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려고 검찰총장 임명 안 하고 대행 체제 만든 건가

조선일보 2025. 11. 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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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하는 과정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노 대행은 애초 수사팀 의견대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법무부 관계자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정성호 법무장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처음엔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가 나중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항소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항소 시한일인 지난 7일엔 정 장관이 국회에 가 있어 저녁 늦게 정 장관의 최종적인 의사를 전달받고 노 대행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권한을 가진 총장 대행이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마치 ‘진짜 총장’의 결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중요 사건 항소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해당 지검장에게 있다. 대장동 사건 항소 여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결권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에겐 그 결정에 대해 보고만 하면 된다. 검찰 수사 중립을 위한 것이다. 다만 검찰 사건을 총지휘하는 검찰총장의 승인은 관행적으로 받아왔다. 결국 대장동 항소 여부는 총장을 대행하는 노 대행이 결정하면 그만인 사안이었다. 그런데 노 대행은 검찰 내부적으로 항소하기로 결정한 사안을 장관의 승인을 받으려 했고, 장관 한마디에 항소 포기로 뒤집었다. 사실상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역할까지 한 것이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검찰은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후 넉 달째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역대 최장 총장 공백 상태다. 이를 두고 총장이 없어야 검찰 조직 개편 과정에서 검찰의 조직적 저항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 때문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항소 포기 사태를 보면 정권이 법무장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는 대신 뒤에서 입지가 약한 총장 권한대행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좌지우지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검찰총장은 검사로서 마지막 자리다. 그래서 정권의 뜻에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권한대행은 ‘차기 총장’이란 목표가 있고, 검찰이 1년 뒤 폐지되더라도 ‘차기 공소청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검찰총장과 총장 대행 중 누가 최고 권력자에게 더 충성스러울지는 분명하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그간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것 아닌가. 노만석 총장 대행의 행태가 검찰총장 장기 공백의 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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