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새벽에 쏜다”…‘누리호’ 27일 네번째 우주행

이휘빈 기자 2025. 11. 12. 14: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작·조립 총괄…민간주도 첫 발사
오전 12시54분~1시14분 사이…최종 시각은 26일 확정
중형급 위성·큐브위성 12기 탑재…전세계 생중계 예정
2023년 5월 누리호 3차 발사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네번째 비행에 나선다. 2023년 5월 이후 2년 6개월만이다.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제작과 조립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한국 발사체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1일 미디어 아카데미를 열고 누리호 4차 발사 준비 상황을 공개했다.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4차 발사의 목표는 누리호를 활용해 국내 위성들을 안정적으로 발사하는 것”이라며 “신뢰성과 기술 이전을 통해 국내 발사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월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4차 발사를 앞두고 최종 시험을 위해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발사는 27일 오전 12시54분부터 1시14분 사이에 이뤄진다. 최종 발사 시각은 발사관리위원회가 26일 확정한다. 우리나라가 새벽 시간대에 발사체를 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벽 발사가 결정된 것은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의 임무 때문이다. 이 위성은 고도 600㎞ 태양동기궤도에서 지구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는데, 정확한 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새벽 시간대 발사가 필요하다. 여기에 오전 1시 10분께 국제우주정거장이 한반도 상공을 근접 통과할 것으로 예측돼 충돌 위험을 피하려면 발사 시각이 0시54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소장은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오로라 자기장을 계측하려면 승교점(궤도가 기준면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통과하는 지점) 이 오전 12시40분이어야 한다”며 ”국제우주정거장 근접 시각을 고려하면 12시54분에 가깝게 발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누리호가 이륙하면 초 단위로 정해진 비행 절차가 진행된다. 발사 125초 후 1단이 분리되고, 이어 페어링(위성 덮개)과 2단이 분리된다. 발사 807초 후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먼저 분리되고, 큐브위성 12기가 두개씩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전체 비행은 발사 약 21분간 진행되며, 발사체 잔해는 제주도와 오키나와, 필리핀 사이의 무인 해역에 떨어질 예정이다.

누리호 3차 발사와 4차 발사 비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번 발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제작 책임의 이관이다. 그동안 누리호는 항우연이 설계부터 제작, 조립까지 대부분을 주도했다.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면적으로 맡았다. 항우연이 총괄하는 발사 운용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하면서 정부 주도 체계였던 발사체 개발이 민간 중심 모델로 전환하는 사례가 됐다.

3차 발사 때와 비교하면 발사 운용 참여 인력도 늘었다. 3차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한적으로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분야별로 최소 2명에서 최대 10명까지 참여 인력이 확대됐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항우연 연구진 70여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 30여명 등 약 100여명이 머무르며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탑재체 구성도 달라졌다. 3차 발사에서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일곱기가 실렸지만 이번에는 중형급 위성과 큐브위성 열두 기가 실린다. 위성부 중량은 약 500㎏에서 약 960㎏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때문에 발사체 상단에서 위성을 연결하는 어댑터 구조가 새로 설계됐다.

3차 발사 때 일부 큐브위성 사출 장면이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상단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기존 한 대에서 세 대로 늘어났다.

발사는 당일 기상과 우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상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35도 사이여야 하고, 지상 평균 풍속이 15m/s 이상이거나 순간 최대 풍속이 21m/s를 넘으면 발사를 미뤄야 한다. 고층풍, 낙뢰, 태양 흑점 및 태양입자 활동도 모두 고려 대상이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중요한 이정표다. 항우연은 2026년 여름 예정된 5차 발사, 2027년 6차 발사까지 이어지는 반복 비행을 통해 민간 기업이 설계와 제작, 조립, 운영 전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 소장은 “스페이스엑스의 팔콘 발사체도 지금까지 570회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누리호도 여섯 차례에 걸친 반복 발사로 신뢰도를 확보하고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국내 발사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우연은 27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누리호 발사 장면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