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부장검사, 정성호 저격... “지시한 적 없다? 깡패 두목 수법”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한 데 대해 정성호 법무 장관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이를 두고 “깡패 두목이나 행동대장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수법”이라며 “진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시라”고 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 임풍성 형사3부장은 지난 11일 저녁 검찰 내부망에 「검사의 명예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말했다. 임 부장은 “장관님,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다 하셨다”며 “도대체 그 ‘신중’은 무엇을 말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제 수사 경험상 깡패 두목이나 행동대장들이 빠져나가려고 할 때 ‘나는 지시한 적 없다. 밑에서 하겠다고 하니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다. 이어 정 장관에게 “지위에 걸맞게 진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시라. 그렇게 안 하실 거면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말했다.
임 부장은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정진우) 검사장님께선 ‘거친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떠내려가지 않도록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앵커(닻)가 바로 검사’라고 하셨다”며 “후배 검사 중 그 누구라도 앵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면, 검사장님도 언제든 같이 하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사장님은 앵커 역할을 하셨느냐. 제가 볼 땐 아닌 것 같다”며 “(저는) 부끄럽다. 검사장님도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말했다. 대검의 항소 포기 지시를 그대로 수용한 정 지검장의 결정이 잘못됐단 얘기다.

이 밖에도 임 부장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노 대행은 전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또 “‘그 외 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셨느냐”며 “누군가가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결되지 않을 엄청난 사태”라고 임 부장은 지적했다. 주요 사건의 보고 라인에 있는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차관,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임 부장은 사법연수원을 38기로 수료한 뒤 광주·수원·전주지검 등 수사 일선에서 일했다. 2023년 9월 살인 등 강력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으로 부임했고, 지난 8월 인사에서 광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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