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친구’ 시진핑… 각국 왕들 초청해 외교 카드로
서방 진영 견제 돌파구로 활용
중국이 세계의 군주들을 잇달아 초청하며 ‘왕실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은 13일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태국 국왕의 중국 방문은 처음이다. 전날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했다. 스페인 국왕의 방중은 2007년 후안 카를로스 1세 이후 18년 만이다.

왕실 외교는 서방의 견제를 돌파하기 위한 중국의 외교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은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3년부터 미국·유럽연합(EU) 등 자유 진영 지도자들보다 의전 효과가 확실한 권위주의·군주제 국가 지도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각국 군주들도 중국에서 환대받는 장면을 통해 국내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민감한 현안은 정치적 실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비켜 갈 수 있어 시진핑의 초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펠리페 6세의 방중은 EU가 중국을 상대로 반보조금 조사 등의 압박 조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스페인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양국이 경제·무역·과학기술·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 문서 10건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서방의 반발을 고려해 총리 대신 국왕이 나서서 중국과 경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태국의 경우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재위 1946~2016) 전 국왕이 미국을 두 차례 방문했지만 중국은 방문하지 않았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2016년 즉위 이후 지난 4월 부탄 방문이 유일한 공식 해외 일정이었다. 이번 방중은 태국 내부적으로 군부·정부·왕실 간 권력 지형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역시 자국 기업의 우회 생산·투자 거점을 마련하고, 범죄 단속 협력을 위해 태국과 손잡고자 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수교 이후 태국 국왕의 첫 중국 방문”이라며 “양측이 양국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과거에도 ‘왕실 외교’를 활용해 중동·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를 넓혀왔다.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문했을 때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공급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지난해 5월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의 방중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진핑이 각국 국왕과 잇달아 회담하는 모습 자체가 중국 내부에서 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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