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前 한예종 총장 “韓, 오케스트라 수준 높여야 클래식 음악 강국으로 도약” [세상을 보는 창]
다듬지 않은 보석 ‘재주’를 잘 가다듬어
‘아름답구나’ 느끼게 만드는 게 교육자
곡이 아닌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
콩쿠르가 음악 교육 전부처럼 여겨져
하나의 관문으로 음악가 평가는 안 돼
콩쿠르에 과도한 관심 갖지 않길 바라
연주만으로 생활 가능한 환경됐으면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1994년 한예종에 부임한 김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손열음, 김선욱, 문지영, 박재홍 등 스타 피아니스트를 길러낸 교육자로 유명하다. 2005년에는 지휘 분야에도 데뷔해 수원시향, 창원시향 등 상임 지휘자를 지냈다.

“공연하는 순간은 무의식에 가깝다. 이성적 판단을 내리거나 사고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감각적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곧 연주다. 그런데 거기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 학생이 무심결에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연주에 다 묻어나기 마련이다. (수정이 필요한데도) 자기 감각대로만 계속 연주하는 학생이 있다면 따끔한 충고가 필요하다. 결국 학생이 선생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중요한 듯하다.”
―한예종에 입학할 수준의 학생이라면 이미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할 텐데.
“지도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장점을 살려주는 방법과 단점을 보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타고난 장점은 노력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반면 단점의 보완은 오직 학교에서만 가능하다. 졸업하고 나면 언제 단점을 보완할 기회가 있겠는가. 흔히 외국은 ‘장점을 살려주는’ 스타일의 교육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혹자는 ‘한국에선 뭔가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외국에 나갔더니 탁 트이는 느낌이 들더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국 학생들은 콩쿠르에 출전할 때 자신의 장점만 보여주는 곡 위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장점은 제한적이고 생명력도 길지 않다.”

“음악을 스포츠와 비교하는 분들이 많다. 정해진 시간에 무대에 올라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둘이 비슷하다. 그런데 운동 경기는 점수라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반면 음악은 점수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좀….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에 너무 좌우된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 피겨스케이팅 심사 점수도 주관이 개입된다’고들 하지만, 음악 콩쿠르는 그런 정도의 배점 기준조차 없다. 정말 잘하는데 (입상이) 안 되는 친구들이 참 많다. 언제부터인가 콩쿠르가 음악 교육의 목표인 것처럼 여겨지고 또 ‘콩쿠르에 입상해야만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앞으로 활동할 길도 생긴다’라는 생각이 만연한 듯해 걱정스럽다. 피아노 콩쿠르 심사를 오래한 어느 지인으로부터 ‘요즘 출전자 일부가 너무 자극적으로 강하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음악보다 연주자 자신을 앞세운 것으로, 곡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음악도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시대라고나 할까.”
―그래도 현실적으로 콩쿠르를 무시할 순 없지 않은가.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의 일이다. 국제 콩쿠르가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학생들이 둘로 나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먼저 한 부류의 학생들은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콩쿠르 출전 준비로 인한 부담이 사라지니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연주할 수 있게 되어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부류의 학생들은 ‘우울해졌다’고 했다. 출전을 꿈꾼 콩쿠르가 취소되면서 ‘내가 연주하는 목표가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다. 내가 콩쿠르에 입상한 제자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 ‘너에 대한 평가는 지금 내려지지 않는다. 훗날 어떤 음악가가 돼 있느냐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니, 이제 막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젊어서 콩쿠르 1등 했다고 70대, 80대에도 계속 훌륭한 연주자로 남아 활동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콩쿠르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4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국내 클래식 음악가 가운데 연주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이가 있을까. 대부분 교수 같은 직함을 갖고 음악 교육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연주계와 교육계가 혼합돼 있어선 곤란하다. 연주계와 교육계가 서로 나뉘어 운영돼야 한다. 일본이 분리 형태에 비교적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음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우리가 어떤 나라를 ‘클래식 음악 강국’이라고 부를 때 그 나라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음악 영재가 많고 적음을 떠나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오케스트라가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한국도 오케스트라 단원의 급여와 사회적 평판을 올림으로써 훌륭한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게끔 유인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한국은 세계적 네트워크를 지닌 기획사가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연주자가 해외로 진출해 외국 음악 애호가들 앞에서 공연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기획사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제 기부금 제공 등 후원도 연주자 개인이 아니고 기획사를 대상으로 이뤄질 때가 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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