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연 수천억 시장 '엑셀방송'… 그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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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023년 5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3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수백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나왔다.
"A 씨야… 뭐 해…"
"오빠 오늘 방송 안 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아프리카TV(현 SOOP)에서 활동하는 20대 여성 BJ(스트리머)였다. A 씨의 통장을 추적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는 6개월간 이 BJ에게 하루 최대 5000만원씩, 총 1억 5000만 원을 후원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에게 남은 것은 1억 5000만 원 빚뿐이었다.
이 사건은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매출도 많은 한국 인터넷 방송계의 어두운 민낯이다. 바로 '엑셀방송'이었다. 엑셀방송. 이름부터 생소하다. 하지만 이 방송 형태는 현재 SOOP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경쟁이 돈을 만든다"…연 400억의 비밀
방송 구조는 이렇다. 유명 남성 BJ가 '사장' 역할을 하고, 약 10명 여성 BJ를 '직원'으로 초대한다. 시청자가 특정 여성 BJ에게 후원금(별풍선)을 보내면, 그 BJ는 화면 중앙으로 나와 춤을 춘다.
화면 한쪽에는 실시간 순위표가 떠 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문서처럼 각 BJ의 점수가 정렬된다. 단순 후원액만이 아니다. 내가 응원하는 BJ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거나, 경쟁자에게 마이너스를 먹일 수 있다. 방송 참여도, 기여도, 미션 수행 등 복잡한 변수들이 실시간으로 계산돼 엑셀처럼 정리된다. 그래서 '엑셀방송'이다.
이 순위가 곧 운명이다. 순위에 따라 '부장(13%)' '차장(9%)', '과장(7%)' 같은 직급이 정해지고, 전체 후원금을 그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최하위는 퇴출이다. 순위 한 계단 차이가 수천만원을 좌우한다.

BJ들은 팬들에게 메시지로 후원을 요청하고, 팬들은 대출까지 받아가며 별풍선을 쏜다. 경쟁, 돈, 유사 연애가 뒤섞인 완벽한 중독 시스템이다. 한 엑셀방송 매니저 B씨는 "시청자 100명 정도인 방송이 한 달에 5000만 원씩 번다. 중요한 건 시청자 수가 아니라 그중 10명 정도 '큰손'을 잡을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별풍선 집계 사이트 '풍투데이'에 따르면, 엑셀방송의 최정상에 있는 BJ 커맨더지코(본명 박광우)는 2023년 한 해 동안 약 4억 개의 별풍선을 받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00억 원이다. 한 달 평균 33억 원, 하루 1억 원 이상을 번 셈이다.
2024년에는 커맨더지코 3억 4495만 개(약 344억 원), 그 뒤를 BJ 케이(약 332억 원), 철구(약 297억 원), 김인호(약 262억 원), 박퍼니(약 186억 원)가 따르고 있다. 2024년 SOOP 전체 매출은 약 4291억 원. 업계에서는 이 중 절반 가까이를 10여 개의 엑셀방송이 책임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피해자들의 증언…"5000만 원 쏘고 남은 건 빚뿐"
C 씨는 몇 달 전 우연히 엑셀방송을 접했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여성 BJ들이 춤을 추고, 시청자들이 후원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일종의 게임처럼 보였다.
"제가 좋아하게 된 BJ가 D 씨였어요." C 씨는 BJ D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D는 감사 인사와 함께 '방송 와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메시지는 점점 잦아졌다.
어느 날, D 씨가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여캠(여자 스트리머)이란 게 오래 할 수도 없고, 일찍 결혼도 하고 싶어요. 솔직히 방송 그만두면 오빠랑 만나고 싶어요" C 씨의 심장이 뛰었다. "결혼은 오빠 같은 사람과 하고 싶어요"라는 말에 C 씨는 D가 퇴출당하지 않도록 고액 후원을 이어갔다. 어느새 D의 전체 후원 순위 2등까지 올라갔다. 단기간에 C 씨가 후원한 금액은 5000만 원을 넘어섰다.
C 씨는 이제 만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D야, 이번 주말에 한 번 보면 안 될까?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고 싶어." 하지만 D는 언제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오빠, 지금은 방송 때문에 너무 바빠요", "시술 받아서 당분간은 안 될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이유들이었다.
