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이 된 ‘구대성 9이닝 1실점 V’… WBC대표팀이 일본전 9연패를 끊어내려면

안승호 기자 2025. 11. 1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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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프리미어리그12 승리 이후
프로선수 참가 국제대회 9연패
‘日킬러 선발’ 있고 없고의 차이
체코전서 정상 구위 확인한 영건들
‘김광현·봉중근 후계자’ 본격 시험대
과감한 ‘벌떼 마운드’ 활용도 한 방법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하는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가운데 큰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민석·정우주·문동주·곽빈·배찬승·오원석·원태인. 연합뉴스

우리 스스로 위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리그와 리그 수준 차이는 인정하지만, 베스트 멤버를 추려 맞붙는 대표팀간 경기에서는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다고. 그러나 그 또한 오래전에나 적용 가능했던, 철 지난 논리가 됐다. 한국야구는 프로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표팀간 경기에서 일본전 9연패에 빠져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완벽히 눌리며 0-3으로 끌려가다 상대 계투진이 움직이던 9회 기회를 살려 4-3으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뒤 한 차례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근 만남은 더욱더 참담했다. 2023년 WBC 일본전에서는 4-13으로 대패했다. 선발 김광현을 시작으로 국내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10명이 이어 던졌지만 13안타를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2024 프리미어12에서는 새 얼굴 최승용을 선발로 올려 3-6으로 비교적 잘 버텼지만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야구대표팀이 다시 일본을 만난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벌인다. 지난 주말 체코와 평가전으로 시동을 건 야구대표팀은 주장 박해민과 포수 최재훈, 박동원 등을 제외하면 20대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완전체’ 대표팀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도 이미 각 구단을 대표하는 얼굴로, 이번 일본전은 한국야구가 거울 앞에 다시 서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득한 일본전 승리 공식

2000년대 이후 야구 대표팀이 일본전에서 주고받는 승부가 가능했던 것은 박빙의 경기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선발 카드가 존재한 덕분이었다. 2006 WBC 8강 일본전에선 박찬호의 5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투수전을 이어간 끝에 2-1로 승리했고,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 일본전에선 김광현이 5.1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여세로 5-3으로 승리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선 준결승전에서도 일본을 만나 김광현의 8이닝 2실점(1자책) 역투를 발판으로 6-2로 대승했다. 또 2009 WBC 1라운드 1,2위 결정전에선 선발 봉중근의 5.1이닝으로 무실점 호투로 일본을 압박한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WBC에서도, 올림픽에서도 일본전이라면 승부처마다 영화 같은 홈런을 뿜어낸 ‘국민타자’ 이승엽이 영웅으로 자주 조명됐지만 경기 후반까지 승부가 가능한 양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때마다 선발 높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3면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선 구대성이 9이닝 1실점으로 일본 선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이겨내며 대표팀에 동메달을 안긴 이력도 있다. 한국야구의 일본전 승리공식은 그 즈음 구체화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일본전에서 그 시절 패턴을 찾아보기 힘들다.

■막아야 기회도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상당 부분 ‘판갈이’ 돼 있다. 대회 시기와도 연관이 돼 있지만 자연스러운 대표팀 세대교체를 추진하려는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의도도 실린 구성이다.

이번 일본전에는, 그때의 구대성, 김광현 봉중근처럼 검증된 카드는 없다. 내년 3월 WBC를 앞두고 과연 일본전에선 어떤 투수가 얼마나 잘 통할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전을 풀어가는 ‘패턴’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국야구는 2000년대 일본전 승리 공식을 2010년대 이후에도 계속 적용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어쨌든 실점을 최소화해야 이길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마운드 공식 찾기가 필수인 이유다.

최근 몇년의 KBO리그 마운드에는 혁명적 바람이 불었다. 2020년 142㎞에 불과하던 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올해는 146㎞까지 증가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문동주, 곽빈, 김택연, 정우주, 김영우, 배찬승 등 150㎞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 여기에 좌완 장신투수로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가 일품인 손주영 등이 일본과 투수 싸움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전 앞둔 야구대표팀’

‘킬러형’ 선발이 없다면 강점이 다른 투수가 이닝을 나눠 막는 불펜전도 하나의 출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류지현 감독은 체코전에 그랬듯 일본전에서도 김광삼 투수코치와 함께 구체적 마운드 운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1회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평가전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을 자국 리그 간판선수로 구성돼 있다. 우리 타선이 다득점을 하는 건 어렵다. 경기 내용은 결국 젊은 어깨들에 달려 있다.

■정답 있는 WBC 준비법

지난 주말 체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얻은 소득은 정규시즌과 다름없는, 젊은 투수들의 구위를 확인한 데 있었다. 3-0으로 승리한 1차전에선 탈삼진을 17개나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대회 성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투수들의 페이스다. 평소 구위를 보여야 벤치에서도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다.

2023년 WBC 일본전에서 대패했던 배경 하나도 대표팀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이 이상기후에 따라 비정상으로 진행된 데 있었다. 투수들이 몸을 만들지 못하고 마운드에 오르며 1라운드 첫판 호주전부터 뭇매를 맞으며 7-8로 졌다.

이번 일본과 평가전뿐 아니라 내년 WBC도 결국 핵심 투수 훈련 속도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대표팀은 2023년 실패를 반면교사로 내년 1월12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 1차 캠프부터 차린다. 이후 2월15일부터 28일까지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연다.

류지현 감독은 WBC 투수진 구성을 놓고는 “지금 멤버 중 상당수가 주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일본과 평가전은 WBC 엔트리 구성 및 캠프 프로그램 구성에도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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