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누가 더 잘 커닝하나”… 대학가 ‘닌자 시험’ 골치

황채영 기자 2025. 1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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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경희대생 박모(21)씨는 "지난 학기 생물학 전공 시험 때 한 학생이 책상 밑에서 AI로 검색하다가 챗GPT 음성이 교실에 울려 퍼진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양 과목 중간고사 시험 중 일부 학생이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유튜브 등엔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는 시험 때 챗GPT를 계산기에 설치해 활용하는 방법과 같은 '꼼수'가 여러 건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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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 반복
온라인·대형 강의 급증한 영향도
대학가에서 챗GPT 등 AI를 활용하는 커닝이 늘고 있다. /그래픽=챗GPT

“능력껏 들키지 않고 커닝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부정행위가 너무 쉬워요. 우스갯소리로 ‘중급 닌자 시험’이라고 불러요.”(서울 지역 대학생)

최근 대학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챗GPT로 대표되는 AI 프로그램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학들은 대면 시험 전환이나 감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지만, 커닝 기술의 발전이 더 빠른 상황이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 /뉴스1

이미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공학용 계산기에 챗GPT를 심거나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각도 등 AI 커닝 기법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2일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부정행위가 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A(21)씨는 “비대면 시험 때 스터디룸에 모여 함께 문제를 푸는 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라며 “처음부터 친구들과 수강 신청을 함께하는 이유도 일종의 ‘집단지성(협업)’으로 시험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챗GPT를 활용한 커닝도 잦다. 경희대생 박모(21)씨는 “지난 학기 생물학 전공 시험 때 한 학생이 책상 밑에서 AI로 검색하다가 챗GPT 음성이 교실에 울려 퍼진 적도 있다”고 했다.

챗GPT를 심은 공학용 계산기 제작법을 소개한 유튜버 /ChromaLock 캡처

고려대는 한 교양 과목의 올해 2학기 중간고사 결과를 무효화하기로 했다. 약 1400명이 수강한 비대면 강의였는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답안을 주고받는 등 부정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연세대에서도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과목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 의심 학생은 약 190명으로 전체 수강생 600명 중 3분의 1에 달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교양 과목 중간고사 시험 중 일부 학생이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11일 서울시립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AI를 활용해 시험을 쳤다는 내용의 글. /에브리타임 캡처

부정행위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온라인 대형 강의가 늘어난 점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가 분기점이 됐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101명 이상이 강의를 듣는 대형 강의는 올해 2분기 기준 6543개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2분기 2300여 개보다 3배가량 늘었다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대학들도 대응에 나섰다. 온라인 강의도 대면 시험을 치르도록 하거나, 시험 문제 출제 때 미리 챗GPT의 답변 내용을 확인해 비교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학교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감독 프로그램도 활용 중이다. 국민대는 ‘모니토’(Monito) 시스템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을 볼 때 컴퓨터 카메라로 정면 상반신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옆모습과 책상 위를 동시에 비춰야 한다. 조건을 위반하면 시험 화면이 즉시 멈추고, 다른 인터넷 창을 열거나 메신저를 실행해도 시험이 중단된다.

10월 25일 건국대학교 커뮤니티에 챗GPT 등 활용해 시험을 준비했다는 내용의 글. /에브리타임 캡처

그러나 모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유튜브 등엔 계산기를 사용해야 하는 시험 때 챗GPT를 계산기에 설치해 활용하는 방법과 같은 ‘꼼수’가 여러 건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근본적인 평가 방식의 개편도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엽 건국대 융합인재학과 교수는 “AI가 상용화된 지 3년이 지났는데, 비대면 시험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올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며 “기존의 단순 암기 시험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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