기다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C 씨는 솔직하게 물었다. "나하고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냐. 결혼식 올리자." D는 결혼은 당분간 힘들다고 답했다. "내가 이용당한 거 아니냐. 그동안 5000만 원 넘게 후원했는데, 단 한 번도 못 만났다. 그럼 혼인신고라도 하자. 그래야 믿을 수 있겠다." 이 말에 D는 돌변했다. "내가 후원해달라고 했냐. 그냥 방송 와달라고 한 게 전부지 않냐" 화를 내기 시작한 D는 이렇게 덧붙였다. "만나자는 약속도 한 적 없다. 제가 '만나고 싶다'고 한 건 그냥 팬으로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거였다."

C 씨는 변호사를 찾아갔다.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변호사들은 대체로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C 씨는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D가 사람들의 마음을 속이고 기망하고 다니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방송하는 모습을 참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 잘못이 큰 건 알아요.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계속 존재한다는 게 정말 화가 나요. 저처럼 당하는 사람이 계속 나올 거라는 생각에…"
지방에서 한 회사를 운영하던 E 씨 사례는 더 극단적이다. E 씨는 여러 엑셀방송에서 '회장'(후원 1등 시청자)으로 통했다. 그가 후원하는 여성 BJ들은 엑셀방송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회장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E 씨의 닉네임이 채팅창에 뜨면 BJ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E 씨는 한 번에 몇백만 원씩 별풍선을 쏘기도 했다.
그런데 E 씨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알고 보니 E 씨는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E 씨는 "후원금은 사비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회사 자금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 씨와 지인들의 말은 엇갈리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E 씨는 배임,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E 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주변에서는 "엑셀방송 후원 자체가 범죄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과도한 후원으로 인한 금전적 압박이 범죄 동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엑셀방송 제왕'의 고백…"아이가 '너네 아빠 지코'라며 놀림받았다"
커맨더지코. 엑셀방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엑셀방송을 사실상 만들고, 상업적으로 확립시킨 인물이다.
원래 커맨더지코는 '광우상사'라는 콩트 콘셉트 방송을 하던 BJ였다. 2022년 그는 당시 '댄동(댄스 동아리)'이라는 엑셀 방송으로 주목받던 BJ 짭태우를 영입했다. 짭태우가 개발한 엑셀 시스템에 커맨더지코의 '상사 계급제'와 '룸살롱 초이스 감성'을 결합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광우상사는 2023년 약 4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커맨더지코는 단숨에 SOOP 최고 수익자가 됐다. 다른 유명 BJ들도 앞다투어 엑셀방송에 뛰어들었다. BJ 케이, 김인호, 철구, 박퍼니 등등 메이저 BJ들이 너도나도 엑셀 크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2024년 중반부터 커맨더지코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엑셀방송의 과도한 중독성 등이 보도되면서, 엑셀방송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언론과 여론은 엑셀방송을 맹비난했다. 그 중심에 엑셀방송 1등 커맨더지코가 있었다. 결정타는 2025년 3월 국세청의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은 커맨더지코를 포함한 엑셀방송 BJ 9명에 대한 전격 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보도자료에서 엑셀방송을 "온라인 사설도박과 함께 비윤리적으로 수익을 축적한 유해 콘텐츠"로 규정했다.
커맨더지코는 최근 10월 방송에서 당시를 회상했다. "국세청 직원들이 스튜디오까지 왔어요. 마치 범죄 조직을 수사하듯이요. 출연 BJ들 출연료, 장비 구입비, 스태프 인건비...모든 걸 다 뒤졌어요."
