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성폭행에 임신까지…'현실판 도가니' 된 농아인협회 / 풀버전

안지현 기자 2025. 11. 12. 1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농아인 회원들 앞에서 바지를 내렸던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총장, JTBC가 더 취재해보니 문제의 인물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현직 이사가 농아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으로 피해자를 고립시키려했던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A 씨는 듣지 못하고 소리 내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A 씨를 농아인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2021년, 30대 A 씨는 수어 통역센터장을 맡게 됐습니다.

농아인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농인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목표로 가지고 일을 했고, 센터장이 됐기 때문에 그걸 이루려는 기대를 했습니다.]

A 씨는 이즈음, 농아인협회 정희찬 이사가 접근해 왔다고 했습니다.

정 이사는 50대로 나이 차이는 컸고, 무엇보다 협회에서 권력자였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정 이사가) 처음에는 '밥 먹으러 가자, 만나서 놀자' 이런 식으로 계속 말을 하길래, 그냥 계속 '싫습니다, 아닙니다' 하면서 거절을 했습니다.]

표현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나중에는) '우리 남녀 관계로 만나자, 너 미국 모르냐, 미국은 성관계 이런 거 개방적이다, 서로 즐기면 되지'라며 강요하듯이 말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업무 출장 일행에 둘이 포함됐습니다.

피해자는 정 이사가 호텔 방으로 몰래 들어와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정 이사가) 갑자기 욕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쫓아내고 옷을 다 얼른 입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얼버무렸다고 했습니다.

[피해자(수어 대역) : '왜 같은 방을 쓰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야, 괜찮아, 여기 침대 2개잖아. 각자 자면 되지 괜찮아' 하다가…]

그 해, 5월 피해자 A 씨는 결국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신까지 했고 이 사실을 알리자 또다시 성폭력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낙태 수술을 하라며 정 이사가 돈 50만 원가량을 건넸다고도 했습니다.

정 이사는 A 씨를 고립시키기 위해 협회 회원들에게 "A 씨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의 소문을 퍼트리기도 한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JTBC가 정 이사에게 입장을 묻자 "사실이면 증거를 확보해 고소를 하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영상취재 정재우 VJ 권지우 한형석 영상편집 구영철 영상디자인 신하림 영상자막 장재영]

[앵커]

이 피해자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리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인사권을 쥔 또다른 간부의 협박과 성희롱을 견뎌야 했고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던 겁니다. 이렇게 피해 사실을 알리자, 비슷한 일을 겪은 또다른 피해자들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안지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농아인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이를 말리자 손찌검 하려했던 조남제 농아인협회 전 사무총장.

사무총장 시절인 2023년 2월, 피해자 A 씨와 전화를 했습니다.

수어로 '언제 데이트 갈래?'라고 묻습니다.

대답을 피하자 '나중에 너 쫓아내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합니다.

협박입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듣고, 알고 있다'고 말했고, 당황한 피해자는 '무슨 말씀이냐, 해고하겠다는 말인지 묻습니다".

[수어통역센터 관계자 : 센터장들을 일부러 고용이 불안한 상황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래야지 목줄을 잡을 수 있으니까…]

전국 수어 통역센터장직 등을 포함해 207개 자리는 농아인이 맡고 있는데 모두 계약직입니다.

협회 간부들이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습니다.

협박이 통하는 이유입니다.

[피해자 : 어떤 갑질을 해도 대응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그렇게 순종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피해자 A 씨는 결국 센터장 임기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A 씨가 어렵게 언론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것도 이런 구조를 더 두고 볼 수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변은희/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장 : 더더욱 피해를 말하기 어려웠던 지점 중 하나는 다른 직장 생활이나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압박감이나 위협감이 상대적으로 농인 여성은 더 클 수밖에…]

A 씨가 세상에 성폭력 피해를 알리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JTBC 취재가 시작되자, 성폭력과 취업 방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A 씨는 두 사람을 고소한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정재우 VJ 권지우 한형석 영상편집 구영철 영상자막 장재영]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