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안군 떠나는 공무원] 한계에 부딪힌 섬 행정 "현실적 보상 절실"

박장균 기자 2025. 11. 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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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된 수당, 무너지는 사명감 [하]
관사 정비·복지예산 제자리 수준
섬 근무 특수지 수당 20년째 동결
"젊은 세대들 고립감에 더 취약해"
"‘수당 현실화’ 인력난 해법될 듯"
전남 신안군청 권현오(58) 행정지원과장.

"젊은 직원들일수록 섬 근무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문화생활이 단절된 환경에서 근무와 생활을 병행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 입니다."

전남 신안군청 권현오(58) 행정지원과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섬 지역 공무원의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섬 지역은 지금도 해가 지면 캄캄한 시골이고,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며 "젊은 세대는 도시 문화에 익숙해 이런 고립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지자체다. 행정의 손길이 닿아야 할 면사무소만 14곳에 이르고, 아직도 배편을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 그러나 근무 여건은 여전히 20~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 과장은 "섬 간 다리가 연결되며 일부 접근성은 나아졌지만, 비금·도초·흑산권역은 여전히 배에 의존해야 한다"며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배가 끊겨 주말에도 집에 가기 어렵다. 새벽에 배가 뜨면 그에 맞춰 출근해야 하고, 휴일 계획도 바다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근무 환경 속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할 과제로 '관사 노후화'를 꼽았다. 그는 "하의면만 보더라도 30년 넘은 관사가 6동, 15년 이상 된 곳이 31개 중 22개다. 일부 섬은 관사가 부족해 전세를 얻어 생활하기도 한다"면서 "깨끗하고 시설 좋은 관사를 제공하고 싶어도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건축 자재 반입이 어렵고, 예산도 빠듯해 정비가 쉽지 않다"고 했다.

권 과장은 근무 여건 개선의 출발점은 주거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사는 단순히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니다. 하루를 버티고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공간"이라면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물이 새는 방에서 일주일을 보내면, 그 자체가 심리적 피로가 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에 비해 보상 체계도 턱없이 낮다. 권 과장은 "섬 근무자에게는 특수지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흑산·홍도·가거도는 6만 원, 비금도·증도·병풍도는 4만 원 수준"이라면서 "이 금액이 20년째 동결돼 있다. 물가가 수차례 오르고 생활비는 늘었는데, 수당은 제자리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장기근속자에게 5년 5일, 10년 10일, 30년 20일의 특별휴가를 주고 있지만, 섬 근무자만을 위한 별도 인센티브는 없다. 그는 "모든 직원이 순환근무를 하는 구조라 섬 근무자만 따로 보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섬에 가야 한다는 전제라면, 그만큼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수당 현실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예산과 절차상 제약이 있더라도 물가와 생활비 상승에 맞춰 단계적으로라도 조정해야 한다"면서 "공무원이 섬 근무를 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구조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정주 여건과 보상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섬 근무의 의미를 되짚었다. 권 과장은 "신안은 낙후된 지역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지역이다. '1섬 1정원', '1섬 1뮤지엄' 사업을 추진하며 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자신의 노력이 주민 행복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섬 근무는 분명 쉽지 않지만,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