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유학생으로 버티는 교실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의 구림공업고등학교.
이곳은 1967년 개교 이래 조선소와 건설 현장에 수많은 숙련 인력을 배출해 온 지역 명문이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감한 2000년대 이후, 교실은 하나둘 비어갔고 올해에는 한국인 신입생 '0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학교의 폐교 위기마저 공공연히 거론됐다.
하지만 이 절벽 끝에서 구림공고는 뜻밖의 해법을 찾았다. 전라남도교육청의 '직업계고 해외 유학생 유치 사업'을 통해 베트남 유학생 28명이 텅 빈 교실을 메운 것이다. 교정은 다시 활기를 띠었고, 한때 적막하던 교실에서는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뒤섞인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학교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베트남 현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열고, 학비와 급식비 뿐아니라 기숙사비를 자체 예산으로 부담하는 등 온 힘을 쏟았다. 한옥건축과(14명)와 기계과(14명) 신입생 정원을 100% 베트남 학생으로 채운 것이다.
특히 한류 덕에 유학생들은 서툰 한국어지만 언어적 문제도 수월하게 해결하고 있고, 떡볶이와 떡갈비를 좋아하는 등 한국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비단 구림공고 뿐아니라 전남지역 직업계고도 사정은 비슷했다. 목포여상, 완도수산고 등 농어촌 지역 직업계고 5곳의 미달 정원을 메우는 효과를 거뒀다. 도교육청은 첫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유학생 정원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성공담'의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놓여 있다.
한옥건축과 교실을 외국 학생들이 채우는 아이러니는,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 얼마나 깊숙이 진행됐는지를 웅변한다. 한때 지역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조선업은 쇠락했고,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학교는 결국 국경을 넘어 학생을 찾아야 했다.
구림공고의 선택은 분명 위기를 넘긴 '응급처치'였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유학생 유치로 학교는 살았지만, 지역은 여전히 병들어 있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의 기술을 배우고 장인이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이 지역에서 그 기술을 이어받을 청년이 사라진다면 그건 미래가 아닌 대체에 불과하다.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한 구림공고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학교만의 문제로 남겨둘 수 없다. 지역의 삶터와 일자리를 되살리고, 젊은 세대가 돌아올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