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충청 몰린 ‘초고압 송전탑’ 추진…주민들 “수도권 에너지 식민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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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 위해 지역 주민과 농촌을 희생시키려는지 묻고 싶어요."
허그루(36) '초고압 송전선로 반대 곡성군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곡성군에서 추천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한테 추진 경과를 제대로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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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 위해 지역 주민과 농촌을 희생시키려는지 묻고 싶어요.”
허그루(36) ‘초고압 송전선로 반대 곡성군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곡성군에서 추천한 입지선정위원회 위원한테 추진 경과를 제대로 듣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앞서 전남 화순∼곡성 약 41㎞ 구간엔 154㎸ 송전선로와 2차 곡성 변전소를 짓기 위해 입지선정위원회가 꾸려졌다. 발전소 및 송전선로를 건설하려면 ‘전원개발촉진법’(1978)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최적 경과대역’을 결정한다.
정부가 초고압 송전선로 및 변전소 건설 99개 사업을 국가전력망 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하면서 이들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역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2036년까지 추진하는 신규 송전·변전소 건설 99개 사업 가운데 4건은 시공 단계에 들어갔고, 실시계획은 6건, 입지선정 단계는 49건 등이다. 건설 완료 목표 시점은 2038년이다.
이들 사업은 호남·충청권에 몰려 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99개 사업은 호남·충청에서 생산한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2023년 3월 경기 용인에 10GW(기가와트) 분량의 전기가 필요한 국가산업단지를 짓겠다고 발표한 게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회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는 345㎸(34만5천볼트) 고압 송전선 70개 노선과 변전소 29개 건설을 결정했다. 국가전력망 사업 지정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국가전력망 특별법) 절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가전력망 특별법이 사업 속도를 내는 데만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국가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되면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 인허가 절차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전력망 특별법 제정에 모티브를 제공한 독일은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2015년 ‘전력망 확대법’을 개정해 2500㎞ 중 약 700㎞ 구간을 지중화하기로 약속했다.
이정현 송전탑백지화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독일에선 주민을 사전계획 단계부터 참여하게 했지만 한국에선 변전소의 점을 먼저 찍어 놓고 송전선로 입지를 결정하려고 한다”며 “독일의 ‘귤’이 한국에 와서 ‘탱자’가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북과 충남, 충북지역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에 나섰다. 광주·전남지역 시민환경단체도 지난 11일 대책위 구성 문제를 논의했다. 다음달 서울에선 전국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준) 출범식이 열린다. 환경단체에선 “용인에 삼성 반도체 국가산단을 건설하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전력은 “국가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인허가 관련 사항이 국가전력망 특별법에 반영됐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송전선로 최적 경과대역을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각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태양광·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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