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불 지폈다"…전력 3사, 일감 '10조' 시대
북미 송전망 확충·HVDC 투자로 고부가 수요 지속 기대
고부가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화…증설·신사업 투자 속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전력기기 업종의 체급을 통째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북미 초고압 변압기와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3사는 외형·수익성·수주잔고가 모두 뚜렷하게 확대됐다. 해외에서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르면서 고부가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더욱 가속되는 흐름이다.
HD현대일렉트릭, 수익성·성장성 모두 1위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3사는 북미발 초고압 인프라 호황을 타고 외형·수익성·수주잔고 모두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력기기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노후 송전망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력 확보를 위한 HVDC(초고압 직류송전) 투자 등이 한꺼번에 터지며 전방 수요가 폭발한 상태다.
특히 북미에서는 대형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대비 수십 배의 전력을 요구하고 초고압 송전망 확충 계획까지 본격화되면서 고부가 변압기·리액터 중심의 장기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 영업이익은 50% 이상 늘었으며 영업이익률은 24.8%로 국내 전력기기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변압기와 북미·유럽향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 매출로 전환되며 고부가 제품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수주 기반도 확실하게 불어났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69억8300만 달러(한화 약 9조7000억원)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다시 썼다. 1년 전보다 29% 증가한 규모로, 올 연말 10조원 돌파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장의 중심축은 북미다.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누적 수주는 올해 3분기 19억24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대규모 송배전망 교체 프로젝트가 동시 진행되며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발주가 몰렸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회사는 울산·앨라배마 공장의 1차 증설을 마쳤고 내년 말까지 2차 증설을 추진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52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이 추가 확보돼 고수익 단가 제품의 매출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본업 경쟁력에 더해 신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200MWh(메가와트시)급 루틸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 프로젝트 EPC 계약(약 1400억원)을 따내며 전력망 기반 ESS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시작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텍사스와 중서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765kV급 초고압 송전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 같은 초고압 전력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HD현대일렉트릭을 포함해 전 세계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사는 9월에만 미국에서 2788억원 규모를 수주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외형·수익성 동반 급등

효성중공업도 전력 인프라 호황에 분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건설부문을 제외한 3분기 매출은 1조1437억원, 영업이익은 1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0%, 98% 대폭 증가했다.
북미·유럽에서 초고압 변압기·GIS(가스절연개폐장치)·리액터 주문이 폭증하면서 대형 프로젝트가 매출로 본격 전환된 영향이다. 특히 지난 9월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사와 765kV급 초고압 변압기·차단기·리액터 등을 묶은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확보하며 수주 경쟁력을 강화했다. 수주잔고는 11조1000억원으로 1년 만에 52% 불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요 생산법인의 수익성 개선과 고마진 수주 물량 확대가 경쟁사 대비 다소 늦게 시작됐지만 앞으로 북미 765kV 전력망 구축, 유럽 친환경 제품 등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전압형 HVDC 개발과 이에 따른 국내 수주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도 외형과 수익성이 동반 성장했다. 3분기 매출 1조2163억원, 영업이익 1008억원으로 각각 19%, 52% 증가했다. 북미 데이터센터·ESS·반도체 전력 설비 발주가 쏟아지며 초고압 변압기·배전반 중심의 고부가 수주가 실적 상승을 이끈 영향이다.
수주잔고는 4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북미 매출 비중이 33%까지 확대되며 고수익 포트폴리오 내에서 북미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부산 초고압변압기 제2공장 증축이 연내 완료되면 내년부터 생산능력이 두 배로 확대돼 성장 속도가 추가로 가속될 전망이다.
지난 10일에는 미국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1329억원 규모의 전력시스템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고·저압 수배전반부터 변압기까지 전력 기자재를 일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미 수행 중인 3100억원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역량을 인정받아 추가 수주로 이어진 사례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지난해부터 전력망 대전환기에 대비해 생산 거점 배치를 직접 챙겨왔다. 부산 신공장과 텍사스 배스트럽 캠퍼스, 유타 MCM엔지니어링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는 이 라인업을 바탕으로 2026~2029년 예정된 초고압 변압기 대형 프로젝트 물량에 대응해 장기 성장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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