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실’ 천안 시내 신축 아파트…조합-시공사 ‘책임준공확약’ 줄다리기
조합 “도의적으로 준공승인 때까지 책임져야”
시공사 “사용승인까지 계약…추가 확약 의무 없어”

충남 천안시의 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사업 파트너인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인해 2년 넘도록 ‘불꺼진 아파트’로 방치되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 행정기관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 원성동 ‘e편한세상 천안역’은 지난 2023년 4월 건축 공사가 끝났지만 전용면적 59~84㎡ 1579가구 중 200여가구만 입주한 상태다. 단지내 대부분인 1300여가구가 빈 집이어서 천안의 ‘유령 아파트’로 불리고 있다.
이 아파트는 애초 재건축 조합이 지난 2018년 정비사업 연계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사업승인을 받아 추진한 사업으로, 대림투자운용의 리츠(대림5호부동산투자회사)와 자산 매매계약을 맺고 디엘(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당시엔 천안시 최초의 대규모 민간임대주택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사업비 증가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2017년 9월 뉴스테이 사업자를 선정할 때만 해도 관리처분계획 총회에서 승인된 비례율은 86.7%였으나 2023년 4월 아파트 임시사용승인 시점에는 45.7%로 반토막이 났다. 비례율은 개발이익을 종전자산평가액으로 나눈 것으로, 비례율이 낮으면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조합은 리츠에 매매대금 인상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불발되자 2023년 4월 임시사용승인 직후 뉴스테이를 취소하고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후 장기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리츠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매매계약 등 해지 합의를 조건부로 한 국토교통부의 사업계획 변경 허가 방침이 결정됐다. 이어 올해 5월 임대주택을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는 정비계획 변경이 승인됐고 9월에는 조합과 리츠가 매매계약 해지를 합의하는 데 이르렀다. 아파트가 입주한 지 1년 반만에 사업 정상화의 길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조합의 계획은 또 난관에 부딪쳤다. 금융기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리츠 매매계약 위약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부터 빌렸던 사업비 등 3465억원을 갚고 일반분양에 나서려던 구상이 복병을 만난 것이다. 대출 의향이 있는 금융기관이 시공사인 DL이앤씨의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하고 있으나 DL이앤씨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중이다. 책임준공 확약은 시공사가 아파트 준공(승인)을 책임지고 준공 전 발생하는 사업자(조합)의 금융 채무 등은 승계하는 것으로, 애초 DL이앤씨는 이 아파트의 책임준공을 약속했으나 그 시기가 ‘사용승인일’로 이미 지난버린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DL이앤씨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업비 대출 약정서에는 최종 준공승인까지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정작 도급공사계약서에는 임시사용승인까지만 책임진다는 사실상의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면서 “도의적으로 준공승인 때까지 책임지는 게 맞고, 대출이 실행돼 아파트 일반분양에 성공하면 DL이앤씨 입장에서는 잔여 공사비를 받게 되는 ‘윈윈’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조합과 계약에서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을 때까지 책임준공을 약속했고 이미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만큼 시공사의 추가적인 책임준공 확약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준공승인 전 분양전환되는 아파트의 책임준공을 확약한다면,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손실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쪽은 “지은 지 2년된 신축 아파트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분양할 계획이어서 미분양 우려는 없다”면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사업비 대출 이자가 쌓이면서 조합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사업승인권자인 천안시가 나서 조합과 시공사를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부동산 전문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려는 금융기관이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하는 건 통상적이지만, 이 단지는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신축 단지인 만큼 일반 공급 때 장기 미분양 위험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승인 및 준공승인권자인 천안시가 중재를 통해 조합과 시공사, 금융기관이 각각 조금씩만 양보하도록 하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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