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전개의 '마지노선'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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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선명해 보였던 한국의 갈등 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옛날 옛적 중국 전국 시대의 난립기처럼 변해가고 있다. 선명했던 '내란 청산'의 전선이 빠르고도 깔끔하게 전개되던 와중,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여당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수박'이라고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장동 일당의 비리를 처벌할 수 없고, 이익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마침내 이 희귀한 공리가 파괴되고야 만다면? 이는 근 10여 년간 극도의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 정치사에서 또 다른 갈등 폭발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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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선명해 보였던 한국의 갈등 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옛날 옛적 중국 전국 시대의 난립기처럼 변해가고 있다. 선명했던 '내란 청산'의 전선이 빠르고도 깔끔하게 전개되던 와중,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여당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수박'이라고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터진 대장동 1심 항소 무산으로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은 서로를 겨누는 진실게임을 벌인다. 동서남북으로 분주히 싸움이 한창인 와중, 한 켠에서는 '같은 편'인 줄 알았던 백해룡 경정이 임은정 검사장을 공개 저격하고 있다.
1.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비리는 나쁘고, 처벌돼야 한다.
2. 이들의 부당이익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이득의 상당액은 환수돼야 한다.
이 두 명제는 지금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는 그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공리'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국회와 언론 앞에서 '항소 포기로 개발업자들의 이익 환수를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는데, 이는 곧 대장동 업자들의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고, 또 환수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장동 일당의 비리를 처벌할 수 없고, 이익을 환수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마침내 이 희귀한 공리가 파괴되고야 만다면? 이는 근 10여 년간 극도의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 정치사에서 또 다른 갈등 폭발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노선: 대장동 개발업자 배임죄 면소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업자들과 명확하게 선을 그어왔다.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공개발의 성격이 짙은 사업인데 김만배를 위시한 민간업자들이 부당한 수단을 동원해 이득을 취한 것이고, 오히려 당초 민간업자들이 유리한 구조의 사업을 짜준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과의 유착이 의심된다고 강조해 왔다. 부동산 투기와 부당 개발 이득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수천억 원대 개발 이익을 남긴 업자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기는 건 어느 정치 세력에게도 치명타가 될 일이다.
조용한 마지노선 붕괴의 조력자들

하지만 의외로 이 갈등의 마지노선은 꽤나 조용하고도 별일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란과 김건희 여사 부패 관련 이슈는 끝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여당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야당의 대표는 당선 직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면회하고 "이재명 탄핵"을 외친다. 그런가 하면 야당의 중진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 부인이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을 두고 "100만 원 짜리가 무슨 뇌물이냐"는 발언을 사석도 아닌 라디오 방송에서 내놓는다.
인간의 도덕 감정에는 한도가 있다. 부정의(不正義) 위에 또 다른 몰상식과 부정의가 끊임없이 끼얹어진다면, 시시비비를 가릴 국민들의 정신적 에너지는 마침내 고갈돼 버리고야 말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당의 정치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세력이 지금처럼 무기력하다면,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법률적 면죄부를 받고 수천억의 돈을 챙겨가는 일이 생긴다 해도, 대중들의 분노는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이내 지나가고 말 것이다.
공리가 무너진 세상의 미래

가장 우려되는 건 최소한의 '공리'가 무너진 뒤에도 그것을 무너뜨린 이들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권력을 운용하는 이들의 무절제가 감시자들의 한없는 무능과 맞아 떨어지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때, 최소한의 명분도 필요 없이 힘만 있으면 모든 게 허용되는 '정치 종말의 세계'는 마침내 찾아온다.
그렇다면 그 종말론적 미래에서 당장 권력을 갖고 있는 세력은 영원히 행복할까? 한때 60만 대군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가 지금은 전직 장성과 법정에서 '소맥' 타던 상황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윤 전 대통령 모습은 이 질문에 대한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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