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조 규모 글로벌 ‘사모 대출’ 시장에 경고등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 등이 돈을 모아 기업에 직접 대출해 주는 ‘사모 대출’ 규모가 크게 불어난 가운데 시장에서 잇달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사모 대출 규모가 2조달러(약 2946조원)를 넘어서며 몸집이 커졌지만 다수의 중복·부실 대출이 드러나며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부실 주택담보대출이 촉발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실 대출’ 바퀴벌레와 비슷”
사모 대출의 위험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자동차 대출 회사 ‘트라이컬러 홀딩스’와 사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한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브랜즈’가 지난 9월 연이어 파산하면서 드러났다. 두 기업이 무리하게 대출을 해주거나 받을 수 있게 한 대출 상품이 사모 대출이었다. 국제금융센터는 13일 보고서에서 “두 업체의 복잡한 부채 구조와 사기 의혹 등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선 이들의 파산이 개별적 사건인지 아니면 구조적 취약성의 징후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고 자동차 판매와 자동차 대출을 모두 취급한 트라이컬러 홀딩스는 사모 대출을 활용해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자동차 대출을 해줬다. 문제는 같은 채권을 담보로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중복 대출 행태는 수년간 발각되지 않다가 올해 들어 연체율이 급등하고 대출 부도가 불어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퍼스트브랜즈는 부품 판매 미수금을 중복 담보로 맡기고 여러 사모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이를 두고 최근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어딘가에 더 있다는 뜻”이라며 시장 전반에 드러나지 않은 부실 대출이 산적한 상태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 대출을 받는 회사 중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다. 채무자의 연체나 부도 위험이 비교적 큰 반면 사모 대출을 집행하는 운용사는 시중은행에 비해 담보 중복 활용 같은 불법 행위를 걸러낼 역량이 부족하다. 주식시장처럼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지거나, 은행처럼 내부적으로 엄격한 대출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구조도 아니다. 사모 대출 운용사가 기업 자료를 검토하고, 중소 신용평가사에 평가를 맡기기만 하면 된다. 입맛에 맞는 신용평가사를 찾아다니며 ‘신용 쇼핑’을 하거나 부실이 은폐되기가 쉽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연상케 하는 구조다.
◇사모 대출 막후엔 은행도 자리 잡아
이 같은 부실 우려에도 사모 대출은 관대하게 집행돼 왔다. 금융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600억달러 정도였던 사모 대출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2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은행보다 심사가 느슨하고 신속해 선호하는 기업이 많은 데다 대출해 주는 금융회사 입장에선 금리가 비교적 높아 짭짤한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 지급을 유예했다가 추후 원금에 합산해 갚도록 하는 ‘PIK(payment-in-kind)’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사모 대출 중 PIK 비율은 지난 2022년 6~7% 선에서 올해 들어 11%까지 상승했다. 빚을 천천히 갚되, 더 많이 갚도록 하는 것이라 향후 부실 우려만 키우는 방식이다.
사모 대출 막후에 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은행들은 사모 대출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사모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간접적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이 사모 대출을 포함한 비은행 금융기관에 내준 대출 잔액은 1조705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는 “최근 사태는 사모 대출 시장의 위험한 관행을 드러낸 경종이다. 최근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한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사모 대출
자산운용사·사모펀드 등 은행이 아닌 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대출을 뜻한다. 주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이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 대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규모가 대폭 늘었다. 대출 심사 기준이 비교적 느슨해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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