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9년째 우편과 함께 희망 배달하는 나눔 실천하고 있어요” 여외숙 우정이봉사회 회장

변현철 2025. 11.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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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남부동서 우편취급국 운영
부울경 취급국 봉사회 결성 이끌어
나눔리더스클럽 가입, 성장 밑거름
150명 회원들 창구 모금·기부 앞장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온전히 떼어 내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남 양산시 남부동 우편취급국을 운영하며 (사)우편취급국중앙회 부산울산경남도회 소속의 우정이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여외숙 씨. 그는 2017년 11월 우정이봉사회 발족과 함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9년째 봉사회를 이끌며 ‘우편과 함께 희망을 배달하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우정이봉사회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162개 우편취급국 운영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다. 원래 각 우편취급국에서 개별적으로 후원활동을 이어왔으나, 여 회장은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봉사회 결성을 주도했다.

2013년 제14대 우편취급국중앙회 부산울산경남도회장을 역임한 그는 여러 우편취급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후원활동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여 회장은 이후, 2017년 제16대 도회장에 취임하면서 하나로 통합된 봉사회 창립을 제안했다. 이렇게 출범한 우정이봉사회는 첫 모금액으로 해운대지역자활센터를 후원하며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단순히 성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봉사를 함께하면서 ‘체험하는 나눔’을 실천했다고 한다.

“우편취급국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 정신이 자연스럽게 봉사로 이어졌습니다. 우편을 전하는 마음으로 희망도 함께 배달하자는 것이죠.”

오전 9시, 우편취급국의 창구는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다. 소포를 부치려는 손님, 고지서를 내러온 어르신, 등기우편을 찾는 직장인까지. 작은 창구 안에서 회원들은 한순간도 손을 멈추지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업무가 끝나면 또 다른 약속이 기다린다. 바로 봉사 현장이다. 여 회장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발걸음을 옮긴다.

창구 옆에 놓인 ‘하트저금통’도 특별한 풍경이다. 주민들이 동전 하나, 지폐 한 장을 넣고 가며 마음을 보탠다고 한다. 어떤 날은 외국 동전이 담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계좌이체로 100원, 1000원을 보내기도 한다. 그 작은 정성들이 모여 더 큰 나눔으로 이어진다.

주말이면 본업을 내려놓고 모인 회원들이 청소도 하고, 반찬을 만들기도 하며 이웃과 함께 시간을 나눈다. 하루 종일 창구에 서서 일하던 이들이지만, 봉사 현장에서는 또 다른 에너지로 환하게 웃는다고 한다.

여 회장은 수많은 봉사활동 중에서도 울산에서 만난 한 조부모 가정을 가장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사는 집이었어요.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는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듯 방문 뒤에 숨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묵묵히 청소를 하고, 고장 난 가구를 고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나누자, 아이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군요. 그러다 마침내 눈이 마주쳤을 때, 조심스럽게 지은 그 미소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몇 해 뒤에는 한 통의 편지도 받았다. 봉사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한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감사 인사를 전해온 것이다. “당시에는 잠깐의 도움이었지만, 그 학생이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성장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뭉클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느꼈죠.”

여 회장은 “작은 손길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그 인연이 세월을 넘어 다시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순간의 기억이 봉사의 보람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소중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우정이봉사회는 2019년 부산사랑의열매 나눔리더스클럽 8호로 가입했다. 나눔리더스클럽은 1000만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약정하는 단체가 가입할 수 있는 기부 모임이다. 나눔리더스클럽 가입을 통해 회원들은 ‘체계적인 봉사’를 실천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봉사회의 성장에도 큰 밑거름이 되었다. 현재는 약 150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올해로 발족 9년째를 맞은 봉사회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회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창구 모금액도 예전만큼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 회장은 “따뜻한 나눔 사연을 회원들과 공유하며, 창구 모금뿐 아니라 개인 후원을 이끌어 낼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꾸준히 이웃과 함께 함께 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정이봉사회에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이 있었다. 창구에 놓인 작은 동전 하나, 1000원 한 장이 모여 큰 울림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저희 봉사회는 소외된 이웃의 곁을 지키며 따뜻한 부산을 만들어가는 길에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