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노동유산… 경기도엔 없는 ‘전태일의 자리’

유혜연 2025. 11.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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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노협 출범지’ 등 안내 전무
기념관 등 보전사업 서울시와 대조

지난 1990년 1월22일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창립대회가 열렸던 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캠퍼스. 외관은 리모델링을 거치며 붉은 벽돌 흔적이 사라졌지만, 내부 벽면에는 벽돌 마감이 남아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3일 전태일 열사 55주기를 맞았지만 경기도 내 노동운동 현장은 기록도 기념도 없이 사라지는 상황이다.

이날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 따르면 지난 1990년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출범한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11월7일자 10면 보도)에는 창립 35년이 됐지만 이를 기념하는 표식 등은 전무하다.

1980~90년대 격렬한 노동투쟁이 벌어진 안양·안산 등도 마찬가지다. 1991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던 박창수 열사가 안기부의 고문에 의문사한 후 경찰·백골단이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강제로 탈취한 안양병원 등 굵직한 사건 현장도 자취를 알리는 표지 하나 없이 도심 속에 묻힌 실정이다.

주요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하면 경기도의 대응은 미흡하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노동기념공간·기억길 사업을 추진해왔다. 청계천 일대에 ‘노동인권의 길’을 조성하고 평화시장·전태일기념관 등 노동유산을 보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정치권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유호준(민·남양주6) 도의원은 “1987년 6월항쟁은 부마·광주 등 지역민주항쟁의 흐름 속에서 가능했지만, 각 지역의 민주주의 기록과 공간은 여전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도 차원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과 공간을 보존하고 기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경제의 밑받침이자 사회변혁의 주체였던 노동을 기억하고 미래를 고민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기록을 찾고 기억하는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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