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승인했는데…한국 원잠 계획 뒤흔드는 결정적 변수들 [박수찬의 軍]
경주에서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큰 성과를 얻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의 승인이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연료 문제와 경제성 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원자로 기술 있다’ 주장의 실체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가 처음 거론됐을 때는 긍정적 기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반론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국내 건조 주장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갖췄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28년까지 설계·인허가를 마치고 실증과 시운전을 거쳐 2033~2035년쯤 상업적 가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잠수함용 원자로는 SMR보다 더 작고 내구성·안정성·효율성이 높아야 하며 신기술과 소재가 투입되어야 한다.
SMR을 활용해서 잠수함용 원자로를 만들려면 SMR의 안전과 기술적 신뢰성 검증이 필수다. 검증이 이뤄지는 2030년대 초까지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반면 농축율 20% 미만의 핵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농축율이 7∼10% 수준이라면 핵연료 교체주기도 짧아진다.
이같은 제약을 극복하고 고농축 핵연료 수준으로 출력을 높이려면 더 많은 연료와 고급 소재 및 신기술이 필요하다. 원자로 압력용기가 커지고 설계도 복잡해진다.
함체 설계도 영향을 받는다. 잠수함 배수량과 크기가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고려하는 5000t급보다 더 큰 잠수함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핵연료 공급 협의 결과와 시점 등에 따라 원자로 개발 일정과 기술 수준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핵연료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기 전까지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은 본격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설계·개발·실증을 하려고 해도 잠수함용 원자로에 쓸 핵연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상시험도 할 수 없다. 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제작 완료 시점 예측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국내 건조는 가능하지만 ‘사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장보고·손원일·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꾸준히 건조해 산업 생태계 구축 및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국산 원자력추진잠수함은 핵연료 공급 등의 문제로 해외 수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 수요에 의존해야 한다.
국내 건조 시 핵연료와 원자로는 관급으로 조달해도, 핵 차폐 및 보안시설 구축과 관련 인력 양성 등은 업체 투자가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설비와 인력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수십년에 걸친 안정적 성격의 후속 사업들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사장된다. 1980년대 F-5 전투기를 국내 생산했으나, 후속 사업이 없어 설비가 버려지고 노하우가 사라졌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척당 건조비가 수조원에 달하고, 운영유지비도 미 해군 버지니아급 기준으로 5000만∼1억7000만달러(732억∼24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 4척 이상 건조·운용은 재정적 부담이 매우 크다.

미국은 세계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 수요가 가장 많다. 미 해군 버지니아급 원자력추진잠수함은 24번함까지 취역했고, 총 66척이 도입될 예정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컬럼비아급 잠수함도 12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에서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면, 관련 설비와 인력을 활용해서 미 해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체계통합 작업 수주가 어렵다면, 블록·모듈 생산 등을 통한 참여도 가능하다.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인 물량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화 측이 향후 10년 이내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만든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WSJ은 필리조선소가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필리조선소에 신규 인력 수천명을 채용하고 새로운 대형 크레인과 로봇 장비, 교육 시설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경우 미국 정부와 기업의 개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핵연료와 원자로 기술 수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미 국내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검토 대상이었다.
필리조선소에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면, 오커스와 유사한 개념의 검토와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해군이 쓸 원자력추진잠수함에 미국 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셈이다.
미국 정부의 통제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시 미국 내 관련 기업의 참여 비중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보안·품질 관련 통제 조치를 빠르게 충족하려면 미군 규격과 제도에 익숙한 미국 업체가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국 조선산업과 공급망 강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고려한다면, 미국 기업 참여 비중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같은 리스크를 낮추려면, 동맹 차원의 대외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은 세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호를 띄웠다. 푸젠호는 중국 항모로는 처음으로 전자식 캐터펄트(사출장치)를 갖춰 함재기의 이착함 효율을 크게 높였다.
중국이 공개한 영상에는 함재기가 비무장 상태로 푸젠호 갑판을 이륙했다. 푸젠호가 완전한 전투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푸젠호가 시행착오를 거쳐 실질적 전투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을 계기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약속한다면, 워싱턴의 핵 비확산주의자들과 대중국 억제력 강화를 원하는 전략가들을 설득할 수 있다.
오커스도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해양력 확장을 억제하고, 대중국 억제력을 강화할 3국 공동 전략자산을 확보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핵연료 확보서부터가 난관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무대에서 사용할 카드를 얻게 된다.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단기적인 결과물을 얻는데 집착하는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요소를 짚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원자력추진잠수함은 국가적 위상을 과시하는 도구로만 머물 것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월급 400인데 이자만 200”…7% 금리, ‘버티기 한계’ 왔다
- "먼저 떠올린 건 매니저" 정해인 외제차 선물… 연예계 뒤집은 '통 큰 미담'
- 길 잃고 산 '금호동' 집 10배 대박…조현아의 남다른 '은행 3시간' 재테크
- 7남매 집 사주고, 아내 간병까지…태진아가 350억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
- 당뇨 전단계 1400만 시대… 췌장 망가뜨리는 '아침 공복 음료' 피하는 법
- “5만원의 비참함이 1000만원으로” 유재석이 세운 ‘봉투의 품격’
- 가구 공장 임영웅, 간장 판매왕 이정은…수억 몸값 만든 ‘월급 30만원’
- “내가 입열면 한국 뒤집어져”…참치 팔던 박왕열, 어떻게 ‘마약왕’ 됐나 [사건 속으로]
- “법대·의대·사진작가·교수…” 박성훈·구교환·미미, 계급장 뗀 ‘이름값’
- “세균아 죽어라~ 콸콸”…변기에 소금, 뜨거운 물 부었다가 화장실만 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