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새벽배송 금지가 쿠팡노조 탈퇴 대한 보복? 전혀 아냐”
“심야노동으로 더 많은 수익얻는 구조 없어져야”
“쿠팡, 고강도 노동 구조화한 주범···책임 필요”

1995년 출범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0주년을 맞았다. 조합원이 늘어나고, 목소리도 키우는 사이 그만큼 공격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 특히 최근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제기한 ‘새벽배송(오전 0∼5시) 금지’는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일상화된 소비자의 편의를 기득권 노조가 막고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쿠팡의 직고용 배송 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은 “민노총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쿠팡은 그동안 물류 시장에서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고, 로켓배송·새벽배송으로 고강도 노동을 구조화한 ‘생태계 교란종’이었다”며 “그로 인해 사망 사고가 잇따른 만큼 이제는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심야 노동을 없애자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담론”이라며 2013년 노사 합의로 밤샘근무를 폐지한 현대·기아차 사례를 들었다. “제조업에서도 과거엔 주야 맞교대 근무가 일반적이었지만,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자들도 ‘조금 덜 벌더라도 밤을 새우지 않는 삶의 질’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규제, 쿠팡도 책임 있게 나서야”
양 위원장은 “현장에서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심야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구조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단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수입이 줄지 않도록 보완책을 만드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유불리에 따라 논쟁을 키우는 방식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쿠팡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보복설’에 대해서는 크게 웃으며“괴롭힌다고 돌아오겠나.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잘 대해줘야지, 그런 프레임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지난 30년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와 싸워온 시간”이라고 자평했다. 전통적인 고용 형태를 벗어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는 시대에 모든 일하는 자에게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차기 과제다.
양 위원장은 ‘신자유주의와의 투쟁’에 대해 “승률은 높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이 임금 노동자의 절반 이상으로 늘고,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됐던 만큼 완전한 승리보다 최악을 막아내는 투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를 과거보다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는가라는 관점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초기업교섭 제도화, 작업중지권 보장을 향후 목표로 제시했다. 양 위원장은 “울타리 밖 노동자들과 더 넓게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 일부 정규직 문제 아냐”
여당이 연내 입법을 예고한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법안도 주요한 문제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층의 일자리 위축 우려를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고령층의 조기 퇴직으로 인한 소득 공백이 심각해 정년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양 위원장은 법적 정년을 연장하면 일부 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오히려 대기업과 공공기관 같은 소위 ‘괜찮은 일자리’에서만 정년이 보장되는 현실이 문제”라며 “주5일제처럼 좋은 제도가 먼저 적용 가능한 곳에서 시작해 차츰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산재와의 전쟁’ 평가는
이재명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선언에 대해서는 “방향 자체는 옳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해도 산재가 반복되는 것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생명·안전 업무에 대해서는 원청이 직접 관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가 지지부진하단 지적도 나온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금지, 주 최대 52시간 근로, 연장·휴일 근무 시 가산수당 지급 등 근로기준법 규정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양 위원장은 ”정부는 단계적으로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노총은 전면적으로 적용해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 주체가 있어야 투쟁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너무 낮다. 개인 사업자로 위장된 노동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준비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앱, SNS 같은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양 위원장은 “이들이 노동자가 맞다는 법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지금 정부와 국회는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적용해주는 수준에서 접근하는데 근본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AI 인재양성 정책, 노동자 보호가 우선돼야”
민주노총이 1999년 탈퇴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관심사다. 민주노총은 현재 국회의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참여하고, 경사노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근 김지형 신임 경사노위 위원장이 ‘완전한 협의체’를 거론하며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국회는 참여 주체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의사 결정을 하지만, 경사노위는 표결로 의사결정을 한다”며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인재양성’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양 위원장은 “AI가 현장에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프로그래머가 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며 “기존 노동자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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