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덜어주고, 여당은 ‘마지막 검란’ 진압에 안간힘

김현지 기자 2025. 11.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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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을 옭아맨 사법적 부담을 이재명 정부가 덜어준 형국이다.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아닌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가게 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그 대상이다.

그렇지만 성남시의 결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보고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이 대통령의 지시 내지 승인을 내포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시 수뇌부'는 공모 이전에 이미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성남)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남시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을 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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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때도 잠잠했던 검찰, 이번엔 검사장급 25명 등 집단 반발
“정치검찰 개혁하겠다는 정부·여당이 앞장서 검찰을 정치화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을 옭아맨 사법적 부담을 이재명 정부가 덜어준 형국이다.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아닌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가게 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그 대상이다. 이 대통령 퇴임 후 재개되는 다섯 건의 재판 중 한 사건이다. 멈춰진 대통령의 재판과는 달리, 대장동 일당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도 연관되는 혐의에 대해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무죄 판단했다. 추징금도 검찰 측 요청액의 6%밖에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검찰이 먼저 항소를 포기한 것이다. 무죄 부분과 추징금 산정 문제를 앞으로 다투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는 법무부의 의중이 실렸다.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게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측에 보낸 의견이었다. 정 장관은 외압 의혹을 부인했지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용산과 검찰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내년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등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바꿔 말하면, 이 대통령도 관련된 대장동 재판이 '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지점이다. 노 대행은 검찰 내에서 '책임론'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최고 권력인 이 대통령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번 사태의 파장은 거세게 이어질 전망이다.

정성호 법무장관, 이진수 법무차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핵심 혐의 입증·추징금 모두 포기

우선 검찰이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로 수장이 없는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초유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인해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됐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직을 이끌던 노만석 대행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대장동 사건을 항소심에서 다투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장동 사건은 경기지사(2018~21년) 시절부터 정치적 생명과 직결되는 사법 리스크가 있던 이재명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 이례적인 검찰의 결정에 따른 파장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 대행은 법무부의 의견을 전달받아 참고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이를 수용했다. 정 지검장은 항소 포기가 알려진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이 항소 포기 과정을 폭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에 놓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애초 11월3일 대장동 일당들에 대한 항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1심 재판부가 10월31일 피고인들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그리고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초기부터 사업에 뛰어든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은 이날 모두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 외에는 모두 검찰 구형량보다 낮게 나왔다. 추징금도 대폭 낮아졌다(표 참조). 상황이 이런 만큼 항소를 결정했고 검찰 윗선 역시 이에 동의했다는 게 대장동 수사·공판팀의 설명이다.

"1심은 범행의 진행 경과에 대한 검찰의 사실적 주장을 대부분 인정해 배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428억원 뇌물공여 약속과 성남시 내부 비밀정보 이용 이익 취득 혐의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조차도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한 법률적 쟁점들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에 더해 일부 사실오인, 양형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후 검찰 보고체계에 따른 절차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11월5일 오후 항소 제기 방침을 결정했고, 약 1시간30분 후 대검찰청 반부패부 측에 승인 요청을 했다. 대검 측은 다음 날 오후 7시30분에야 추가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의 별건 수사와 공소장 변경 관련 법원의 지적 사항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항소장 제출 마감일(1심 선고 후 일주일)인 11월7일, 서울중앙지검 대책회의에서도 항소 제기 방침이 유지됐다. 정 지검장이 승인하면서 내부 결재도 완료됐다. 그런데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를 지시하며 불허했다. 4차장검사 등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마감 시한 7분을 앞둔 11월7일 오후 11시53분 최종적으로 대검이 항소를 불허했다는 뜻이 하달됐다.

"검찰 더 망가트려" 노만석에 비난 집중

파문은 엄청났다. 검찰이 수사·기소한 대형 게이트 사건에서, 그것도 민간업자가 7886억원 부당이득을 얻고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되레 4895억원 손해를 봤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 법리 다툼이 있는 1심 판결이었다. 범죄수익을 환수하겠다는 목적의 추징금도 검찰의 요청 금액(7814억원) 대비 6%에 불과한 약 473억원만 인정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만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렇게 되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나 추징액을 1심보다 높일 수 없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형량은 1심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유죄 부분을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지만, 검찰은 이를 방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문을 닫겠다는 정부·여당의 검찰청 폐지안에도 잠잠했던 검찰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노만석 대행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들과 일선 평검사들까지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공소유지 업무를 맡은 검찰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항소 포기한 법리적 근거는 무엇이냐"는 게 이들이 노 대행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 정도로 이번 결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수의 검사는 "검찰청을 폐지한 정부·여당보다 노 대행이 검찰을 더 망가트렸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후 첫 주말부터 노 대행에게 이번 결정의 배경과 책임을 묻는 연락이 쇄도했다고 한다.

노 대행은 처음 "법무부 의견을 참고해 결정했다"(11월9일)고 밝혔다. 파문이 일자 "용산과 검찰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다"거나 "법무부 제시안은 '항소 포기'였다"고 추가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이어 노 대행과 직접 소통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국회에서 "수사 외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외압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검찰 내부 반발도 거세졌다. 노 대행은 결국 커지는 사퇴론에 11월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태가 알려진 지 닷새 만이다. 내년 폐지를 앞둔 검찰은 전례가 드문 '대행의 대행' 체제에 놓이게 됐다. 검찰총장과 차장이 동시에 공석이 된 사례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직하고 문성우 대검 차장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했다. 그러다 문 차장도 퇴임하자 선임 부장인 한명관 기조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던 전례가 있다.

이번의 경우 노 대행의 사퇴로 일단락되는 게 아니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 "친윤(親尹) 검찰의 항명"이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현재는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근거해 검사 파면이 가능한데, 이런 규정을 바꿔서라도 행정기관의 징계에 의한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작 노 대행의 사퇴를 촉구한 검사장급 25명 중 16명은 현 정부에서 승진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를 공개 비판한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시기에 징계 절차까지 밟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치검찰의 항명이라지만 정작 노 대행을 통해 검찰로 하여금 정치적인 판단을 하게 만든 건 정부·여당"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 위한 '거래설'도 나와

실제로 검찰 안팎에서는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거래설'도 제기됐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소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취지다. 물론 대장동 일당 재판은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재판과는 별개다. 그렇지만 성남시의 결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보고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이 대통령의 지시 내지 승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전 성남시 정책보좌관 등)은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민간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이다.

나아가 공소 취소도 법조계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재판 5건(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된 쟁점이다. 형사소송법상 1심 선고 전까지 검찰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5건 중 1심 선고가 이미 나온 선거법과 위증교사 외에 3건은 공소 취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간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여러 문제를 제기해 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조작 기소' 주장이 단적이다.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향해서는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등을 꺼냈다. 대장동을 비롯해 법인카드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 적용된 배임죄 폐지도 진행 중이다. 이런 차원에서 공소 취소도 거론되는 것이다.

외압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노 대행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정 장관 체제하에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의 수장 공석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후임은 지명되지 않았고 '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정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 장관은 앞서 국회 등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 제시에 대해 "(대장동 일당 사건은) 성공한 수사와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들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근무자만 이에 해당한다. 막대한 이익을 챙긴 민간업자들 모두 구형량보다 3~5년 낮게 나왔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시 수뇌부'는 공모 이전에 이미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성남)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남시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을 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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