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터뷰] “李 위해 사법시스템 흔들어…삼권분립 무너지는 출발점”

박성의 기자 2025. 11.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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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檢, 항소 포기로 김만배 일당 재벌 만들어줘”
“정성호가 산타클로스냐…대통령 모르게 이런 ‘선물’ 줄 리가 없어”
“野, ‘정성호 탄핵-국정조사-특검’ 우선 추진 필요…낱낱이 파헤쳐야”
“항소 포기 이후 정권 뜻대로 굳어지면 다음 단계는 공소 취소”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11월7일 금요일 밤 10시30분경, '검찰이 아직 대장동 사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그 순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상황을 직감했다. 청와대·법무부·검찰을 모두 경험하며 외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몸소 겪어본 그에게 낯선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즉시 자신의 SNS에 "정권은 유한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한 전 대표는 SNS에 다시 글을 남겼다. "11월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

한 전 대표는 13일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담당 검사가 항소장을 접수했어야 했다"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보복당할 수 있지만 검사가 '할 일'을 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권력의 눈치를 보면 검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의 항소 포기를 "김만배 일당을 재벌로 만들어준 '불법' 항소 포기"라고 규정하며 "권력과 인사·징계권을 쥔 사람이 결정을 바꾸도록 종용했다면 그건 '의견'이 아니라 '외압'"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사실상 공범인 사건이 아니었다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은 0%였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與, '지휘' 아니라면서 '檢 항명' 말해…스스로 모순 입증"

지난 7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가능성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상황이라고 판단했나.

"법무부와 검찰의 수뇌부가 부당한 압박을 가해 항소장 접수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을 모두 경험했다. 외압에 저항하다 사표만 세 번을 썼다. '조국 수사'로 좌천 네 번, 압수수색 두 번까지 당한 사람이다. 경험이 있으니 어떤 상황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결국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안타까웠다. 그냥 접수했어야 했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들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냥 접수해 버렸다. 막상 접수하고 나면 외압을 가한 상사들이 '내가 외압을 가했는데 이 검사가 말을 안들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인사 등 다른 방법으로 보복당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가 '할 일'을 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검찰을 향해 '자살했다'고까지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가.

"특정 검사를 공격하고 싶은 게 아니다. 문제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동시에 강력한 신분 보장을 받는다. 임기 후에는 변호사로서 경제적 기반도 얻는다. 이런 특권은 '권력 앞에서도 법대로 하라'는 국민의 신뢰 위에서 주어진 것이다. 나는 외압에 맞서다 좌천·압수수색을 당해봤지만, 그 정도는 검사라면 감수하는 '리스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처럼 가장 중요한 사건에서조차 권력 눈치를 보고 항소를 못 하면 검찰이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왜 '불법 항소 포기'라고까지 규정하나.

"이건 단순한 재량 판단이 아니다. 명백한 피해자가 있고 그 피해액을 메우기 위해 국가가 수천억 원의 추징을 걸어둔 사건이다. 그런데 항소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 추징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김만배 일당을 재벌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반면 일반 국민 사건에서는 초코파이 하나 훔쳐도 항소한다. 그동안 수많은 서민 사건에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없던 사람들이 유독 정권 실세가 연루된 사건에서만 '이제 관행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고상한 척하면서 권력에 아첨하는 말이다. 법과 제도는 약자에게 엄격하고 강자에게 관대해서는 안 된다."

법무부는 '의견 제시'일 뿐 외압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 결재까지 다 났고 검찰 직원이 법원 접수대에서 항소장을 제출하려고 서 있었다. 그런데 직전에 방향이 뒤바뀌었다. 이것을 단순히 '의견'이라고 포장하는 건 말장난이다. 외압이란 게 꼭 '안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해야 성립하는 게 아니다. 인사·징계권을 쥔 사람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던지는 순간 내부 의사결정은 사실상 뒤집힌다. 그걸 우리는 통상 외압이라고 불러왔다. 민주당이 검사들의 비판을 '항명'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자신들은 '지휘가 아닌 의견 제시'였다고 한다. 모순이다. 지휘가 아니라면 항명일 수가 없고, 항명이라고 부른다면 지휘를 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항소 포기를 통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지를 보면 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산타클로스가 아닌 이상 대통령 모르게 이런 '선물'을 줄 리가 없다. 대통령실의 민정, 법무부, 민주당 법사위 모두 이재명 변호인들로 채워놓았다. 최근 공개된 문자에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변호인에게 사실상 보고하듯 메시지를 보낸 정황도 나왔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대통령의 인식 또는 의중이 반영된 결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사하면 나온다."

항소 포기로 범죄수익 추징 가능성이 막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액 환수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강도를 잡아서 징역형과 배상을 결정해놨는데, 갑자기 강도를 풀어준 뒤 '이제 피해자인 당신이 사람을 고용해서 다시 강도를 잡고 돈도 받아와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항소 포기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과 책임 범위가 축소됐다. 민사소송에서는 그 축소된 범위를 넘어서서 다시 입증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권도 이걸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민사로 회수하면 된다'고 말하는 건 국민을 상대로 눈속임을 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실은 대장동 항소 포기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론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재판중지법도 여론이 나빠지니 뒤로 물러났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이 재개되면 결과에 승복할 의지가 있는가'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대통령실은 끝까지 답을 피한다."

항소 포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하나.

"김만배 일당뿐 아니라 이번 결정을 실제로 '굴린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형사책임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져야 한다. 성남시가 김만배뿐 아니라 정성호 장관, 이진수 차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박철우 반부패부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외압에 꺾인 사람들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외압으로 꺾은 사람들의 책임이 훨씬 더 무겁다. 권력이 법적 판단을 비틀어서 공범의 사건을 돕는 방향으로 결정을 이끈다면, 그건 단순히 행정 판단이 아니라 법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할 사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런 선례 만들면 사법 시스템 전체가 흔들려"

이번 사태가 검찰제도 개편과 사법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만약 이번 결정이 정권 뜻대로 굳어지면 다음 단계는 뻔하다. 공소취소가 나올 것이고, 이후에는 대법원 판단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정치적 압박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삼권분립이 무너지는 출발점이 된다. 정권이 형사사법 절차를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버리면 사법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야권의 대응 가운데 가장 현실적 해법은 무엇이라 보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 탄핵, 국정조사, 불법 항소 포기 특검, 우선 이 세 가지를 추진해야 한다. 김만배 일당을 도운 의사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낱낱이 들여다봐야 한다. 야당 의석이 적다고 주저할 일이 아니다. 과거 '드루킹 특검'도 머릿수가 많아서 된 게 아니라 국민 명분을 등에 업고 버텼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시기를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정성호·추미애·조국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

"묻고 싶었다. 왜 국민 편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 편을 드느냐고. 성남 시민은 수천억 피해를 입었는데, 국민 편이어야 할 법무부 장관 세 사람 모두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가 공개 토론에서 견딜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내 판단으로는 대부분 허약하고 궤변에 가깝다."

한 전 대표의 이번 대응을 두고 차기 정치적 역할이나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적 계산을 했다면 이렇게 싸우지 못한다. 계산이 많아지면 싸움이 비겁해지고, 몸을 던지는 데 한계가 생긴다. 지금은 나라의 사법 시스템이 흔들릴지 모르는 중대한 싸움 중이다. 여기에 집중하는 게 먼저다. 이후 평가나 정치 일정은 국민이 결정하는 문제라고 본다. 나는 지금 의원 신분도 아니지만, 자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애국심·열의·진정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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