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대법관 ‘선택’하는 최고법원, 합의체 본질 위배”

박용현 기자 2025. 11. 12. 06: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헌법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존재인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헌법이 우리 삶과 얼마나 직결돼 있는지 많은 시민들이 새삼 느꼈다.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헌법은 헌법소원을 포함해 5가지 사법권한(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을 따로 떼어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이미 다 조정을 해놓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만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요? 또 법원은 행정부가 행하는 무수한 행정작용의 위법 여부를 심사하여 취소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요? 무릇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에 의해 설계된 견제와 균형의 범위와 한도 내에서의 권력인 것이고, 사법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개선할 점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대법원장이 헌재 재판관 3인을 지명하도록 한 것입니다. 대법원장 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의 3분의 1을 구성하는데요, 대법원장이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것도 아닌데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과 맞먹는 이처럼 큰 정치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권력분립, 법원과 헌재 간의 균형 등 어느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김하열 전 헌법재판연구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하열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헌법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존재인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헌법이 우리 삶과 얼마나 직결돼 있는지 많은 시민들이 새삼 느꼈다. 그러나 헌법이 시민의 기본권과 민주질서를 지키기 위해 마련해둔 장치 중에는 아직도 잠자고 있는 게 많다. 그 중 하나인 ‘재판소원’이 이제 본격적으로 호명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도 관심사로 등장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등 사법개혁 쟁점도 여러 헌법적 문제를 들춰낸다.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이들 사안을 바라보는 헌법학자의 시각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짧은 검사 생활 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일하다 학자의 길을 걸었고, 2023~2024년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재판소원은 헌법학계에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을 넘어 도입하지 않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는 저명한 학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김 교수는 ‘입법부의 게으름’과 ‘재판 지옥을 불러온다는 공포 마케팅’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선, ‘대등한 대법관들의 합의체’라는 최고법원의 본질에 맞지 않게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통해 대법관들을 직접 뽑을 수 있는 구조가 가장 근원적인 문제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만에 하나 사법부가 현직 대통령 형사재판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 등 기존 헌법소송 제도를 통해 그 위헌성을 따져보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 취지에 따라 재판중지를 법에 명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9일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진행됐다.

☞헌법소원과 재판소원

헌법소원은 국가권력의 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성 여부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송으로, 위헌성이 인정되면 해당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함으로써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게 된다. 이 가운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소원이라고 하며, 이는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재판소원 도입이 바람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판소원 금지는 그 말의 뜻보다 더 큰 금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용어가 ‘재판소원’이다 보니 사법부 판결만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판소원 금지로 인해 사법권력은 물론이고, 행정권력 행사의 대부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못하게 됩니다. 일상 생활에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가장 크고 많은 것이 과세 처분이나 영업정지 처분 같은 수많은 행정 작용입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행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위헌적인 처분을 했을 때 곧바로 헌법소원을 할 수 없고 행정소송을 먼저 거치게 돼 있습니다. 그럼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할 경우 그 행정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되겠지 생각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재판소원이 금지돼 있으니 (재판의 원인 된) 행정처분을 따로 떼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 판례입니다. 재판소원 금지로 인해 위헌적인 법원 판결로 인한 권리 침해 구제에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더 큰 문제는 행정권력 자체에 대한 헌법 심사까지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즉 사법권 및 행정권의 위헌적 행위로 침해되는 국민 기본권 구제의 길이 없다는 말입니다.”

―‘반쪽짜리’ 헌법소원 제도인 셈이네요.

“현재의 헌법소원 제도는 주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를 따지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주적 대표성이 가장 큰 국회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허용되는데, 사법권력과 행정권력은 제외되어 있으니 불균형적이죠. 기본권 침해의 위험이 가장 큰 국가권력은 행정권력인데도 말이죠. 재판소원을 허용하자는 것은 지금까지 닫혀있던 기본권 구제의 문을 열고, 불균형적이었던 제도를 정상화하자는 것입니다.”

