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알바천국 된 서울 도심... 시급 1만5000원엔 한국인 못 구해
“한국어 적당히 하면 국적 안 따져”

“예약하셨나요. 성함 알려주실래요?”
지난 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도심의 퓨전 한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외국인 직원이 손님을 맞았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직원이었다. 자리에 앉자 이번엔 백인 여성이 메뉴를 건네며 “결정하시면 벨을 눌러주세요”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유학생.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서울 도심 식당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한국 20·30대가 홀 서빙이나 주방 보조 같은 아르바이트를 기피하자 외국인 유학생 등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음식점과 숙박 업소에 취업한 외국인은 2022년 10만7000명에서 지난해 13만1000명으로 22.4% 늘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D-2)이나 어학 연수(D-4-1·D-4-7) 자격으로 들어온 외국인도 2022년 19만7000명에서 2024년 26만3000명으로 33.5% 증가했다.
가천대 한국어교육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미얀마 출신 A(32)씨는 서울 광화문 고깃집에서 3년째 서빙을 하고 있다. 시급은 1만5000원. A씨는 “평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 정도 일한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식당 같은 곳에서 서빙을 하는 것은 채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다. 고용 허가제 비자(E-9)로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식당에서 일하려면 그 식당 업력(業歷)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주중 최장 30시간의 근무시간 조건만 지키면 채용이 자유롭다.
업주들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광화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박남수(44)씨는 “서빙 직원을 채용할 때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며 “유학생들은 시간을 잘 맞추고 손님 응대도 잘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박씨 매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인 2명과 방글라데시인 1명이 시급 1만2000원으로 일하고 있다.
반면 한국 청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웅빈(35)씨는 “시급 1만5000원으로 공고를 올리고 2000명에게 연락을 돌려도 한국 청년들은 10명이 응모할까 말까 한다”며 “결국 일본인·중국인 등 5명을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했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 노동력이 아르바이트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 등의 인력난도 심각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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