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별풍선에 5000만원 썼다"... 돈 돌려받을 수 있나요?

별풍선에 빠진 가족을 발견했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루리 변호사가 전하는, 후원금 환불부터 법적 대응까지 단계별 실전 가이드.

[우먼센스] 지난 기사에서 <우먼센스>는 연 수천억 원이 오가는 '엑셀방송'을 다뤘습니다. 1억 5000만 원을 후원하고 빚더미에 앉은 30대 남성의 극단적 선택, 연 400억 원을 벌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엑셀방송 제왕' 커맨더지코의 고백, 그리고 "결혼하고 싶다"는 BJ 말에 5000만 원을 쏟아부은 후원자의 증언까지. 화려한 매출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을 보셨습니다.

일부 후원자들은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돈, 돌려받을 수 있나요?" 이번 기사에서는 법조인의 시각으로 엑셀방송의 피해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방법을 짚어봅니다.

평범한 주부 김OO 씨(42세)는 남편의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월급날이 지났는데도 잔고가 텅 비어 있었고, 곧이어 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남편이 인터넷 방송 BJ에게 3개월간 무려 2500만 원을 '별풍선'으로 후원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혹시 배우자의 카드 사용 내역이나 자녀의 온라인 결제 기록을 확인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인터넷 방송 플랫폼 장르인 '엑셀 방송'은 채널마다 연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화려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정 파탄, 빚더미,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 중독성 강한 시스템이 내 자녀와 내 배우자를 위협할 때, 우리는 어떻게 법적으로 방어하고 잃어버린 돈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구체적인 법적 솔루션을 짚어보겠습니다.

환불이 어려운 진짜 이유

인터넷 방송 후원금, 즉 '별풍선'은 법적으로 후원자가 BJ에게 대가 없이 재산을 주는 '증여'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후원 후 단순 변심이나 후회를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환불이 가능하려면 이 증여 계약 자체에 미성년자의 행위이거나 명확한 사기 행위 등 중대한 법적 흠결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특별한 상황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후원금 환불이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가능한 경우는 후원자가 미성년자(만 19세 미만)일 때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중학생이 부모 동의 없이 140만 원의 별풍선을 후원했습니다. 민법 제5조는 미성년자가 부모님(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부모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보호합니다.

중요한 점은, BJ가 후원자가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취소권 행사는 유효하며, 플랫폼과 BJ는 원칙적으로 환불 의무를 진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고액 후원 사실을 인지했다면, 신속히 대응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후원 내역 전체를 날짜, 금액, BJ 닉네임을 포함하여 캡처하고 보관하세요. 다음으로 플랫폼 고객센터에 전화한 후 이메일 등의 서면 기록을 통해 법정대리인의 취소권 행사를 명확히 통보하고 환불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후 내용증명을 발송해 법적 근거를 남기고, 필요시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신청이나 변호사 상담을 통한 민사소송까지 검토하세요.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미성년자가 성인인 척 신분을 속여 후원한 경우에는 취소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해당 정황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 배우자의 중독

휴대폰만 보는 남편, 괜찮을까요?

혹시 최근 남편이 늦게까지 휴대폰만 보고 있진 않으신가요? 배우자가 중독에 빠져 고액을 후원하는 것은 가족 재산이 탕진되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평범한 회사원 A 씨는 빚까지 내어 1억 50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원 B 씨는 회사 자금에 손을 대 횡령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당신의 가정에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스스로 유발한 후원 중독은 BJ나 플랫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BJ가 후원금을 받은 것은 법적으로 정당한 증여로 간주되며, 후원자가 빚을 냈거나 불법 자금으로 후원했더라도 BJ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환불받을 길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BJ에게서 돈을 돌려받는 것은 어렵지만, 배우자의 낭비 행위는 가정 파탄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세요. 후원 내역 및 계좌 이체 기록은 물론, 배우자와 BJ 간 주고받은 메시지, 그리고 가계 재정 상태 변화를 보여주는 기록들을 빠짐없이 모아두어야 합니다.

배우자의 과도한 후원 낭비는 단순히 취미를 넘어 가정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재판상 이혼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만약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면,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청구 시 배우자의 후원 낭비 행위를 강력하게 주장하여 본인 몫의 재산을 최대한 지켜야 합니다.

"결혼하고 싶어요", "사귀고 싶어요" '엑셀 방송'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런 유사 연애 공약은 후원자들을 병적으로 중독시킵니다. 하지만 후원금을 되찾기에 가장 어려운 경우입니다. 당신도 혹시 BJ의 달콤한 말에 현혹된 적은 없으신가요?

C 씨는 BJ의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 50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하지만 BJ는 만남을 거부하며 "그냥 팬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발뺌했습니다.

사기죄 입증의 높은 벽

더 근본적인 문제: 법의 사각지대

후원금 환불을 위한 법적 대응은 사기죄 고소가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BJ가 후원을 받을 당시부터 공약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시청자를 기망했음을 후원자가 입증해야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BJ는 발언을 호의로 해석하거나, 기망 의도를 숨기는 교활한 수법을 쓰기 때문에 사기죄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비싼 선물을 줬는데, 그 연예인이 사적으로 연락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선물을 돌려받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면, 비록 어렵더라도 법적 대응을 시도해볼 수는 있습니다. 방송 녹화나 메시지 캡처를 통해 BJ의 구체적인 약속 내용을 확보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유사 사례를 찾아보세요. BJ의 기망 의도를 보여주는 정황과 함께 정신적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 진행하여 BJ 측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이러한 '엑셀 방송' 형태가 사행성 콘텐츠에 대한 입법적 규제나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엑셀 방송의 '경쟁 유도'와 '유사 연애 마케팅'은 후원자들을 도박 중독과 유사한 심리 상태로 내몰지만, 현행법으로 BJ나 플랫폼을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엑셀 방송은 현행법상 '도박'으로 직접 규정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금전적 이득을 얻는 주체가 후원자가 아닌 BJ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 규제를 하고 있으나, 연 수백억 원의 수익 앞에서 규제는 무력합니다. 한계에 온 자율 규제 대신 일일 후원 액수 제한을 강화하거나, 사행성을 부추기는 경쟁 시스템 자체에 대한 입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후원금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BJ와 플랫폼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처럼 사회적 감시와 압박을 통해 이러한 유해 콘텐츠를 근절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과도한 후원은 가정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

가족의 경제적 안전 위협받는다면 전문가 상의 필요

결론적으로, 별풍선 후원금은 미성년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BJ에게서 돌려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러한 위험 시스템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중독이 확인될 경우 위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법적 솔루션을 따라 신속히 대응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도한 후원은 결국 본인과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경제적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 변호사와 상의해보시기 바랍니다.

CREDIT INFO

글 이루리 변호사(이루리법률 사무소 대표)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대형 로펌과 사업 경험을 바탕 삼아 민사·상속·이혼 법률 문제를 주력으로 다룬다. 또 다수 기업의 자문 및 형사, 노동 이슈까지 섭렵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변호사로 유명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