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내리면 매수 기회?... ‘100만닉스’ 전망 나온 SK하이닉스, 과거와 다른 이유
SK하이닉스 주가가 60만원을 넘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썼다. 주가 수준도 높지만,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될 만큼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초 17만원대에서 출발한 SK하이닉스 주가는 306일 만에 262% 뛰었다.
예전 같으면 버블 경고가 나올 만큼 급등세지만, 증권가에선 오히려 목표주가를 더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목표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25개의 평균 목표 주가는 69만8462원이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는 실적 개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으로 SK하이닉스의 지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절대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를 추정하는 증권사의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① ‘AI’라는 새로운 산업군의 등장
SK하이닉스 주가가 사상 처음 60만원을 넘은 지난 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많은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요청해 어떻게 다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이 크다”며 “공급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 시대”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심각한 공급 부족을 야기한 건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AI의 등장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다. 그런데 정작 AI의 필수재로, 데이터 저장·처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글로벌 AI 산업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산업 규모는 2020년 378억달러에서 2024년 2576억달러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61.6%에 이른다.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고성능 AI 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 관련 투자를 크게 확대했다.
여기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들어진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기존 D램과 비교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데, HBM은 AI 트레이닝과 추론 작업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규모로 채택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했고, 성능을 계속 끌어올려 올해는 HBM4 12단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흥국증권 리서치센터는 SK하이닉스의 내년도 6세대 HBM(HBM4) 매출액이 약 194억달러(한화 약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경쟁사 삼성전자나 미국 마이크론의 예상 매출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② 시장 주도권, 반도체 업체로
공급 부족 사태는 반도체 업체의 일감만 늘린 것이 아니다. 반도체 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계기도 됐다.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은 고객사의 주문을 예측해 먼저 설비를 확충했다.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을뿐더러 수요 예측에 실패해 과잉 공급이 발생하면 실적 악화와 함께 불황 사이클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AI 산업의 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시장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은 반도체 산업을 ‘선(先)주문 후(後)증설’ 구조로 바꾸고 있다. 또 과거 반도체 업황은 2~3년 호황이 이어지다 불황에 접어드는 사이클이었지만, AI의 등장으로 반도체 호황기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IT 제품 위주의 사이클과 달리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는 반도체 수주 계약 방식을 장기로 바꿔 제품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은 AI 투자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제품만 호황이었는데, 이 AI에 대한 흐름이 확장되면서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③ 적정 주가 ‘산정 기준’도 바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정하는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등장했다. SK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100만원으로 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SK증권은 기존에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던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 방식 대신 PER(Price Earnings Ratio·주가이익비율)을 적용했다.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PER 11배를 적용해 목표 주가 100만원을 산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통상적으로 사이클에 따라 불황과 호황이 극명해 실적 차이가 컸다. 이에 순이익 대신 안정적인 순자산으로 평가한 PBR 방식이 사용됐다. 그런데 AI 주도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주가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가치 산정 기준을 바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사이클 내 메모리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최근 3년간 거시경제 흐름에 연동되지 않고, 메모리 사이클의 강도는 더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이클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전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HBM이 없던 시절에는 범용 메모리 전방 수요만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움직이다 보니 부침(浮沈)이 있었다”면서 “SK하이닉스가 HBM을 보유하게 된 이후로는 사이클 변동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AI 붐 이후 제기되고 있는 AI 거품론은 예의 주시해야 할 이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처음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때 사용한 것은 잉여 현금이었지만, 최근에는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AI 붐을 오픈AI 등의 기업이 이끌고 있지만, 계속해서 순손실이 많이 발생하면 갑자기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마냥 낙관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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