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절치부심’ 정용진 회장, ‘아픈 손가락’ G마켓 부활 선봉장으로 나선다
“JV 이사회 의장으로서 G마켓·알리 협업 속도에 집중”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2/dt/20251112184348759obps.jpg)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정용진(사진) 회장은 지난 2021년 롯데와의 G마켓 인수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그는 이 말의 실체를 증명할 시험대에 올라섰다. 약 3조4400억원을 들여 품었지만 아직도 ‘아픈 손가락’인 G마켓을 부활시키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커머스 전장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지난 11일 G마켓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대표 기업 알리익스프레스 간 합작회사(JV)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정 회장의 각오도 그때처럼 날이 섰을 것 같다.
G마켓을 자회사로 두는 JV 이사회 의장을 정 회장이 맡는 것은 알리바바와 협업해 G마켓의 재도약을 이끄는 과정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도 확실히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손잡은 JV가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는데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목표는 G마켓의 확실한 부활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합작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이마트가 알리 측에 합작사 지분을 매각해 지분이익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G마켓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 회장을 나서게 한 G마켓은, 그에게 있어 여러모로 ‘아픈 손가락’이다.
인수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정 회장은 온라인 사업에서 G마켓과의 시너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조단위 인수합병(M&A)에 걸린 시장의 기대치는 충족되지 않았다.
이마트의 전자상거래 자회사인 SSG닷컴도, 새롭게 신세계그룹에 편입한 G마켓도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SSG닷컴 매출은 3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422억원으로 작년 동기(165억원)보다 늘었다. G마켓 매출은 18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었고 영업손실은 244억원으로 작년 동기(180억원)보다 증가했다.
이는 시너지를 낼 만한 연결고리를 마련하지 못한 패착으로 분석된다. G마켓 인수 당시, 시장은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 간 유료멤버십 연동 가능성에 주목했으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플랫폼 성격, 타깃층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연동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그러는 동안, 쿠팡은 2023년말 기준 1400만명으로 유료멤버십 회원수를 늘리며 세를 더 키웠다. G마켓 인수 이후 신세계그룹은 관련 숫자 하나 당당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G마켓, SSG닷컴 각각의 유료멤버십 회원수는 대외비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G마켓 인수가 로켓배송·대규모 물류센터 투자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장악한 쿠팡과의 경쟁에서 신세계그룹이 우위를 점할 묘수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그렇게 깨져버렸다.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정 회장은 JV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G마켓과 알리 간 협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합작법인 전체의 5년 후 거래액 목표를 40조원 정도로 잡고 있다. G마켓의 경우 5년 안에 거래액이 2배로 늘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에서 쿠팡·네이버·G마켓의 ‘확실한 3강’ 구도로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정 회장이 ‘G마켓 살리기’에만 집중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서다.
올해 3분기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5% 증가한 151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매출은 뒷걸음질 쳤다. 3분기 매출은 7조4008억원으로 1.4% 줄어들었다.
올해 이마트 고덕점을 열어 할인점이 작년 132개에서 133개로 늘었고, 트레이더스 마곡·구월점 개장으로 창고형 할인점도 작년 22개에서 올해 24개로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출점=매출 증대’라는 공식이 더는 먹히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냉정히 보면, 이마트의 올해 3분기 실적은 트레이더스가 ‘하드캐리’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이더스는 3분기 1조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5인 체제에서 나머지 1명이 신세계와 알리 중 어느쪽 인사인지도 정 회장의 이사회 의장직 수행에 있어 변수다. 현재까지 밝혀진 JV 이사회 멤버는 신세계그룹 측 인사가 2명, 알리바바 측 인사가 2명. 아직 1명이 어느 쪽 인사인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미확인 1명이 알리바바 측 인사일 경우 과연 정 회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알리 측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측은 “이사회는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시 만장일치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며 “치열한 논의를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비전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에는 신세계그룹 측에선 정 회장과 장승환 지마켓 대표가, 알리바바 측에선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과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가 참여한 상태다.
앞서 신세계와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은 지난 9월 5대 5로 출자한 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출범하고 지마켓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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