커맨더지코는 가장 황당했던 게 SOOP의 수수료에 대한 부가세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SOOP이 별풍선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가잖아요. 그게 제 수익이 아닌데도 거기에 부가세를 내라는 거예요. 이미 SOOP이 떼간 돈인데, 그걸 제가 받은 것처럼 계산해서 세금을 또 내라고 했다"며 "그때 '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냥 '뜯고 싶은 대로 다 뜯어가세요'라고 소리치고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커맨더지코는 심각한 회의감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커맨더지코는 "저는 위법적인 일을 한 게 아니에요. 술 마시고 춤추는 방송을 한 거죠. 19금 달고, 규정 지키면서요. 근데 국세청에서는 마치 반인륜적으로 돈을 번 것처럼 대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024년 10월, 커맨더지코는 엑셀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중단 선언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엑셀방송의 개척자이자 최고 수익자가 떠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컸다. 일각에서는 "엑셀방송 시장을 개척하고 성공시킨 영리한 커맨더지코가 엑셀방송을 떠나는 건, 이 장르 자체도 이제 한계에 와 있다는 뜻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BJ들도 피폐해진다..."하루 30시간 방송"
엑셀방송의 피해자는 후원자만이 아니다. 참여 BJ들의 심신 소모도 극심하다. 2023년 6월, 인터넷 방송인 임지혜(임블리)씨가 엑셀방송 참여 중 다른 BJ와 다툼을 벌인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방송에서 후원금 5만 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 규칙이 있었고, 가장 많은 후원을 받은 BJ가 임 씨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참여자들의 정신도 피폐해지는 셈이다.
엑셀방송의 일정은 살인적이다. 보통 방송 시간은 12시간 이상. 직급이 최종 정해지고 퇴출자가 결정되는 '직급전' 날에는 25시간 이상 연속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이 끝나면 개인 방송을 켜서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 '민심 관리'다.

"BJ들이 휴대전화에서 손을 못 떼요. 메신저로 '후원금 좀 달라'고 조르고 있는 거죠" 엑셀방송 관계자 B 씨의 증언이다.
더 큰 문제는 '공약' 시스템이다. BJ들은 특정 직급에 오를시에 따라 공약을 건다. "OO만 원 이상 후원해주면 1박2일 여행" 등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공약도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B 씨는 "공약 불이행은 거의 일상이에요. DC인사이드 인터넷방송 갤러리에는 한 달에 몇 번씩 공약 사기 글이 올라와요"라고 말했다.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1박2일 여행+하트"라고 써놓고, 나중에 "하트는 수제 과자였다"고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다.
BJ들의 이탈도 잦다. 대부분 몇 개월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엑셀방송으로 인지도와 돈을 얻고 싶은 신규 BJ들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다"는 것이 운영자들의 말이다.
"큰손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버는 사람 없다"
엑셀방송을 둘러싼 가장 큰 의혹은 돈세탁이다. 하지만 엑셀방송 구조상 돈세탁 자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100만 원을 후원받으면 그중 20%는 SOOP에 플랫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고, 남은 금액에서 세금으로 약 50%를 내야 한다. 여기서 또 출연자와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는 금액을 두고 '돈세탁'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시청자 수는 수백 명에 불과한데 하루 10억 원 상당의 별풍선이 터진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커맨더지코는 "예전 열혈(고액 후원자) 절반은 자의든 타의든 감옥에 가 있다. 가끔씩 '변호사비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온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큰돈일수록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며 "갑작스럽게 큰 돈을 쉽게 번 사람들의 자금이 엑셀방송 같은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SOOP 입장에서는 제재 명분이 마땅찮다. 선정성으로 제재하려 해도 19금 등급을 달면 되고, 후원 경쟁 유도는 다른 방송에서도 일반적이다. 합방 인원 제한이나 후원 금액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
결국 SOOP으로서는 엑셀방송이 '애매하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향으로 떼돈을 벌어주는 효자 상품'이다. 길거리 나가서 트러블 일으키지 않고, SOOP 지원금과 망 사용료를 책임져준다. 2024년 아프리카TV에서 SOOP으로 리브랜딩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표방했지만, 엑셀방송은 여전히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이다.
"변화 없다면 엑셀방송 흥행은 계속된다"
2025년 3월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후에도, 커맨더지코를 제외하면 엑셀방송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BJ들이 엑셀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엑셀방송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과도한 후원 유도 행위나 허위 공약, 유명무실화된 일일 후원 액수 제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입법적 개입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구조적 개선 없이는 엑셀방송 흥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먼센스>는 엑셀방송과 관련한 SOOP(아프리카)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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