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재용 회장님께' 의견광고 의뢰 취소 까닭은
호소문 의견광고 응하고 대금지급 마친 뒤 최종 거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어 거절, 정상적 절차 거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한겨레가 지난 9월 '이재용 회장님께'로 시작하는 호소문 형태의 의견광고 게재에 응하고 대금 지불을 마친 뒤 최종 거절 통보한 사실이 알려졌다.
한겨레 등 취재에 따르면 한겨레는 지난 8월26일 광고 의뢰를 받아 게재 결정을 통보하고 의뢰인으로부터 대금 5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담당 본부장·국장단 회의와 임원회의를 거쳐 최종 거절했다. 의뢰된 광고는 '존경하는 이재용 회장님께'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호소문 형식 의견광고다.
광고 문안엔 창원 시민 A씨가 삼성의 충성 고객임에도 온·오프라인을 통한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굵은 글씨로 “삼성은 다를 것이다. 회장님이라면 분명히 들으실 것이다”라며 “삼성이 만들어 낸 이익은, 한 사람의 고객이 흘리는 눈물을 외면해도 될 만큼 충분한 것인지요”라고 쓴 표현이 담겼다.
한겨레가 둔 '한겨레신문 광고 게재 준칙'에 따르면, 한겨레는 △허위·과장(거짓·불확실한 표현·과장으로 독자 현혹) △법률로 금지된 광고(선거법·국민건강증진법 등) △범죄행위 관련 광고 △타인의 권리 침해 △차별적 표현 △저속한 표현 △신문 신뢰를 크게 저해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를 거절할 수 있다. 광고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엔 편집인·담당 임원·논설위원실장·편집국장 등 7인이 참여하는 광고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광고 게재 번복 사실은 광고 의뢰자가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관련 사실을 공개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한겨레 내부 일각에선 '국내 언론사들의 최대 고객'인 삼성과 연말 광고 거래를 염려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 광고사업본부장은 11일 미디어오늘에 “의뢰한 광고가 실리지 않은 것은 광고사업본부 임원·국장단 회의와 임원회의 등 회사의 정상적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며 “그 과정과 이유 등을 의뢰자에게 성심을 다해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해당 본부장은 광고 결정과 최종 거절 경위를 두고 “의견광고 담당자가 지난 8월26일 광고사업국 간부에게 보고했고 이 간부는 담당자에게 광고를 싣겠다며 의뢰자에게 전하라고 해서 광고비는 500만원이며 9월2일자 신문에 실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과정이 광고사업본부 책임자인 저나 광고사업본부 부본부장에게 전혀 보고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뒤늦게 부본부장이 8월27일 오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제게 보고했고, 저는 바로 광고사업본부 임원·국장단 회의(본부장·부본부장·국장·부국장)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겨레에서 대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광고를 제외하면 국장 선의 확인만 거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본부장은 “의뢰자가 게재를 의뢰한 의견광고는 삼성전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인데, 광고 문안에 무슨 이유로 불만을 갖게 됐는지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독자들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광고를 싣는다는 것은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뢰자가 전화 통화가 어렵다며 문자로 달라고 해, 게재를 의뢰한 광고를 싣지 않기로 한 의사결정 과정과 이유 등을 설명했고 이후 장례식장에서 밤 11시 넘어까지 의뢰자와 27통의 문자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이후 의뢰인이 요청하지 않은 금액을 추가로 송금한 뒤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광고심의위를 열지 않은 이유로는 “사규상 광고사업본부에서 자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광고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심의위에 심의 요청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고사업본부 판단으로 게재 거절한 사례로 고 문선명 통일교 창시자와 고 홍일식 고려대 총장 추모 광고, 어민단체들이 오염수 방류 비판을 '선동가들의 괴담'으로 표현한 광고를 들었다.
한겨레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선전하는 교육부 의견광고를 실었다가 논란이 되자 사원 토론을 거쳐 광고심의위 기구를 신설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겨레는 이때 3000만 원에 이 광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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