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푸드 이어 테크까지… 日열도 “일상이 K로 통한다” [심층기획]
남녀노소 모두 “스고이”
입고, 바르고, 먹고 韓소비재 인기몰이
K화장품 수입액, 佛 제치고 1위 차지
‘더 셀렉츠’·무신사 도쿄 팝업 대성황
CJ, 日만두공장… 맘스터치, 매장 확대
문화 협업·DX도 진출
‘한류 원조’ 드라마 협업·합작품 탄생
韓 속도감·日 세밀함 합쳐져 ‘시너지’
무인 렌터카 솔루션·노후 설비 진단
혁신 스타트업들 사업 영역 확장 활발

지난 7일 저녁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 레스티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3일까지 진행하는 ‘2025 더 셀렉츠 도쿄 팝업스토어’의 오프닝 행사장에는 현지 패션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등 약 300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본봄, 잉크, 하가히, 한나신 등 8개 참여 브랜드의 옷을 꼼꼼히 살피던 스타일리스트 쇼코씨는 “일본 옷은 점점 심플해지고 있는데, 한국 옷은 개성 있고 라인도 몸매를 예쁘게 잡아주는 편”이라며 “한국 갈 일이 있으면 한남동 등의 의류매장을 꼭 들러 트렌드를 살피곤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한국 패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라쿠텐그룹의 중고거래 앱 라쿠마가 지난해 7월 실시한 ‘패션을 참고하는 나라’ 설문조사에서 20∼50대 여성은 한국을 1위로 꼽았다.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일본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패션 시장에 신규 진출한 한국 법인은 29곳으로, 지난해 25곳을 이미 넘어섰다.

일본 소비재 시장에서 기세가 가장 강력한 것은 화장품이다. 올해 상반기 일본 수출 상위 15개 품목 중 석유제품, 철강, 반도체에 이은 4위로 떠올랐을 정도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763억엔(약 7262억원)으로 2023년 560억엔(약 5330억원) 대비 36.2% 늘었다. 수입국별로는 2023년부터 프랑스를 제치고 1위다.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 후 선물로 받은 나이트크림은 현재 일본 아마존 데이케어 화장품 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있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연간 누적 방문객 70만명을 기록한 시부야 1호점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도쿄 하라주쿠에 2호점을 낸 데 이어 올해 안에 현지 매장을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일 협업, K혁신도 활발
한국 소비재 업체들이 일본 시장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한류 원조인 드라마에서는 최근 한·일 협업이 두드러진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고시바 후카, 사토 다케루 등 일본 배우가 출연하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본판으로 재탄생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절대 강자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일본 TBS방송이 공동 기획·제작한 드라마 ‘첫사랑 도그즈’처럼 아예 양국 합작으로 만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CJ ENM과 TBS가 2027년까지 드라마 3편 이상, 영화 2편을 공동 제작하기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협력으로 가는 추세다.
거대 내수 시장의 성공에만 안주해 방송사 중심의 저비용 제작 구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는 일본은 이를 통해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연출 노하우를 얻고자 하는 눈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278조원 규모의 세계 3대 콘텐츠 시장이자 캐릭터·만화·게임·시즌제·영화화 등 지식재산권(IP) 확장 활동이 활성화한 곳이어서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인공위성, 드론, 로봇 기술을 활용해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의 노후 배수시설을 진단한 소테리아에이트처럼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중인 기업도 많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이 상호 보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저희도 충분히 일본 시장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 브랜드 하가히(Hagahi)를 2014년 미국 뉴욕에서 론칭해 국내 유명 백화점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한 디자이너 하가희 대표(사진)는 “요즘에는 워낙 K팝도 유명하고 소셜미디어도 발달해 있어서 패션이나 추구하는 미가 비슷해진 것 같다. 일본의 유명 스트릿패션 사진사가 ‘더 이상 하라주쿠 스타일은 없다’며 잡지 발행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 레스티어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5 더 셀렉츠 도쿄 팝업스토어’의 오프닝 행사장에서 만난 하 대표는 “항상 미국 위주로만 생각을 했다가 이제 일본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 대표는 “사실 꼼데 가르송이나 사카이 같은 일본의 유명 브랜드 옷은 저희가 볼 때 좀 어렵다”며 “그래서 일본 소비자들도 난해할 것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저희 같이 조금 클래식한 라인이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되고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본 출장을 올 때마다 유명 편집숍이나 백화점에 이미 한국 패션, 화장품, 향수 등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또 전 세계 패션의 보편화를 체감하면서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점 크게 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도쿄 팝업스토어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기 위한 취지로 23일까지 진행된다. 주요 거래처가 아닌 현지의 개별 소비자들이 한국 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여서 기대를 모은다. 하가히는 본봄, 잉크, 한나신, 라이 등과 함께 이번 팝업에 참여한 8개 브랜드 중 하나다.
하 대표는 “이번에 미국 시장에서 새해 컬렉션까지 하면서 아시아 고객도 염두에 두고 키치한 포인트나 쁘띠한 디자인을 많이 선택했다”며 “좀 작은 사이즈까지 만들어 사이즈 범위를 넓히긴 했어도 특별히 일본 고객층을 위한 디자인을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팝업에 대해선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을까. 그는 “당장의 큰 매출보다는 일본인들이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토르소가 길다고 느끼는지 짧다고 느끼는지 등에 관한 피드백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일본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아이템에 조금씩 변화를 줘서 계속 연결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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