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탈포털'의 시대가 닥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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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러나 진짜 포털에서 해방됐을 때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생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이는 당장은 독자들에게 어색할 수 있으나, 탈포털 시대에 대비하는 선제적인 조치이자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의 핵심 전제가 된다.
피할 수 없는 '탈포털'의 시대가 닥쳤을 때, 지역 언론에 남겨질 것은 절망적인 생존 경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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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주말 아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홈페이지 헤드라인 기사가 도통 바뀌질 않는다고 했다. 목 끝까지 덮은 이불을 걷어내야 할 시간. 머리맡의 휴대전화를 더듬어 찾았다. 검은 방 안에서 블루 라이트가 번쩍였다. 눈을 반쯤 뜬 채 문제를 해결했다.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 친구를 만날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짬이 날 때마다 회사 SNS에 기사를 공유하고 홈페이지 헤드라인 기사를 갱신했다. 그런 나를 본 친구들은 “기자 아니랄까 봐”라며 웃었다. 주말에도 촉을 세우고 있는 기자로 보였을 것이다. 사실 으레 생각하는 취재기자의 일은 아닌데 말이다. 수년째 뉴미디어부에 복무하다 보니 이런 일상이 익숙해졌다.
업무는 점점 벅차다. 뉴미디어라는 큰 틀 아래 SNS, 홈페이지, 영상 등 세부 분야가 갈라져 나왔고, 이 분야들은 갈수록 정교하고 전문화된다. 예전 SNS는 유행하는 플랫폼 한두 개만 챙기면 됐고, 콘텐츠 하나를 여러 채널에 돌리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 전부였다.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성과 검증을 통해 과학적으로 개선하는 SNS 전문가가 따로 있다. 홈페이지 편집도 단순히 기사 가치를 판단해 배치하는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중요도 순이 아닌, 웹사이트 사용자 경험 분석을 통해 트래픽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처럼 문어발식 업무를 하는 기자가 해내기는 어려운 전문 영역이다.
서울의 대형 언론사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각 영역별 전문가를 고용하며 뉴미디어 대응이 나날이 정교해진다. 반면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지역 언론은 전문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 언론 뉴미디어 업무는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업무 영역이 저널리즘, 마케팅, 프로그래밍을 넘나들지만, 각 영역을 전담할 팀은 없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세부 영역을 뉴미디어부 기자 몇 명이 모두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뉴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지역 언론에 기회가 열린 줄 알았다. 윤전기를 돌리지 않아도 정보를 '공짜'로 유통할 수 있어, 규모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 낙관했다. 하지만 트래픽 확보와 독자 유입 전략은 점차 고도화됐다. 재기발랄한 지역 언론의 시도들은 단발성에 그쳤고, 지역 언론은 또 다른 장벽 앞에 멈춰 섰다.
실무자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탈포털'의 미래다. 지역 언론은 당위적으로 마땅히 탈포털을 주창해왔다. 그러나 진짜 포털에서 해방됐을 때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생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서울 언론은 철저한 분업화와 전문 인력 배치로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할 유인책을 만들어낸다. 중앙일보를 필두로 서울 언론들은 하나둘씩 디지털 멤버십제와 로그인을 해야 기사를 볼 수 있는 로그인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당장은 독자들에게 어색할 수 있으나, 탈포털 시대에 대비하는 선제적인 조치이자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의 핵심 전제가 된다. 한발 앞서 나가는 셈이다.
반면, 지역 언론은 포털 다음에 대거 입점하면서 탈포털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포털 종속이 심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자 유입을 위한 전문가가 없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포털의 울타리는 탈출해야 할 감옥이 아닌 관성적으로 의존해야 할 '안전 영역'으로 인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서울 언론이 포털을 떠나고, 포털이 뉴스 서비스 제공을 포기한다면 지역 언론은 거대한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을까? 대다수 지역 언론은 무방비 상태다. 피할 수 없는 '탈포털'의 시대가 닥쳤을 때, 지역 언론에 남겨질 것은 절망적인 생존 경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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