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정년 70세 러브콜”…中, K-과학 인재 노린다

구본혁 2025. 11. 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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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등 국내기관에 수백건 초빙메일
연봉 4~10배·연구비 수십억 지원 조건
석학·신진 연구자 등 출연연까지 영입
 韓과학자 60% “中 유치제안 받아봤다”
이공계 대규모 인력 이탈 현실화 우려
중국이 한국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영입을 노골화하면서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연구 모습 [헤럴드 DB]

“연봉 8억원, 연구비 수십억원, 정년 70세라는 제안은 너무 유혹적이었다.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국내 한 대학교수)

“애국심으로만 연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중국 이탈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 될 것.”(과학기술계 관계자)

중국이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앞세워 한국 과학기술 인재를 무차별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과학의 ‘중심부’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까지 파고들어 물밑 영입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해외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정년이 임박한 석학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스카우트가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고연봉과 연구비를 내세운 반복적 영입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최소 4~10배에 달하는 연봉, 70대 정년 연장, 수십억 연구비 지원 등 파격적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 과학자들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교수는 연봉만 10억원대에 달하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연장 등 일자리가 부족하고 연구 환경이 불안정한 국내 연구자들은 이 같은 유혹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자칫 대규모 인재 이탈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천인계획은 연구자를 반복적으로 초청해 접점을 넓히고 친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출연연, KAIST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AIST에만 149명이 천인계획 관련 초빙 메일을 받았고, 출연연에도 600건 이상 메일을 보내며 접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226건, 한국재료연구원(KIMS) 188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127건,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114건 등 기관별로 수백 통의 포섭 메일이 발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출연연마다 메일 시스템이 다르고 개인정보 문제 등을 우려해 일부 출연연만 조사가 이뤄졌으며, 전체 출연연에 실제로 전송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 5월 정회원과 차세대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내 영입 제안을 받은 경우가 61.5%에 달했으며 이들 중 82.9%가 중국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한림원 소속 한 교수는 “최대 연봉 8억 원을 언급하는 이메일을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받고 있다”며 “저명 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때마다 더 자주 연락이 온다”고 밝혔다.

45세 미만의 경우 해외 영입 시도 본국 연구자와 동일한 조건의 연구직을 제안한 경우가 87.5%로 가장 많았지만, 55세 이상 과학자에게는 연구직뿐 아니라 단기 연구프로젝트 참여, 1년 이상 자문 활동 혹은 강의 활동 등을 고르게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연구자에게는 높은 연봉 등을 담은 제안을 수시로 보내며 유혹하고, 석학급 이상 연구자들에게는 접점을 늘려가며 점차 벽을 허물다 연구직 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들 중 51.5%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며 그런 이유로는 국내 석학 활용 제도 부재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리더급 연구자 두뇌유출 이유로는 정년 후 석학 활용제도 미비를 꼽는 이들이 82.5%로 가장 많았다.

두뇌 유출의 주된 원인으로도 55세 이하 연구자는 연봉 등 보상 체계 한계와 소속 기관의 낮은 연구환경 지원 수준이 더 영향을 준다고 응답해 55세 이상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공격적인 한국 과학자 영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과학계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전략을 촉구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서 장기적 연구가 가능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애국심에 호소해서 우수한 인재들이 국내에 머무르는 것은 과거 이야기”라며 “정부도 국내 우수 과학자들을 선별하여 신분과 처우, 연구비 지원, 신진연구인력 지원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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