―사법부의 재판 자체에 대한 재판소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 역사에서 국가 공권력이 조직적으로 반인도적, 반인권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사후에 은폐한 일들이 불행히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장기간의 불법구금 및 고문 등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권위주의 정권이 지난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을 때 ‘불법행위 시점부터 5년’이라는 소멸시효를 적용한다면 국가가 불법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죠. 이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9조에 위배됩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바로 그와 같이 법률을 해석·적용해 하급심 법원이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법원이 법률을 위헌적으로 해석·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헌법소원을 통해서 최후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의 합헌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제도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입니다.”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쪽은 “사실상 4심제가 된다, 재판 지옥이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4심제’라는 말은 법원에서 이미 3번 재판한 것을 헌재가 한 번 더 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용어인데, 그 전제 자체가 타당하지 않습니다. 헌법소원은 사실 인정이나 단순한 법률 해석·적용을 다투는 게 아닙니다. 법원의 재판과는 전혀 다른 고유한 의미와 기능을 가진 별개의 절차입니다. 또 시간과 비용의 면에서 ‘재판지옥’이 될 거라는 말은 일종의 ‘공포마케팅’이라 할 만합니다. 모범적인 사법시스템으로 알려진 독일에서 왜 그 재판지옥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2022년) 대만에서 재판지옥을 도입했을까요? 시간과 비용의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이 문제를 바라보는 출발점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 돼야 합니다. 기본권 구제를 원하는 국민에게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이니 꿈도 꾸지말라고 문을 닫는 것은 오만한 태도가 아닐까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원철 법제처장,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공수처장. 윤운식 선임기자

―그래도 재판소원이 폭주할 것이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시간과 비용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사실상’ 4심제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재판소원 허용 시 가장 공들여서 설계해야 하고, 재판소원을 운용해 가면서 부단히 점검·개선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미 재판소원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들의 경험과 해법이 좋은 참고가 됩니다. 선택과 집중이 그것입니다. ‘헌법적 중요성’을 가진 사건만을 선별해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독일, 스페인, 대만, 유럽인권재판소 등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최고사법기관은 예외 없이 이러한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단일의 헌법재판기관이 법원 재판을 ‘사실상’ 4심제로 심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서 사건의 폭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판소원 인용율은 매우 낮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적은 인용 사건을 통해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모든 국가기관이 그 권력을 합헌적으로 행사하도록 부단히 자극과 지침을 제공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입헌주의 국가에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재판소원 제도는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헌법과 상충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타당한가요?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헌법은 헌법소원을 포함해 5가지 사법권한(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을 따로 떼어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이미 다 조정을 해놓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만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요? 또 법원은 행정부가 행하는 무수한 행정작용의 위법 여부를 심사하여 취소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요? 무릇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에 의해 설계된 견제와 균형의 범위와 한도 내에서의 권력인 것이고, 사법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재판소원 제도는 학계에서 절대적 다수가 지지하는데도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1차적으로는 입법의 해태(게으름)라고 봐야죠. 정치적 계기가 아니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우리 입법부의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겠고요.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4심제가 된다거나 헌재 기능이 마비될 거라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 주효한 측면도 있을 것 같고요.”

