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안계미술관, ‘빈집 일기’ 전시…사라진 공간에 스민 시간과 기억의 복원
“비어 있음이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지역 공동체 예술로 확장 추진

"비워진 집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자리였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 복합문화예술공간 안계미술관이 지난 11일부터 29일까지 선보이는 시각예술가 4인전 '빈집 일기'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버려진 공간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사람의 기억을 예술로 복원하며, 사라진 마을의 서사를 새롭게 호흡하게 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경북문화재단 2025 예술거점 지원사업 특별기획전으로, '비워진 공간의 시간'을 예술로 되살려 지역의 현실과 공동체의 변화를 조명한다.

참여 작가 김효선·노수현·박진영·최민경은 의성 곳곳의 마을을 직접 발로 다니며 빈집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남겨진 생활도구, 벽지의 자국, 오래된 사진과 편지, 집의 구조 등 시간을 머금은 흔적을 세밀히 기록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사진, 오브제, 드로잉, 설치작품 등으로 재구성돼 전시장에 전시됐다.
단순한 폐가의 기록이 아니라, '사라짐'을 통해 인간과 공간이 맺는 관계를 다시 묻는 예술적 탐구로 이어졌다.
한 작가는 "빈집을 마주하는 일은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시간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인구 감소와 마을 소멸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비어 있음'이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빈집 문제를 도시재생의 물리적 과제가 아닌 문화적 기억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사라진 흔적을 복원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잇는 출발점으로 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계미술관은 농경문화와 마을의 일상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며 지역 서사를 기록해온 예술 거점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역 리서치 기반 창작 프로그램과 주민 참여형 전시·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빈집·폐교 등 유휴공간을 문화적 실험장으로 재활용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주 관장은 "예술을 통해 지역의 현실을 기록하고,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새로운 공동체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빈집 일기'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경북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의성 안계시장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안계미술관(의성군 안계면 안계시장길 47-1)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