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대체 오가노이드, 감염병 연구 정확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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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시간을 잃는다.
이름도 없던 병원체가 전 세계로 번지는 동안, 우리는 그 정체를 밝히고 백신과 치료제를 찾느라 수년을 보낸다.
동물보다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세포 고유의 유전자 발현과 면역 반응을 그대로 구현하기 때문에 감염병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감염병 연구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확도를 높이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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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시간을 잃는다. 이름도 없던 병원체가 전 세계로 번지는 동안, 우리는 그 정체를 밝히고 백신과 치료제를 찾느라 수년을 보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치명적인지 보여주었다. 그래서 세계는 선언했다. “100일 안에 대응하자.” ‘감염병 100일 미션(100 Days Mission)’은 새로운 병원체가 출현한 후 100일 이내에 백신, 치료제, 진단기술 후보를 확보하자는 국제 공동 약속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감염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감염병 연구의 가장 큰 난제는 ‘숙주 특이성(host tropism)’이다. 바이러스는 아주 까다로운 ‘손님’이다. 세포 표면의 수용체 모양이 조금만 달라도 문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쥐나 원숭이에게는 감염이 잘 안되거나, 되더라도 사람과는 전혀 다른 병리 반응을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인간 폐세포의 ACE2 수용체와 강하게 결합하지만, 마우스에서는 그 구조가 달라 문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 이런 차이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동물모델을 바로 활용하기 어렵고,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약물의 대부분이 사람에게서는 실패한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오가노이드다. 인간의 줄기세포가 스스로 3차원 구조를 이루며 장기처럼 기능하는, 일종의 ‘미니 인체 장기’다. 가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폐포 오가노이드는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폐포 조직이 공기주머니처럼 펼쳐져 있다. 오가노이드에서는 바이러스의 침입, 세포 손상, 염증 반응까지 인체 수준에서 재현된다. 동물보다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세포 고유의 유전자 발현과 면역 반응을 그대로 구현하기 때문에 감염병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폐포 어셈블로이드(Induced Alveolar Assembloid)는 생명연 연구진이 기존 오가노이드에서 한발 더 나아간 모델이다. 기존 오가노이드는 면역세포가 없어 감염 후 염증 반응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에서 유도한 폐포 오가노이드에 면역세포를 함께 배양해, 인간 폐의 감염과 면역 반응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모델을 완성했다. 감염 48시간 만에 염증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 분비, 세포 간 교차 신호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실제 환자 폐 조직과의 반응 유사도가 높다. 이 작은 실험실 속 폐는 ‘인간 폐 특이적 감염기전’을 이해하는 현미경 창이 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감염병 연구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확도를 높이는 과학’이다. 인간의 세포로 만들어진 실험실에서 병원체의 전파성과 치료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면, 다음 팬데믹을 맞이했을 때 우리는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런 접근을 NAMs(New Approach Methodologies), 즉 ‘새로운 접근 방법론’으로 제도화하며, 신약 심사 과정에 인간 기반 시험 데이터를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작은 장기가 자라는 투명한 배양기 안에서, 과학은 지금 새로운 형태의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인간의 세포로 감염병을 재현하고, 그 안에서 치료의 길을 찾는 연구. 그것이 팬데믹을 앞서 대비하게 만드는 과학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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