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청산’ 칼날 이번엔 공무원

김태준 기자 2025. 11. 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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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곳 중앙 부처 75만명이 대상
TF서 조사해 계엄 가담자 문책
李, 총리 제안에 “당연히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정부는 11일 모든 중앙 부처에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공무원들의 12·3 비상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이 조직에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라는 이름을 붙였다.

계엄 가담자 형사 처벌을 위해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와 별개로 정부 차원의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등 대통령 직속 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49개) 소속 공무원은 75만명에 이른다. 부처마다 최소 10명으로 TF를 구성해 총 500명 정도의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가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 청산 이상으로 공무원 사회에 ‘물갈이 광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란 재판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하다”며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해 신속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에 관한 책임은 관여 정도에 따라서 형사 처벌할 사안도 있겠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람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할 정도의 낮은 수준도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고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이달 중 총리실 주도로 49개 중앙행정기관별로 TF와 제보 센터가 설치된다. ‘중립적 조사’를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합동참모본부 등 군, 검찰, 경찰, 외교부 등 12곳은 ‘집중 점검 기관’으로 지정돼 더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계엄 전후 10개월치 PC 뒤진다… 벌써 “내란범 알아” 투서

이재명 정부의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12·3 비상계엄에 참여했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TF는 내년 1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2월 설 연휴 전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내년 초 각 부처 정기 인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 범위는 작년 12월 3일을 기점으로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총 10개월간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다. 조사 과정에서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는 모두 열람할 수 있으며, 개인 휴대전화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되 의혹이 있는데도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인사 조치는 징계뿐 아니라 승진 배제 등 여러 방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군 인사와 관련해 “내란과 관련해 의심되는 사람을 왜 승진 대상자로 만들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국방부는 중장 이하 장성급의 대규모 교체 인사를 준비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지난 7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란 책임을 물을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을 검토하겠다”며 후속 조치를 시사한 바 있다.

관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적폐 청산’이 이재명 정부에서 ‘내란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부처별로 적폐청산위원회를 설치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정부 부처·기관의 적폐청산위 구성과 진행 상황을 챙기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헌법 존중 TF의 조사 대상은 대통령 직속 기관을 제외한 정부 전 부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총리가 관할하는 모든 부처가 (조사) 영역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이번 TF는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물갈이 코드 인사’에 이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장관들이 대통령실만 쳐다보느라 각 부처 1급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총리실이 앞장서는 헌법 존중 TF를 통해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공직 사회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식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리실은 이번 TF는 문재인 정부 때의 적폐청산위와는 다르게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문 정부 적폐청산위는 5년 내내 운영되면서 공직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이번 TF는 내년 2월까지 3개월 남짓 가동된다는 것이다. 또 단기간 집중 조사를 통해 정말 적극적인 가담자가 아닌 이상 처벌을 최소화해 공직 사회 동요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일선 부처에서는 이미 관련된 투서가 난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단장급 장성(중장) 인사를 앞둔 국방부에는 이미 투서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투서는 주로 “XXX는 지난해 계엄 버스에 탑승했는데도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동상을 철거하려 할 때 앞장선 사람이다” 등 계엄 전후 행적에 관한 내용이라고 한다. 경찰청 상급 기관인 행정안전부에도 ‘승진 후보군에 있는 경찰 간부 아무개는 내란 동조자’라는 식의 투서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경찰도 대규모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있다.

야권은 반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언제까지 ‘내란 타령’만 할 작정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자를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정치 보복의 반복은 이제 국민 피로를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 청산’, 지금은 ‘내란 청산’,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본질은 똑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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