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사고 8일…사투 끝 숨진 노동자, 이제야 사과한 사장
경영진 “구조 우선하다 보니 사과 늦어”…관리 부실 여부 무응답

“D구역, 구조 완료. 수습하겠습니다.”
13일 오전 1시18분쯤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에서 짧은 무전 한 줄이 울렸다. 금속 잔해들을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한순간 멎자 현장 공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았다. 8일째 철골 더미 아래 갇혀 있던 서른 살 김모씨가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철제 구조물이 빽빽하게 엉킨 4~5m 틈에 매몰돼 있었다. 구조당국은 사고 직후 위치를 확인했지만, 거대한 H빔 등에 가로막혀 접근하지 못했다.
김씨는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를 맡은 발파 전문업체 코리아카코의 기술부서 소속 직원이다. 매몰 피해자 가운데 가장 젊은 그는 이번 사고 피해자 중 유일한 정규직이다. 40~60대 일용직 건설노동자와 함께 타워 25m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으로 기울어진 5호기의 상부 구조물을 고정한 뒤 하부에서 구조 인력들이 철 구조물을 제거해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김씨 시신을 수습했다. 5호기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채 넘어져 있어 구조 작업 도중 상부 구조물이 추가 붕괴할 위험이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사고 후 잇따라 마련된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피로가 짙게 내려앉았다. 다른 매몰자의 구조 작업이 길어지면서 유족들은 말 대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사고 6일째인 지난 11일 울산 남구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60대 김모씨의 유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보일러 타워 6호기 쪽 입구 3~4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남동생(61)은 “사고 이틀 뒤 소방에 형 이름을 대며 물었더니 ‘지문은 확인됐는데 구조물에 낀 상태라 미동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우리 가족 일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여동생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영정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7남매 중 여섯째로, 20년 넘게 울산 일대 공사 현장에서 일한 용접 기능공이다. 그는 이날 수습된 김씨와 마찬가지로 25m 높이에서 발파 해체 전 취약화 작업을 하다 숨졌다. 그의 동생은 “일용직이니 이곳에서 일한 건 길어봤자 2~3일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날 오전 김모씨(44), 이모씨(60)의 빈소에도 침묵만 흘렀다. 어린 두 딸의 아버지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구조물 사이에 팔이 낀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김씨는 구조대원으로부터 진통제 등을 맞으며 버텼으나 지난 7일 새벽 끝내 숨졌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동서발전의 권명호 사장과 시공사인 HJ중공업 경영진은 이날 사고 발생 8일째에야 공식 사과했다. 두 회사는 구조가 우선이라는 이유를 대며 사과가 늦었다고 했다. 사고 책임의 범위 및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지난 6일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로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이날 오후 현재 매몰자 중 6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김현수·백민정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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