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변호사의 시사법률] 사실적시 명예훼손

최미화 기자 2025. 11. 12. 13: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며칠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논의는, 이번 대통령이 갑자기 깜짝 아이디어를 낸 그러한 것은 아니고, 그동안 수년에 걸쳐 반복해서 국회에 개정 법률안이 상정되었던, 법학계에서는 오래된 논의 가운데 하나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며칠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간 것 같은데, 일단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내용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일 것 같아서, 오늘은 이에 관해 다뤄볼까 한다.

대한민국 형법은 실제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적시한 것이 실제 사실이 아니라 허위 사실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도록 가중하여 규정하였다. 이번에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은 '실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 관아를 털다가 체포되어 옥살이를 하다 나왔다고 하자. 옆집 사람이 대자보에 '홍길동은 감옥 갔다 온 전과자다'라고 크게 써서 마을 어귀에 붙였다. 이것이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그런데 '홍길동은 부녀자를 강간해서 감옥에 갔다 온 전과자다'라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써 붙였다면 그것은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되어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허위 사실 적시는 그대로 처벌하되, 실제 사실 적시는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내용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논의는, 이번 대통령이 갑자기 깜짝 아이디어를 낸 그러한 것은 아니고, 그동안 수년에 걸쳐 반복해서 국회에 개정 법률안이 상정되었던, 법학계에서는 오래된 논의 가운데 하나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권력자에 대한 비판 및 공익 폭로 등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으니 권력 통제를 위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들고,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인터넷 등에 마구잡이로 신상을 폭로하는 사적 제재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든다. 하나 주의할 점이 있는데, 폐지 찬성론에서도 '형사처벌'을 폐지하자는 것이지 명예훼손 행위가 민사적으로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행위라는 점은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즉, 국가가 나서서 형벌로 처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간의 민사적 배상책임을 통해 통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것이 간통죄다. 간통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수십 년 동안 형사처벌 대상이었는데, 십 년 전 처벌 규정이 폐지되어서 이제는 민사상 배상책임만 지는 행위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번에 만약 대통령 지시대로 폐지가 된다면,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다만 민사상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행위로만 바뀌게 될 것이다. 법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인바, 이번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