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관저로 옥새 보관함 ‘포장 이사’…조선왕실 공예품 9점 줄줄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고종과 명성황후 처소인 경복궁 건청궁에 다녀간 다음 날 대통령비서실이 건청궁에 있던 왕실 공예품 대여를 직접 문의해 빌려 간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공예품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2023년 3월1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운송업체와 함께 건청궁을 찾아 주칠함과 보안, 보함, 백동촛대, 사방탁자 등 9점을 포장했다. 이후 가져가 놓은 곳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는 한남동 관저였다.
김 의원실은 “건청궁 (공예품) 9점을 관저로 가져갔고, 그 앞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하얀 건물에 내려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후 안에 있는 (관저) 직원들이 알아서 해서 내부 어디에 배치됐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이후 국가유산청 전승공예품 은행에서 빌린 공예품들도 마찬가지로 관저 안 같은 곳에 내려놓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3년 3월5일 오후 5시께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을 방문해 내부 관람이 제한된 건청궁 안에 들어갔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명성황후 침전인 곤녕합에 들어가 단둘이 10분가량 머물렀다고 한다.
이튿날인 3월6일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는 당시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에게 전화해 ‘건청궁의 공예품을 빌릴 수 있냐’고 물었다. 이후 8일 뒤인 3월14일 공예품 9점을 가져가 한남동 관저로 옮겼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가 김 의원실에 밝힌 내용이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이 궁능유적본부에 보낸 공문을 보면, 대통령비서실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 홍보’를 대여 목적으로, ‘대통령실 주최 국가 주요행사용 물품 전시’를 활용 계획으로 기재한 바 있다.
건청궁의 공예품들은 진본을 대신해 전시할 목적으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와 이수자 등 전승자들이 제작한 재현품이다. 전승공예품 선정·대여 업무는 통상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학예연구사들이 전담하는데, 이렇게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특정 궁궐의 공예품 대여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관저로 옮겨진 공예품은 △보안 2점 △보함 2점 △주칠함 2점 △백동 촛대 1점 △사방 탁자 2점 등 9점이다. 보안은 어좌(용상) 앞에 두는 탁자로 의례용 인장인 어보를 올려두는 용도로 쓰였고, 보함은 왕실에서 옥새 등의 중요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공예품이다. 주칠함의 경우 붉은색, 즉 왕을 상징하는 색으로 칠한 상자로 궁궐에서만 사용하던 물건이라고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인 지난 4월15일 9점을 모두 궁능유적본부에 반환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2025년 재임 기간에 11번에 걸쳐 궁능 유산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공식행사 일정도 있었으나, ‘건청궁 방문’처럼 비공식 방문도 있었다. 특히 김 여사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함께 휴궁일인 2023년 9월12일 경복궁을 방문해 국보 223호인 근정전에 들어간 뒤 어좌에 앉은 게 뒤늦게 드러나 ‘사적 유용’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금거북이를 김 여사에게 건네고 위원장직을 매관매직한 혐의로 이날 특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공예품을 관저로 가져갔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여사 법률 대리를 하고 있는 유정화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모두 국빈·외빈 접견 등 공식 외교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며 “하얀 단층 건물 역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관저 내 리셉션, 응접 행사 등을 위한 업무동”이라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해당 물품들이 마치 개인 소장품처럼 임의로 좌지우지되었다는 뉘앙스는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업무동과 주거동으로 나뉜 관저 어디에 물품들을 놓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건청궁 전시품과 공예품을 관저 내 어디에 뒀고, 무엇을 했는지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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