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공안 손바닥 위 놓인 탈북민… 지문·혈액·홍채 정보 몽땅 수집
스마트폰에 앱 깔아
동선도 실시간 감시
北과 정보공유 의혹

중국 당국이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홍채·혈액·목소리·체중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 중국 공안은 탈북민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놓고 이들의 동선도 실시간 감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탈북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 정권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 ‘중국의 불법 체류 외국인 정책과 디지털 감시 체계’에서 중국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한 지난 2020년 전후로 탈북민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온 탈북민 102명을 조사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들을 ‘불법 월경자’라며 감금하거나 북송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남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여성 등 일부 탈북민에 대해선 비공식적으로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1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중국 곳곳에 있는 지역 공안 파출소들이 2020년 들어 탈북민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며 “단순한 신원 등록 차원을 넘어선 ‘실시간 통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보고서에서 “생체 정보 등이 북한 정권에 공유되거나 강제 송환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이 심층 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수를 1만~2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얼, 싼 외쳐라” 탈북민 목소리 강제 등록
“중국 공안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띠오차(調査·조사)하러 나왔다’며 피를 뽑고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당연하다는 태도로 명령하길래 응했습니다.”

탈북한 뒤 중국에 있다가 최근 한국으로 온 한 탈북민은 최근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센터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는 베트남·라오스 등에서 온 미등록 외국인들에겐 얼굴 사진과 지문 정도만 수집한다. 그러나 탈북민에겐 홍채와 목소리, 체중 등 민감한 생체 정보까지 채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응한 탈북민 102명 중 중국 공안이 자신의 생체 정보를 수집한 적이 있다고 답한 탈북자는 29.4%(30명)였다. 생체 정보를 공안에 제출한 이들은 대부분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북·중 접경 지역에 거주했다.
탈북민들은 센터 조사에서 “민감한 생체 정보가 중국 정부에 등록될 경우 신원이 노출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이 커진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일부 탈북민은 공안이 생체 정보 수집 과정에서 “조용히 살지 않으면 북송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들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물론 목소리와 몸무게까지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들은 “공안이 ‘이얼싼(하나둘셋)’을 외치게 해 목소리를 등록했다”며 “공안 파출소에 홍채 스캐너가 없어 무장 경찰 대대로 데려가 홍채 정보를 등록시켰다”고 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탈북민들의 동선을 통제하기 위해 이들의 신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젠캉마(健康碼·방역 정보 관리 앱) 등을 통해 중국인들의 동선을 파악해왔다. 그런데 불법 체류자 신분인 탈북민들은 이 앱에 등록돼 있지 않아, 개별적으로 이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중국 당국이 탈북민들의 생체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특별 감시·통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최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내에서 탈북민은 단순한 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주요 관리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탈북민들이 외부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들에게 위챗·콰이쇼우 등 스마트폰 앱으로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민은 “공안이 여러 번 전화가 왔는데 몇 번 못 받으니 나중에 ‘안 받으면 너 도망간 것으로 된다’ ‘다음부터는 꼭 받으라’고 하더라”라고 진술했다.
중국 공안이 GPS(위성항법시스템)로 실시간 위치가 식별되는 카메라 앱을 설치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앱은 사진 촬영 시간이나 위치, 휴대폰 식별 번호 등을 통해 촬영자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한다. 한 탈북민은 “공안이 매일 오전 9시 이 앱으로 내 얼굴 사진을 찍어 위챗으로 보내게 했다”며 “앱을 삭제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자 곧바로 공안이 전화해 ‘어디 갔냐’고 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는 “공안은 중국 내에서 소란이나 범죄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생활하라고 지속적으로 주입한다”며 “탈북민들이 사전 보고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경찰의 통제 강도가 증가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탈북민이 한국에 온 뒤에도 중국 공안이 과거 수집한 생체 정보와 통신 기록을 보존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탈북민들을 계속 통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 탈북자는 조사에서 “중국에 재입국했더니 공안이 ‘북한 사람들이 너를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 (북송해도) 우리를 원망 말라’고 협박했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온 이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생체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하는 건 유엔의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위반”이라며 “홍채나 음성 등 고위험 민감 정보는 불법 체류자 관리라는 행정 목적을 넘어 장기간 추적과 감시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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