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식의 대가 기 사부아 “요리 기술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철학”

박미향 기자 2025. 11. 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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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서울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프랑스에 열정 가득한 한국인 요리사가 부쩍 많아져서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프랑스 요리사 기 사부아가 한 말이다.

"열정이다. 요즘은 중독이란 말도 쓴다. 요리에 '중독'됐기 때문이다.(웃음) 요리한 지는 56년이 넘었다. 제대로 요리를 시작한 해가 1969년이다. 어머니가 요리를 너무 잘하셨고, 나도 먹는 걸 좋아했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생각하다 요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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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기 사부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 기 사부아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몇년 전부터 서울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프랑스에 열정 가득한 한국인 요리사가 부쩍 많아져서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난 프랑스 요리사 기 사부아가 한 말이다. 그는 ‘라 리스트’ 한국 행사 참석차 처음 방한했다. ‘라 리스트’는 전세계 200여개국의 레스토랑, 호텔, 페이스트리 가게 등을 평가해 우수 업장 1천개를 해마다 공개하는 프랑스 미식 행사다. 지난달 27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라 리스트 2026’ 한국 행사가 열렸다. 그를 행사 이틀 전 만났다. 올해 72살인 그는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도뇌르 훈장(2008년)을 받은 프랑스 대표 요리사다. 그의 레스토랑 ‘기 사부아’는 2002년부터 20년간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유지했다. 지난해 ‘라 리스트’ 전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뽑혔다. 영국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를 비롯해 수많은 요리사에게 영감을 전수한 대가다. 2010년 ‘프랑스 미식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데도 공을 세웠다. 지금도 주방을 비우지 않는다는 그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27일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열린 ‘라 리스트 2026’ 행사에서 기 사부아가 연설을 하고 있다. ‘라 리스트’ 제공

―오랫동안 ‘미쉐린 가이드’ 별을 유지하며 레스토랑 질을 높인 비결은?

“열정이다. 요즘은 중독이란 말도 쓴다. 요리에 ‘중독’됐기 때문이다.(웃음) 요리한 지는 56년이 넘었다. 제대로 요리를 시작한 해가 1969년이다. 어머니가 요리를 너무 잘하셨고, 나도 먹는 걸 좋아했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 생각하다 요리하게 됐다.”

그는 유명 요리학교에서 수학하지 않았다. 이른바 ‘현장’이라 불리는 주방이 ‘르 코르동 블뢰’(프랑스 요리학교)이자 ‘시아이에이’(미국 요리학교)였다. 요리는 “무척 구체적이고 영속적이며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행위”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 땅에 있던 당근이나 아티초크 같은 식재료들이 몇초, 몇분의 조리 과정을 거쳐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로 바뀝니다. 연극 작품처럼요. 우리가 만든 걸 사람들이 먹고 맛을 느끼는 일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요리사는 굉장히 멋진 직업입니다.”

―요리사들이 유명해지면 보통 주방은 수셰프(부주방장)에게 맡기고 비즈니스 등의 이유로 자주 비운다. 코미(견습 요리사)처럼 매일 주방에 있는 이유는?

“내게 필요한 일이다. 오전 8시30분에 도착해 팀원들과 소통한다. 셰프들의 비즈니스 장소는 레스토랑이다. 다른 데가 아니다.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서울 방문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웃음)”

기 사부아의 레스토랑 ‘기 사부아’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기 사부아 누리집 갈무리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엔 조리 기술 연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건 기술뿐만 아니라 센세이션(화제성)이더라. 그래서 음식에 기술만 있어선 안 된다. 우리가 기술을 연마하는 이유는 그 기술을 통해 자기만의 스타일, 철학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기술을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 열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라 리스트’에서 전세계 최고 셰프로 여러차례 뽑혔다. 요리할 때 가장 역점을 두는 건?

“첫째도 재료, 둘째도 재료, 셋째도 재료다. 맛을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 음식을 단순히 혀로 느끼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맛을 느끼게 해야 한다. 차갑거나 물컹하거나 아삭하거나 바삭하거나 등 맛의 감각을 느끼도록 말이다. 색도 매우 중요하다. 팀도 중요하다. 운 좋게 지금까지 30년 넘게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다.”

―한국 요리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기술을 잘 연마한 다음엔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해라. 성격, 스타일, 자신만의 감각을 요리를 통해 보여줘라.”

그는 요리사로서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했다. 요리에 실망한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50년 넘는 세월, 그가 겪은 어려움은 그저 과정이라는 얘기다. “진심인 일에 열정을 다하면 힘든 순간이 와도 힘들다고 인식하지 않죠. 오히려 이겨낼 방법을 찾고, 결국 생기게 됩니다. 모든 일에 적용되는 얘기죠.” 그는 활짝 웃으며 “사랑에 좌절한 적은 있다”고 했다. 대가의 여유는 시간과 노력이 버무려진 결과다.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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