―법원이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헌재와의 위상 다툼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민의 권리보호보다 기관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태도가 아닌가 싶은데요. 바람직한 헌재와 대법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요?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법원은 가장 전통적인 사법기관이고 조직의 크기라든가 인원수에서 헌재와 비교가 안 되죠.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최고법원이고요. 헌재는 또 다른 의미의 최고사법기관입니다. 입헌 국가에서는 헌법 질서를 중심으로 국가 법질서가 형성돼 있고 헌재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관한 심판 권한을 갖기 때문입니다. 역할과 기능이 다른 두 개의 최고사법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재와 대법원의 바람직한 관계는 경쟁적 대립관계가 아니라 경쟁적 협력관계여야 합니다. 대략 10여년 전부터 대법원에서 사건을 헌법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헌법 논증을 판결의 주요 이유로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고무적 현상입니다. 헌재라는 경쟁상대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사법에서 헌법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훨씬 감소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호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서로 배우고,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지금의 헌재와 대법원 관계에서 문제점이나 개선할 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개선할 점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대법원장이 헌재 재판관 3인을 지명하도록 한 것입니다. 대법원장 한 사람이 헌법재판소의 3분의 1을 구성하는데요, 대법원장이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것도 아닌데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과 맞먹는 이처럼 큰 정치적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권력분립, 법원과 헌재 간의 균형 등 어느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5월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장은 헌재 재판관 지명권뿐 아니라 대법관에 대한 제청권도 갖습니다. 헌재 재판관 선택에는 선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가 관여하는 반면 대법원은 모든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대법원이 독단으로 흐르고 국민과 괴리되는 것은 아닐지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토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원시스템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점의 하나라고 봅니다. 최고법원은 동등한 구성원 사이의 대등한 합의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본질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들끼리 서로 ‘브라더(brother)’라고 부르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합의체 구성원의 1인인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통해서 나머지 합의체 구성원을 스스로 ‘픽(pick)’하게 되는데, 이는 합의체 재판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고요, 법원 전체의 관료화를 초래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사법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많은 이들이 절대시하는 듯합니다. 사법부에 대한 정당한 개혁 요구에도 ‘독립성 침해’라는 간편한 방어막을 치는 일이 많은데요. 그렇다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높지도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민주화 성취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법에 관한 논의는 오로지 독립성 이데올로기가 독점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법에 관한 균형 있는 시각과 논의가 차단당했고, 법원도 일체의 외부적 관여를 ‘사법권 독립’이라는 카드로 효과적으로 제어해 온 듯합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일종의 성역화된 엘리트집단화했다는 의혹을 받게 됐고,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얼마나 황당해 했나요? 저는 외계인이 재판한 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사법에 관한 논의에서는 사법권력도 국가권력인만큼 국민주권이나 민주주의 원리와 단절될 수 없고, 사법의 책임성도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법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법관 인사제도와 법원행정처에 대한 개혁 논의는 이런 맥락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배심제, 참심제 등 국민의 직접적인 사법참여 논의도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2009년 이래 일부 형사재판에서 일반 국민이 직업법관과 대등하게 재판부의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재판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법관 인사도 대법원장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를 별도의 기구가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탄희 전 의원 발의안 등)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는데요, 바람직한 법관 인사제도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나라 대법원장을 두고 ‘제왕적 대법원장’이라고 하는데, 과장이 아닙니다. 대법원의 재판장일 뿐만 아니라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법관 선택권이라 할 수 있는 대법관 제청권을 가지고 있고, 선출권력도 아니면서 헌법기관인 헌재 및 중앙선관위에 대해 각각 3분의 1 구성권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도 어마어마한데 사법행정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법관 인사권한도 독점하고 있습니다.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면, 주요 민주법치국가에서는 독일처럼 법관인사권을 정부와 의회의 협업에 맡기거나, 혹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처럼 사법평의회라는 이름으로, 법원 외의 여러 기관들도 참여하는 협의체 독립기구에 맡기고 있습니다. 사법에 관한 보다 균형잡힌 논의를 위해,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진지하고 개방적인 숙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헌법에서 법원에 귀속시킨 ‘사법권’이란 것은 재판권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사법‘행정’권까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은 법관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에 관한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헌재도 포함해 사법기관이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여러 요소들이 관계되겠지만, 대법원과 헌재의 구성을 잘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제도적으로 보다 나은 설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또한 선출권자, 임명권자, 동의권자의 현명한 운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헌재의 경우 구성의 다양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임에도 정작 국회나 대통령은 구성의 다양화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헌재의 현 구성을 보면 9명 전원이 법관 출신인데다 8명이 법원에서 곧바로 헌재로 옮겨왔습니다. 법원의 경우 외부적 독립 못지않게 법원 내부의 재판독립도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대법원장에게 초과집중된 권한이 혁파돼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최근 또 하나의 헌법 문제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헌법에 현직 대통령은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추를 전제로 하는 ‘재판’도 받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헌법 제84조의 취지는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보장하고자 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단발성의 기소보다는 그에 뒤따르는 계속되는 재판입니다. 헌법의 취지상 재판이 정지된다고 봐야 하고요, 기소가 대통령 취임 전에 있었다고 해서 달리 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에 하나 법원이 재판 재개를 강행할 경우 심각한 사회정치적 혼란이 예상되는데요. 제도적으로 이를 저지할 방법이 있는지요? 재판 재개는 위헌 소지가 큰데, 이에 대해 헌법상 최고의 헌법 해석 기관인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방법이 있는지요?

“여러 복잡한 쟁점들이 있을 수 있고, 구체적 상황의 전개를 알 수 없는 현 단계에서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일단 헌법소원과 권한쟁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재판 재개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하려면 우선 재판소원이 허용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그런 뒤라도, 재판 개시로 인해 대통령의 기본권이 제약당한다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불소추 특권이 대통령에게 보장된 ‘기본권’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현재 유력한 법 개정안에서는 확정된 재판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이 가능하므로 재판 개시나 진행에 대해서는 다툴 수 없게 됩니다. 권한쟁의의 경우 재판 진행으로 대통령의 직무권한이 침해되는 것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인데, 구속되지 않는 한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법적으로 방해받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재판소원이나 권한쟁의로 재판 재개를 억제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혼란을 막는 차원에서도 재판 중지를 법으로 명확히 해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재판중지법을 만들면)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법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는데요, 사실 법이라는 것은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법이 미래의 대통령들에게도 계속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pia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