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7만3000% 고금리 불법대부업자 적발…가정까지 파탄냈다

김성훈 2025. 11.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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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대부업체로부터 협박을 받는 상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경기남부경찰청]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때 잘 나갔던 전문의로 지방 모 병원 원장이었던 A 씨. 그는 불과 1년만에 지옥으로 떨어졌다.

시작은 지난해 9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우연히 소액 대출 안내 광고를 본 것이었다. 당시 A 씨는 병원에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는 등의 일로 큰돈을 써 당장 쓸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20만~30만원도 빌려준다는 광고를 보고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채팅방에서 대부업체 측은 자신들을 정상적인 대부업체라고 소개하면서 “돈을 빌려도 개인 신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은 손쉽게 나왔다. 대부업체 측이 요구하는 대로 개인 정보와 통장 거래내역, 지인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셀프카메라 동영상, 포털사이트 클라우드 연락처 등을 전달해주자 비대면으로 대출이 이뤄졌다.

금리는 어마어마했다. 1주일 뒤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1주일 금리가 무려 100%였다. 연리로 따지면 무려 5200%에 달하는 고금리로 법정이자율(20%)를 250배나 초과한 이자다. 심지어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일 연체 비용으로 매일 원금의 40%를 이자로 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급전이 필요했던 A 씨는 150만 원을 덜컥 빌렸다. 설마 의사인 자신이 돈을 못 갚겠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일은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A 씨는 1주일 뒤 돈을 갚지 못했다.

A 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경기남부경찰청]

친절했던 대부업체 직원들은 그때부터 무섭게 돌변했다. 그들은 “당신 동영상이랑 얼굴이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던데”라며 의사 가운을 입은 A 씨 사진을 첨부하면서 협박을 시작했다. 입에 담지 못할 말과 함께 흉기로 해치겠다는 협박,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 등이 이어졌다. 병원으로 찾아와 플래카드를 걸어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도 했다. A 씨는 그 말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대부업체 측은 추가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으라고 종용했다. A 씨는 협박에 떠밀려 이를 받아들였고, 다시, 또 다시 대출을 받았다. 그가 9차례에 걸쳐 빌린 돈은 2150만 원. 하루에만 240만원의 연체 이자를 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경기남부경찰청에 보낸 편지에서 “어느덧 원금을 제외한 3000만원이 넘는 이자를 1년 안에 주고도 3천만원이 넘는 (추가) 이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루 200만원이 넘는 연체 이자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고, 협박이 무서워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결혼 앞둔 예비 신랑도 당했다…파혼에 직장에서도 잘리고 자살 시도

30대 남성 B 씨도 피해자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그는 불법 추심에 시달렸고 채무 사실이 예비신부 처가에 알려져 파혼을 했다. 또 직장 동료들에게 추심 문자가 발송되면서 직장에서도 해고되기도 했다.

B 씨는 3번의 자살 시도를 했고, 가장 최근에는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발견돼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한다.

A 씨와 B 씨를 포함한 수백명에게 불법 대출 및 추심을 한 일당이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업 조직 총책 배모 씨 등 13명을 검거(4명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배씨 일당에게 대포통장을 내주고 자금 세탁을 도운 16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배 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7월까지 용인에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급전이 필요한 사회초년생과 회사원,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 553명을 상대로 소액 대출을 해주고 연 238%~7만3000%의 고금리 이자를 받아 18억원을 수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변제 기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갖은 방식으로 불법 추심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거나 가족 및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비대면 대부업체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일 가능성이 높으니 소액이라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봤을 경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통해 대부계약 무효화 소송 지원 등 구제를 받을 수 있으니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청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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