력 확보 방안이 원자력 부활을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한국의 원잠 도입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원잠을 도입하게 되면 이를 운용·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시설 및 인력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의 원자력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일각에서 추진하던 탈원전 흐름은 원잠 도입과 상충될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모두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전력을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원잠 논의, 에너지 체계 변화로 이어질 듯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공급하기로 한 26만 개의 AI 반도체를 모두 가동하는 데는 약 0.8(기가와트) 규모의 전력 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냉각장치 등 부대시설을 포함하면 필요한 전력 시설 용량은 1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1기 분량의 전력이 그대로 투입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한 전력을 AI 클라우드가 있는 지역까지 운반할 송전선로가 때맞춰 완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결국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는 SMR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 필요한 HALEU는 원전 및 원잠 양쪽 모두의 연료로 사용되게 된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원자력 기술 및 연료 주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원잠은 더 이상 단순한 하나의 무기 체계가 아니다. 거대한 배후 산업 생태계를 필요로 하며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허가로 본격화한 원잠 관련 논의는 국가 에너지 체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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