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개인 휴대전화까지 보겠다는 ‘헌법존중TF’
내란 재판 및 수사 장기화 배경이라지만...공직사회 대대적 물갈이 우려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정부가 12·3 비상계엄 연루 의혹이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개인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특검)팀의 수사와는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연루된 대장동 사건 관련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검찰이 포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가 불거져 나온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직자 색출' 작업에 따른 위법 문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휴대전화 제출 협조 않으면 수사의뢰도 고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이 전날 명명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는 모든 중앙 부처에 설치된다. 핵심은 12·3 비상계엄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TF는 설 연휴 전인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끝내고 2월 후속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사 범위는 지난해 12월3일을 기점으로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다.
총리실은 "내란 사전모의, 실행, 사후 정당화, 진실 은폐와 관련된 명백하고 직접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12월3일과 시간적 차이가 있더라도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TF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위원회와 다르게 운영된다고도 했다. 적폐청산위는 5년 내내 운영됐지만 이번에는 약 3개월 간 진행된다는 것이다. 단기간 집중 조사를 통해 적극적인 가담자가 아닌 이상 처벌을 최소화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조사 대상은 광범위하다. 각 부처별 TF가 소속 공무원들을 조사할 예정인데, 국가정보원 등 대통령 직속 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49개)이 그 대상이다. TF에는 부처별로 최소 10명 등 모두 500명 정도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별 TF와 제보 센터는 이달 중 설치된다. 특히 군(합동참모본부)과 검찰, 경찰,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돼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다.
부처별 TF가 조사를 담당하되, 이를 보완·검증하는 건 총리실 산하 총괄 TF의 몫이다. TF는 비상계엄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솎아내기 위해 인터뷰 심문, 서면조사, 디지털 포렌식 등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내란의 위법성 여부와는 관계 없이 직위를 활용해 내란 과정을 지원할 의도가 확인되면 조사 및 조치 대상이 된다. 공직자가 사적 자리에서 한 발언이나 단순 견해를 밝힌 경우에는 제외된다.
조사 과정에서 공용 재산인 업무용 컴퓨터(PC) 등 자료도 열람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휴대전화까지 포함된다. 비상계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공무원에게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할 것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자가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하는 방법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 기본권 제한이나 권리 침해 있는 경우 법적 근거 필요"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란 재판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하다"며 "TF를 정부 내에 구성해 신속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관여 정도에 따라서 형사 처벌할 사안도 있겠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람도 있다"며 "또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14일 국무회의에서 "가담 정도가 극히 경미하더라도 가담·부역 사실이 확인되면 승진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는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점인 비상계엄 관련 내란 법리가 까다롭다고 입을 모아왔다. 윤 전 대통령이 핵심 증언 등을 부정하는 만큼,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진행될 때에도 "내란 형사 재판은 (약 4개월 간 진행된 탄핵 재판과는 달리)1년 내 1심이 마무리되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배경이다. 특검이 출범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기도 하다.
정부가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유도한다는 방식은 특히 논란거리다. 각 기관은 문제가 불거지면 업무용 PC 등 공용 재산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복수의 법조계 인사는 사생활 정보가 담긴 개인 휴대전화의 경우 이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설령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이 동의서를 작성해 휴대전화를 제출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요' 때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수사기관은 현행법에 따라 법원의 영장이나 임의제출 등의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제출받는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상당한 의심'을 받는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휴대전화 제출 거부 시 대기발령 등 조치를 하겠다는 건 '사실상 징계를 받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이런 정부의 조사 과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뿐 아니라 행정 절차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나 권리 침해가 있는 경우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공무원들이 동의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공직사회 특성상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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