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와 한남은 사랑할 수 있을까… "연애 힘든 남성은 이 책에서 힌트 얻길"
민지형 작가 "페미니스트, 남성과의 관계 고민"
"요즘 여성에게 '너 페미야?' 질문은 의미 없어"

"'82년생 김지영'이 결혼하기 전 이 책을 읽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민지형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나미페) 대만판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젠더 갈등이 극심했던 2019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책은 헤테로(이성애자) 페미니스트 여성의 연애를 다룬 화제의 소설. 7쇄를 찍고 대만,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로도 판권이 팔려 K페미니즘 소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6년 만에 새 옷을 입은 개정판이 최근 나왔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페미'와 '한남'의 사랑은 가능할까.

첫사랑이 메갈이다… 그녀를 '구출'할 수 있을까
1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 작가는 "아시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은 페미니즘이 널리 퍼진 만큼 백래시도 너무 세서, 지난 6년간 사회가 크게 나아졌다고 여성들이 느끼기 어렵다"며 "소설 속 남녀처럼 지지고 볶고 고민하고 싸우면서 연애할 바에는, 그냥 안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비(非)연애·비혼 목소리는 더 커졌다. 동시에 연애에 대한 욕망도 계속 존재한다. 페미니스트에게도 헤테로 연애는 풀기 어려운 난제.
민 작가는 "남자들 앞에서는 '나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하는 게 어렵고, 페미니스트들 앞에서는 '나 남자친구 있다'고 말하는 게 어려웠다"며 "어디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나미페'를 쓴 이유다. '나미페'의 일본판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사랑도 권리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연애를 하든 안 하든 소설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로를 다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대화하며 곁에 있고 싶고, 닿고 싶어 분투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나미페'는 드물게 남성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 잊을 수 없던 첫사랑 그녀가 4년 만에 '메갈(급진적 페미니스트)'이 돼 나타났다는 설정. 더 많은 남성 독자들에게 소설이 가닿았으면 하는 게 민 작가의 바람이다. 그는 "여자친구와 젠더 관련 갈등을 겪거나 연애가 어려운 남성이 읽고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상에 필요한 시끄러운 소리 계속 내겠다"
'나미페' 개정판을 출간한 곳은 라우더북스다. 민 작가가 지난해 5월 차린 1인 출판사. 세상에 필요한 시끄러운 소리들을 담은 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듣기 싫은 얘기를 하면 '시끄럽다'는 말로 받아치는 것 같다"며 "날카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라우더북스의 첫 책은 올해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였던 페미니즘 앤솔러지 시리즈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다. 민 작가와 임소라, 류시은 작가가 쓴 단편소설과 정재윤, 미역의효능, 들개이빨 작가의 만화 등 총 6편이 실렸다. "여자를 때렸거나, 죽였거나, 성폭행했거나, 디지털 기술로 능욕했거나, 차별했거나, 부당하게 대우한" 남자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런 얘길 하면,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남자도 너무 많다"('작가의 말')는 현실을 겨눈다.
책은 출간 8일 만에 중쇄를 찍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두 번째 앤솔러지도 내년 여름 출간을 준비 중이다. 헤테로 페미니스트 여성이 남성과의 연애에서 갖는 이중적인 마음을 다룬다. '이성애의 비극'을 다룬 번역서 출간도 예정돼 있다. '나미페' 속편도 언젠가는 꼭 내놓을 계획이다.

라우더북스는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을 기록하고 질문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민 작가는 "사실 요즘 젊은 여성에게 '너 페미야?'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냥 다 페미니스트라고 봐도 될 거예요. 남성들이 정말 많이 오해하는데 페미니즘은 '남자를 배척하자'는 사상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이거든요. 너무 당연해서 굳이 입 밖으로 내어 말할 필요도 없죠. 남성들이 이 현실을 인정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거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한 걸음이 될 겁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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