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뜻 거슬렀나?” 개발 위주 산불특별법의 탄생

경상북도는 9월29일 ‘산불극복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바라보는 산에서 돈이 되는 산으로,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라는 비전 아래 총 38개 전략사업을 선정했다. 경북 안동시에는 골프장 등 산림휴양단지와 케이우드(K-WOOD) 목재산업 지구를, 의성군에는 스마트 과원(果園)을, 청송군에는 골프레포츠단지를, 영양군에는 산채(山菜) 스마트팜 단지와 리조트를, 영덕군에는 송이버섯 스마트밸리와 골프장·리조트 등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불 피해지를 중심으로 휴양시설과 각종 스마트 사업 단지를 만들겠다는 ‘재창조’ 계획은 10월28일 공표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산불특별법)’을 근거로 마련됐다. 산불 재난 관련 최초의 특별법인 산불특별법은 9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0월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산불특별법 공표 이후 주요 언론에서는 ‘피해 주민 지원’이 본격화됐다며 긍정적 보도를 내놓지만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불교환경연대 등 131개 시민·환경 단체는 10월22일 ‘산림 난개발’을 부추기는 산불특별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 주민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산불특별법에 각종 개발 특례를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특별법 제32조와 제56조는 산림청장의 권한이던 ‘보전산지 변경·해제’ 등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 시도지사의 판단만으로 골프장 같은 개발사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산림보호구역’도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 산림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위험목’을 임의로 벌채할 수 있는 조항(제30조)과 각종 인허가 규제 완화(제48조) 등을 결합하면 산불 피해 지역이 대규모 개발사업 지역으로 빠르게 전환되리라는 것이 이들의 염려다.
지난봄 영남권 대형산불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산림정책’이 공론의 장에 올랐다. 개발 위주 산림정책 대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산불에 강한 산을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벌목과 임도 건설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물음표를 던지며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9월25일 국회가 통과시킨 산불특별법은 오히려 벌목과 임도 건설을 부추길 법이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국회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산불특별법을 만든 곳은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이하 산불특위)’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임미애 의원(현 경북도당 위원장)이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아 법안 마련을 주도했다. 특위 내에서는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알려지지 않았다. 본회의 통과 당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라고 외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진의를 놓고 여야 간 다툼이 일었을 뿐이다.
세 번이나 나오는 ‘불구하고’
본회의 표결에서 산불특위 소속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은 기권표를 던졌다. 차 의원은 산불특위 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특별법의 문제점을 공개 지적한 의원이다.
차규근 의원은 10월28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산불특별법에는 산불 피해 복구라는 명목하에 난개발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라며 표결에 기권한 이유를 밝혔다. 차 의원은 특히 제56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56조에는 ‘불구하고’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나온다. 예컨대 제2항 ‘산림투자선도사업에 대하여는 산지관리법 제12조 및 제18조에도 불구하고 보전산지에서의 행위제한, 산지의 경사도 및 표고에 관한 산지전용 허가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그렇다. 산지관리법의 규제 조항이 특별법에 따라 무력해지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해당 지구 내 가파르거나 높은 산지도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해진다.

산불특별법 제1조는 산불로 인한 ‘피해 구제’와 ‘피해 지역의 안정과 회복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법안에는 지역개발을 위한 광범위한 특례 조항이 담겼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해볼 때 산불특별법이 ‘개발 특례형’으로 만들어지게 된 데에는 경북 지역 정치권의 요구 탓이 컸다. 산불특위 소속인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피해 지역의 회복을 넘는 재창조 수준으로 개발’을 강조했고,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산불 피해 복구에 대해 “파괴의 미학” “산은 돈이 되지 않아 깎아야 한다”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 광역기초의회 원내대표협의회 역시 “지역사회의 염원이 이룬 소중한 결실”이라며 특별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별법 통과 이후 차규근 의원은 지난 7월 산불특위가 경남 산청 산사태 발생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이 “산불 피해목을 방치하면 산사태가 난다고 하니 빨리 벌목해서 골프장 같은 걸 만들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산사태 발생 지역은 이번 산불 피해지가 아니라 과거 산불 발생 이후 벌목과 조림을 한 곳이었다. 차 의원이 산불 피해목을 함부로 벌목하면 오히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하자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공부 많이 하셨네요”라고 말했다. 당시 ‘조짐’이 이상했다는 것이 차 의원의 술회다.
이후 차규근 의원이 속하지 않은 산불특위 법안소위원회에서 이번 법안을 만들었고, 산불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차 의원은 “산사태와 난개발을 초래하는 독소조항이 있는 법에 찬성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피해 주민 지원에 관한 내용이 담긴 법안에 반대하기도 어려워서 기권표를 던졌다. 모든 게 내 부족함이다”라고 말했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임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안소위에 국민의힘 다수가 참여한 상황에서, 해당 조항(산림특구 지정 등)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관계 부처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난개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도록 법안을 대폭 수정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는 난개발을 더욱 부추기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 임 의원의 해명이다.
아직 개정할 여지는 있다. 국회 산불특위의 활동 기간이 당초 10월 말까지였다가 12월 말까지 2개월 연장됐다. 차규근 의원은 앞으로 정부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 적극 개입할 계획이다. 특별법의 중요 세부 사항이 대통령령에 위임됐으므로 정부를 압박해서 난개발 방지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에서 자발적으로 산불 피해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민간단체의 조사 결과를 반영해 향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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