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살이에 숨겨진 한국인의 멋과 지혜[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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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갓 있다고 산 책 아니다.
표지에 갓도 있어서 산 책이다.
이재열 선생의 '살림의 과학'은 우리 문화의 멋과 맛을 일단은 똑똑히 알고 '향유'하게 하는 우리 의식주에 대한 박물지 같은 책이다.
살림이 곧 우리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말인 고로 이 책은 우리가 사는 데 있어 '집'을 필두로 한 이러저러한 사물에 관한 온갖 '잡다'한 이야기가 선생의 깊은 안목에 힘입어 선생의 넓은 학식에 기대어 구불구불하게 특유의 유연성을 담보로 들어앉아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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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갓 있다고 산 책 아니다. 표지에 갓도 있어서 산 책이다. 갓. 어째 이름부터가 갓인가. 이유 없이 목적 없이 갓을 탐하는 나를 두고 오래전 한 지인이 내게 갓을 선물한 적이 있다. 쓰고 다닐 용도가 아닌 두고 봄의 쓸모는 결국 아름다움이라 나는 거실 벽에 그 갓을 그림처럼 걸어두고 오며 가며 그 갓을 자연처럼 보아왔던 참이다. 무엇이 예술인지 아둔한 나이기에 지혜롭게 정의할 수는 없겠으나 이런 귀함의 방편 앞에 홀로 술을 마실 적에 절로 오르는 흥취를 안줏거리 삼을 적에 입술에 묻어 잘 안 닦이는 말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겠다.
그러니까, 향유. 누린다는 거 말이다. 가진다는 거 말이다. 이재열 선생의 ‘살림의 과학’은 우리 문화의 멋과 맛을 일단은 똑똑히 알고 ‘향유’하게 하는 우리 의식주에 대한 박물지 같은 책이다. 그러니까, 살림. 세간 말이다. 생활 말이다. 산다는 건 살림살이를 산다는 일 아닌가. 죽는다는 건 살림살이를 죽이는 일 아닌가. 살림이 곧 우리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말인 고로 이 책은 우리가 사는 데 있어 ‘집’을 필두로 한 이러저러한 사물에 관한 온갖 ‘잡다’한 이야기가 선생의 깊은 안목에 힘입어 선생의 넓은 학식에 기대어 구불구불하게 특유의 유연성을 담보로 들어앉아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래서다, 528쪽짜리 두텁고 묵직한 책이지만 겁을 내지 마시란 말씀. 시작에 엄두가 안 난다면 차례부터 펴시라는 말씀. 거기 적힌 순서대로 집과 부엌과 안방과 대청과 사랑과 마당 가운데 나는 대청부터 골라 읽었다는 말씀. 대청에 놓인 소반과 반닫이를 마른 수건으로 닦고 또 닦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이 내 오랜 꿈이었기에 특히나 개다리소반과 반만 닫아 반닫이인 우리 전통 목가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씀. 농서 ‘사시찬요’를 말하다가 ‘지천년견오백’이라 하는 보존 수명 1000년의 우리 한지와 그 공예로까지 마구잡이로 쭉쭉 늘어나는 책이라는 말씀. 도무지 잡히지 않는 나비 같은 책이라는 말씀. 잡을 마음을 버리고 좇는 기쁨에 신나면 내가 더 건강해지는 책이라는 말씀. 책의 맨 끝 색인 페이지가 참된 부록인지라 연필을 들고 보는데 오늘 내가 동그라미 친 단어는 구들이라는 말씀. 곧 큰 추위가 닥치리라는 몸의 말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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