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지우려 하는 저쪽 요구, 수용 어려워 많이 부대꼈다”

12일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다. 4개월간 검찰 수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요구와 압박에 시달려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지우려는 쪽은 현 정권, 지우려고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노 대행은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약 25분간 사의를 표명한 소회를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행은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솔직히 좀 다르다”면서 “전 정권이 기소해 놓았던 게 전부 다 현 정권의 문제가 돼버리니까 현재 검찰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쪽에 가는 것도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홀가분해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노 대행은 또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 우리 검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갖고 조직이 득 될 거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 대행은 지난 7일 ‘대장동 사건’ 항소 기한 막바지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불허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등 검란(檢亂) 사태를 불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금일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노 대행의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퇴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노 대행이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포기하면서 촉발된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시키려고 노 대행을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성호 법무장관과 이진수 법무차관이 실제 노 대행에게 외압을 행사했는지에 시선이 쏠리게 됐다.
◇이진수, ‘수사지휘권 행사’ 압박했나… ‘보완수사권 유지’로 회유했나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의 1심 선고가 나온 뒤 대검으로부터 세 차례 보고를 받고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항소 포기를 지시했느냐’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를 반대한 적이 없고, 항소 포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지휘를 하려 했다면 서면으로 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이날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도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게 무슨 외압이 있겠나,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했다. 정 장관은 또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논의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법무부 직원도 항소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과 의논한 바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은 지난 7일 노 대행이 ‘대장동 사건’ 1심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하기 직전 이진수 법무차관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이 차관은 노 대행에게 전화로 법무부 뜻을 전달한 당사자다. 이 차관이 통화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언급하며 항소 포기를 압박했는지,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를 빌미로 항소 포기를 회유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이날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이 차관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대검에 항소 포기를 압박했느냐”고 추궁하자, “노 대행과 통화한 사실은 맞다”며 “한 차례 통화했고, (당시에) 이것은 사전 조율이고 협의 과정으로, (노 대행에게)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차관은 “보완 수사권과 이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도 내용상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노 대행이 대검 과장들에게 “이 차관이 항소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를 내놨다”고 언급하면서,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로 회유했거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압박했다는 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답변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 차관은 수사지휘가 아니라고 했더라도, 노 대행 입장에선 ‘윗선 뜻대로 안 하면 수사지휘권이 발동될 것’이라는 말로 들렸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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